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소환수 찾기(Find Familiar) - D&D 2024에서는 소환수가 당신을 부립니다
세 줄 요약
1. D&D 2014에서 소환수 찾기 주문은 정찰, 원호(Help) 행동, 접촉 주문 전달 등의 다양한 활용도로 인해 매우 강력한 1레벨 마법이었음.
2. D&D 2024에서는 소환수와의 감각 공유가 추가 행동으로 가능해지고, 소환 가능한 야수의 범위를 CR 0 이하로 확장하는 직접적 상향이 이루어진 대신 원호 행동이 숙련된 기술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정되면서 간접적으로 하향을 먹음.
3. D&D 2024의 워락은 계약의 은혜: 사슬의 계약(Pact Boon: Pact of the Chain)을 1레벨부터 선택할 수 있게 됨. 또 행동만으로 주문 슬롯 소모 없이 소환수를 재소환할 수 있게 되었고, 특히 경이의 스핑크스 같은 개사기강력한 소환수의 존재로 인해 저레벨 전투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 가능.
때는 중세 시대, 마녀 사냥이 한창이던 당시 사람들은 온갖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곤 했다. 대표적으로 마녀는 물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마녀인지 의심이 가는 사람의 손발을 묶고 물에 내던져 본다든지. 물 위로 떠오르면 물을 싫어하는 마녀가 물에서 빠져나온 것이니까 화형을 했고, 물에서 떠오르지 않으면 마녀는 아니지만 이미...
그 외에도 온갖 비논리적이고 근거 없는 마녀 감별법이 있었지만, 그 중 이번 게시글과 연관이 있는 감별법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면 마녀다.'
1590년 스코틀랜드의 어떤 마녀 재판에서 아그네스 샘슨이라는 여성이 마녀로 기소되어 재판장에 서게 되었다. 검찰 측이 주장한 이 여성의 죄명은 무려 반역죄였다. 당시 국왕이었던 제임스 8세가 덴마크에서 배를 타고 돌아올 때, 어떤 초자연적 존재를 부려 폭풍우를 일으켰다는 것. 아그네스 샘슨은 그저 유능한 조산사이자 치료사일 뿐이었지만, 항해 중 폭풍우를 만난 '사고'를 반대파의 '암살 시도'로 위장하고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려는 제임스 8세의 정치적 이유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녀가 부린 그 초자연적 존재로 지목된 것이 또 누구인고 하니...

바로 그녀가 기르던 개, 엘바(Elva)였다.
검찰 측의 증언에 따르면 엘바는 아그네스의 질문에 대답하고 치유를 도울 수 있었으며, 아그네스는 "홀라(Hola)"라는 마법의 단어를 통해 엘바를 소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남은 아그네스에게 반려견 엘바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고 아그네스는 그런 엘바에게 마치 가족에게 하듯 말을 걸었을 뿐일 테지만, 그리고 엘바는 그저 아그네스가 다른 사람들을 치료하거나 아이를 받는 순간에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 뿐이었겠지만, 홀라는 그저 엘바를 부르는 말에 불과했을 테지만...
아무튼 모진 고문 끝에 아그네스는 자신이 마녀였다고 거짓 자백을 했고 결국 마녀로서 화형에 처해졌다. 아마 엘바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처럼 '마녀나 마법적인 힘을 다룰 줄 아는 자는 초자연적 존재를 하인으로 부린다'라는 인식은 이미 중세 시대 때부터 민간 전승을 통해 널리 퍼져 있었다. 잉글랜드 내전(1642~1651) 당시 왕당파의 기병 지휘관이었던 23세의 젊은 장군 라인공 루퍼트(Prince Rupert of the Rhine)는 '보이'라는 이름의 큰 푸들을 전투에 데리고 다니곤 했는데, 반대파인 의회파는 이 푸들이 초자연적 능력을 지녔다고 보고 크게 두려워 했다고 한다. '보이'는 전쟁 중 총에 맞아 죽었는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은탄환에 맞아 죽었다고...물론 강아지 말고도 고양이, 올빼미, 두꺼비, 쥐, 까마귀 등이 이런 초자연적 존재로 의심을 자주 받았다. 사실 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동물들이었다. 초자연적 존재라고 믿고 싶으니까 초자연적 존재로 보이게 된 것. 마녀 사냥의 광기와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아무튼, '마녀가 부리는 초자연적 존재'라는 개념은 현대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그래서 현대의 수많은 판타지에서 마법사들이 자신만의 애완동물을 곁에 두고 부리는 것으로 묘사 되는 것이다. 이 초자연적 애완동물을 영어로는 퍼밀리어(Familiar), 한자로는 사역마(使役魔), 소환수(召喚獸)라고 부른다.
D&D의 소환수 찾기(Find Familiar) 마법은 바로 이 퍼밀리어를 소환하는 1레벨 마법이다.
마법사를 상징하는 마법 중 하나답게 이 주문은 D&D 2014 버전에서 발군의 성능을 자랑했다. 일단 이 주문의 가장 기본적인 활용 방법은 정찰이다. 소환수는 독자적인 지능을 갖고 있는 크리처로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율적으로 움직이지만, 언제나 시전자의 명령을 따르고 시전자와 정신적으로 의사소통할 수도 있다. 심지어 시전자는 소환수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으므로, 올빼미처럼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환수를 위험 요소가 있을 법한 곳으로 보낸 뒤 감각을 공유하여 위험 요소를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소환수는, '특정 야수의 형태를 취하지만 원본 야수와는 달리 공격을 할 수 없다'라는 주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전투에서도 매우 유용했다. 전투에서는 주로 원호(Help) 행동을 취하거나 접촉 사거리의 주문을 전달하는 용도로 쓰였다. 원호 행동은 발더스 게이트 3에 없는 행동이므로 설명을 하자면, 1) 아군의 다음 기술 판정(Skill Check)에 이점을 부여하거나, 2) 5피트 이내의 적 하나의 주의를 끌어 해당 적에게 가하는 다음 명중 굴림에 이점을 부여하는 기능이다. 전투에서는 후자의 기능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아군에 대형 무기 달인(Great Weapon Master) 재주를 고른, 명중률은 떨어지지만 한 방의 위력이 어마어마한 파이터나 암습 딜을 넣기 위해 이점이 필요한 로그가 있다면 원호 행동의 효율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졌다.
특히 올빼미(Owl)가 이 원호 행동을 아주 악랄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올빼미에게는 날아치기(Flyby, 오역이다. 직역하면 근접 비행 또는 저공 비행, 의미를 살리면 회피기동이 되겠다)라는 특성이 있어서 기회 공격을 받지 않고도 적의 간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빼미는 이동 속도도 보통 크리처의 두 배나 되는 60ft이므로, 목표에게 접근하여 원호 행동으로 적의 주의를 끈 뒤 유유히 다시 적의 간격에서 벗어나는 식으로 적을 교란했다.
또 목표와 접촉해야만 시전할 수 있는 주문의 경우, 시전자가 아니라 소환수가 대신 목표와 5ft 이내로 가까이 있으면 소환수를 통해 접촉 사거리의 주문을 전달하여 시전할 수 있었다. 사거리가 접촉인 주문들은 위력이 강력하지만 반드시 목표가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는 페널티가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페널티를 이 소환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클레릭이 소환수 찾기 주문을 어떻게든 습득한 뒤 상처 치료 주문을 원거리에서 시전한다든지...
소환수 찾기를 강력한 마법으로 만들어주는 마지막 이유는 또다시 원호 행동과 관련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원호 행동의 첫 번째 기능, 기술 판정에 이점을 부여하는 능력 때문이었는데, 이미 눈치를 챈 사람이 많겠지만 파티의 소환수는 파티의 모든 기술 판정에 이점을 부여하는 이점 셔틀로서 활약했다. 인도(Guidance) 소마법이 능력 판정에 1d4를 더하는데도 필수 소마법 취급을 받는 것을 고려하면, 이점은 수학적으로 계산했을 때 주사위 값에 +5를 더하는 수준이므로 가히 그 위력을 짐작할 수 있겠다. 물론 올빼미가 옆에서 퍼덕댄다고 몸도 더 잘 쓰고, 은신도 더 잘하게 되고, 기억력도 좋아진다는 것이 이해는 잘 안 되지만...
이외에도 의식 주문이라는 점, 소환 비용이 저렴하고 재소환이 가능하다는 점, 한 번 시전하면 파괴되기 전까지는 반영구적으로 유지된다는 점 등의 소소한 장점도 있었다. 창의력만 좋다면 소환수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여기에 더해 워락의 경우 3레벨 직업 특성 계약의 은혜(Pact Boon) 중에서 사슬의 계약(Pact of the Chain)을 통해 이 소환수 찾기 주문을 더욱 강화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3레벨이 되면 워락의 후원자는 계약의 장기 체결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세 가지 은혜 중 하나를 워락에게 고르도록 해주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임프(Imp), 콰짓(Quasit), 슈도드래곤(Pseudodragon), 스프라이트(Sprite)와 같이 투명화가 가능하거나 더욱 강력한 능력을 갖고 있는 소환수도 소환할 수 있게 해주는 사슬의 계약이었다. 다른 소환수들과 달리 이 소환수들은 제한적이지만 공격도 가능했다. 임프와 콰짓의 도전 등급(Challenge Rating)이 1이라는 사실, 즉 임프 하나를 무난하게 잡으려면 1레벨 모험가 넷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저레벨에는 사실상 0.5인 분 정도는 하는 파티원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격이었다.
다만 소환수가 죽으면 재소환에 재료값으로 10골드가 꼬박꼬박 들어갔고, 주문 시전에는 1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소환수의 주인은 자체적으로 소환수에게 너프(?)를 먹여야 했는데, 소환수가 너무 나대면 빡친 DM이 소환수에게 집중 사격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최대한 DM의 시선 밖에서 적당히 꿀을 빨 수 있도록 사용자가 조절해야 한다는 말이 이 마법의 강함을 짐작하게 만든다 하겠다.
2014년 버전에도 이랬는데, 2024년 버전에서는 심지어 더 상향을 먹었다.
일단 D&D 2024 버전 소환수 찾기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소환수 찾기(Find Familiar): 박쥐, 개구리, 그 외 CR이 0인 야수 형태의 요정(Fey)/천족(Celestial)/악마(Fiend) 영혼 소환(영혼의 크리처 종류는 어떤 야수 형태인지와 상관없이 시전자가 결정함). 소환수는 공격 능력이 없는 대신, 100ft 이내의 소환수와 텔레파시 가능+추가 행동으로 소환수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음+소환수를 통해 접촉 사거리의 주문 전달 가능. 시전하는 데에 10GP 이상의 향이 필요하며 향은 시전 후 소모됨. 의식 주문.
첫째로, 원래는 소환수의 눈과 귀로 들으려면, 그러니까 소환수와 감각을 공유하려면 계속해서 행동을 사용해야 했기에 소환수와 감각을 공유하는 상태에서는 시전자는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D&D 2024에서는 추가 행동으로 감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기에, 행동으로는 접촉 주문을 시전하거나 시전자 본체를 노린 공격에 대응할 수도 있게 되었다. 둘째로, 더 핵심적인 상향 내용인데, 고를 수 있는 소환수 형태의 가짓수가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2014 버전에서는 15개 정도의 야수 형태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2024 버전에서는 CR 0 이하의 야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렇게 제약이 풀리면서 무엇이 가능해졌느냐? 까마귀 소환수를 통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기같은 창의적 활용법에 더해, 직관적이고 강력한 활용법은 비행이 가능한 중형 야수 대머리수리(Vulture)를 소환수로 부리는 것. 소형 플레이어 캐릭터는 대머리수리에 올라 탄 뒤 하늘에서 주문을 폭격할 수 있게 되었다. 1레벨부터!! D&D 저레벨대에서는 적이든 아군이든 비행하는 크리처에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많지 않아서 비행 가능 종족을 금지하는 마스터도 허다했는데, 이제는 소환수 찾기도 금지해야 할 판이다.
물론 상향만 받은 것은 아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소환수 찾기 자체는 상향만 받았지만, 규칙이 조정되면서 간접적으로 너프를 받은 부분이 있다. 원호 행동을 통한 기술 판정 이점 셔틀이 불가능해진 것. 원호 행동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점을 부여하고자 하는 기술에 숙련을 갖고 있도록 바뀌었다. 소환수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숙련을 갖고 있는 기술에 한해서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원호 판정의 기능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초심자가 다른 이들의 기술 판정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해왔던 바, 이러한 규칙 수정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어서 반발은 많지 않다.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기술 숙련이 유의미하게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소환수 목록 확장 버프는 사슬의 계약 워락에게도 적용되었다. 해골(Skeleton), 슬라드 올챙이(Slaad Tadpole), 경이의 스핑크스(Sphinx of Wonder), 독사(Venomous Snake) 등이 추가되었는데, 이 중에서 경이의 스핑크스의 자료 상자가 공개되자 D&D 커뮤니티가 또 한 번 들썩였다.
초소형 천족인 이 크리처의 HP는 무려 24. 이는 일반적인 1레벨 위저드 hp의 약 3배에 달하는 경이적인 수치다. 게다가 사령, 정신, 광휘 피해 삼종 세트를 반감하고, 마법 저항(Magic Resistnace) 효과도 붙어 있어 마법에 대한 내성 굴림은 이점을 받고 실시한다. 공격의 대미지는 또 어떤가? 평균 피해량이 12인데 이 중 절반은 광휘 피해로 들어간다. 거대도끼를 든 1레벨 바바리안의 평균 피해량은 끽해봐야 10.5, 분노하면 12.5다. 전투 외적으로는 천족들의 언어인 천상어(Celestial)를 공용어(Common)로 통역해주는 통역관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비전학(Arcana)과 종교학(Religion)에 숙련을 갖고 있어 비전학과 종교학 판정에 원호 행동으로 이점을 부여해줄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 해도 저레벨 캠페인에서는 워락이 소환수를 부리는 게 아니라 소환수가 워락을 데리고 다니는 수준의 강력함을 보여주는데, 반응 행동을 통해 아군의 내성 굴림이나 능력 판정에 +2 보너스를 부여하는 창의력 폭발(Burst of Ingenuity) 능력으로 중후반부까지 유용하게 활약할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은 투명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지만 이건 마지막 양심으로 봐주자.
아무튼 이 경이의 스핑크스는 1레벨 플레이어 2~3명 분량의 강함을 자랑하는 말도 안되는 소환수다.
그리고 D&D 2024의 워락은 이 소환수를 1레벨부터 뽑을 수 있다.
원래 워락의 3레벨 직업 특성이던 세 가지 계약의 은혜가 각각 개별적인 섬뜩한 영창으로 바뀌었고, 무려 1레벨부터 이 영창들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3레벨 직업 특성이던 것들을, 심지어 상향된 버전으로! 사슬의 계약은 소환수 찾기 주문의 시전 시간을 줄여주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행동으로 주문 슬롯 소모 없이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재료만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지 전투 중에 재소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스핑크스 외에 임프나 콰짓 같은 소환수도 1레벨에서는 매우 강력한 괴물이다. 특히 임프나 콰짓은 투명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핑크스와 충분히 차별화가 가능하다. 아무튼 이렇게 되니 사슬의 계약을 고른 1레벨 워락은 혼자 2~3인분을 하는 셈이 되었다. 정확히는 워락이 아니라 스핑크스가 센 거지만. D&D 2024에서는 당신이 소환수를 부리는 게 아니라 소환수가 당신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