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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TRPG 솔로 플레이 처음부터 시작하기 - (5) 솔로 D&D용으로 캐릭터 조정하기

nba1990 2024. 10. 15. 01:13

두 줄 요약

 

1. 솔로 D&D 난이도 조정: 시작 레벨+2로 올리고, D&D 5판 NPC(예: 경비병, 깡패) 하나를 용병으로 고용

 

2. 기본 행동 설정: 캐릭터의 정보(성향, 인격 특성 등)를 통해 캐릭터의 기본 행동을 설정하고(ChatGPT 등을 활용 추천), 캐릭터 시트에 기록한 뒤 플레이 준비 완료!


선생님, 솔로 TRPG라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이었습니까...이럴 줄 알았다면 시작도 하지 않을 것을 그랬습니다...

 

무언가 오해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모든 플레이어가 TRPG 세션에서 캐릭터를 만들 때 거친다. 여러분은 TRPG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익히느라 읽어야 하는 글이 많을 뿐이다. 혹시 지금까지의 글에서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 있었다면 댓글에 적어 내게 알려주길 바란다. 1:1로 붙잡아서라도 설명을 해 줄 테니까. 사실 TRPG 규칙은 마스터가 플레이어들 붙잡고 과외를 해줄 때 가장 이해가 잘 간다.

 

아무튼, 지난 시간까지는 D&D를 플레이하기 위한 기본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지금부터는 솔로 TRPG를 위한 캐릭터 조정 작업에 들어간다. DM Yourself에 나와있는 내용을 그대로 알려줬다간 저작권의 문제가 있으므로 그냥 "DM Yourself 사서 시키는 대로 하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초보에다가 DM Yourself 같은 책을 사서 본격적으로 솔로 D&D를 즐기기 전에 한 번 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 생각하겠다. 따라서 DM Yourself의 핵심적인 내용은 최대한 언급하지 않고, 적당히 솔로 D&D를 즐길 수 있도록 캐릭터를 조정하는 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자, D&D의 시나리오는 원래 4~6인 파티 플레이를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캐릭터 하나로 플레이를 하려 한다. 게임의 난이도가 하드코어 모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캐릭터를 여러 개 플레이하자니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서 복잡하고 게임이 루즈해진다고 다른 글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레벨을 올리고, 캐릭터를 하나 더 조종한다.

 

"엥? 레벨이야 그렇다치고, 캐릭터 하나만 조종한다면서!" 맞다, 캐릭터는 하나만 조종할 것이다. 두 번째 캐릭터는 사실 캐릭터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원래는 NPC인 존재들이다. 지금 당장 D&D 5판 베이직 룰 한국어판의 160쪽을 펴보라.

 

 

160쪽에는 사진에 나와 있는 경비병부터 시작해 총 9종류의 논플레이어 캐릭터(NPC)가 제시되어 있다. 이들은 플레이어 캐릭터와 다르게 행동 선택지가 훨씬 간단하여 조종하기도 훨씬 쉽다. 당신이 할 것은 이들 중 하나를 용병으로 고용하여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자료 상자(Stat Block)라고 하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하고 가겠다. 사실 자료 상자라는 이름은 나 말고는 쓰는 사람을 아무도 본 적이 없고 대부분은 스탯 블록이라고 부른다. 바로 위 사진의 노란 부분이 스탯 블록이다. 스탯(능력치)이 적혀 있는 블록(상자)처럼 보이지 않는가?

 

...아무튼, 자료 상차의 맨 위에는 해당 NPC의 이름이 나와 있다. 사진의 NPC는 경비병이다. 이름 아래에 있는 것은 해당 NPC 크기, 크리처 종류, 성향이다. 경비병은 중형 크기의 인간형 크리처다. 종족에는 제한이 없고, 성향 역시 그 무엇이든 상관없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아무렇게나 정해도 좋다.

 

그 아래에 나와 있는 것은 지난 번에 설명을 미루고 넘어갔던 방어도이다. 방어도와 함께 DC(Difficulty Class)라고 하는 것도 같이 설명을 해보자. D&D의 세계에서는 주사위를 굴리고 보너스를 더하고 빼고 해서 어떤 행동의 결과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런데, 주사위에서 얼마 이상 나와야 성공이고 실팬데? 그 '얼마'의 역할을 하는 애가 바로 DC, 난이도라고 하는 녀석이다(D&D 5판 베이직 룰 한국어판 60쪽) . 여러분은 앞으로 이런 식의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DC 15의 근력(운동) 판정에 성공하면 도랑을 넘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근력(운동) 판정으로 20면체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에 근력 보너스와 숙련 보너스까지 더한 값이 15 이상이라면 도랑을 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행동이 별다른 훈련 없이도 쉽게 할 수 있다면 난이도는 10(쉬움)이고, 어느 정도의 훈련이 있다면 평범하게 할 수 있거나 훈련이 없는 사람은 운이 좋아야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난이도가 15(보통),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도 어려운 행동이라면 난이도가 20(어려움)이다.

 

이 DC는 내성 굴림과 능력 판정에서의 목표치 역할을 한다. 명중 굴림에서의 목표치는 바로 이 방어도, Armor Class라고 부르는 녀석이다(D&D 5판 베이직 룰 한국어판 75쪽). 경비병의 방어도가 16이라고 하면, 당신은 20면체 주사위를 굴려 근력 보너스와 숙련 보너스까지 더해서 16 이상이 나와야 경비병에게 공격을 맞힐 수 있다는 뜻이다.히트 포인트부터 기술까지는 이미 설명했던 것이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아참, 경비병은 기술에 '감지 +2'만 있는데, 즉 경비병은 감지 기술에만 숙련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 그러면 숙련 보너스가 얼만데? 보자, 지혜는 0이니까, 20면체 주사위 값에..." NPC는 그렇게 어렵게 계산할 필요 없다. 이미 숙련 보너스와 능력 수정치까지 다 더한 값이 바로 기술 옆에 있는 숫자다. 감지 판정을 실시할 때는 주사위 값에 보너스로 2를 더하면 되는 것이다. 그 외의 나머지 모든 판정에는 그냥 능력 수정치만 더하고.

 

감각능력에 적혀 있는 상시 감지(Passive Perception)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혹시...탄피라고 하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가? 탄피는 탄환이나 포탄의 껍데기 형태의 부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총을 쏘면 탄환 앞쪽의 뾰족한 부분은 목표를 향해 날아가고 탄피는 바닥에 떨어진다. 군필 독자라면 여기까지는 너무나도 지루한 설명일 것이다.

 

그러면 혹시...탄피를 잃어버려 본 적 있는가?

 

대한민국의 군인은 부대에 따라 다르지만 정기적으로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이 사격 훈련을 실시하면 당연히 탄피가 우수수 나온다. 그리고 대한민국 군대는 이 모든 탄피를 한 발도 빠지지 않고 수거하여 일일이 개수를 센다. 왜? 군인에게 탄환을 10발 쏘라고 줬는데 정작 탄피는 9개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탄환을 쐈는데 탄피가 사라진 건지, 아니면 애초에 탄환 한 발을 아예 안 쏜 건지 알 수가 없다. 후자의 경우, 만약 누군가가 그 탄환을 찾아서 숨겨두고 있다가...다른 장소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발사를 한다면?

 

대한민국 군대는 그러니까 발사한 모든 탄환의 숫자와 수거한 모든 탄피의 숫자를 일치시킨다. 만약 탄피가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그때는 난리가 난다. 탄피를 찾을 때까지 사격 훈련장을 이 잡듯이 뒤진다. 언제까지? 탄피가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이고, 반복해서.

 

그리고 당신이 D&D 캐릭터가 되어 이 탄피를 찾는다고 해 보자.

 

이때 탄피를 찾는 행동을 능력 판정이라고 한다면 기술은 아마 감지가 될 것이다. 만약에 한 두 시간 정도 탄피 찾기 행동을 반복했다고 치면...2시간 내내 주사위를 굴려야 하는 걸까? 당연히 당신은 더 말이 되고 덜 미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 경우에 쓰는 규칙이 상시 판정이다. 상시 판정이란 반복적으로 행하게 되는 작업에서 주사위를 굴리지 않고 실시하는 판정을 말한다(D&D 5판 베이직 룰 한국어판 61쪽). 주사위를 안 굴리고 값을 어떻게 결정하냐고? 상시 판정은 20면체 주사위를 100번, 1000번, 10000번, 아니, 더 많이 많이 굴릴 수록 그 결괏값의 평균이 10에 수렴하게 된다는 상식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상시 판정의 결괏값은 10에 일반적인 보너스들을 더한 값이다. 만약 캐릭터가 해당 판정에 이점을 받고 있다면 5를 더하고, 반대로 불리점을 받고 있다면 5를 뺀다.

 

상시 감지는 바로 상시 감지 판정을 말한다(D&D 5판 베이직 룰 한국어판 62쪽) . 감지 판정을 반복적으로 행하게 되면 상시 감지가 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하지 않더라도 눈을 뜨고 있으면 무언가 우연히 보이기도 하고 그러지 않는가. 다시 경비병의 자료 상자로 돌아와서, 경비병의 상시 감지는 12이다. 어떤 감지 판정의 DC가 12를 초과하는 경우, 이 경비병은 상시 감지로는 절대로 해당 판정에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도전지수는 이 NPC가 그래서 얼마나 강하고 위협적인 상대인지 나타내는 지표이다(D&D 5판 베이직 룰 한국어판 113쪽). 도전지수가 1이라고 하면 보통 4명의 1레벨 모험가가 무난하게 아무도 죽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상대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비병은 도전지수가 1/8이니 얼마나 약한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겠다. 아마 1레벨 모험가 정도 되지 않을까?

 

NPC 자료 상자의 행동 섹션에서는 해당 NPC가 취할 수 있는 공격 관련 행동들이 나와 있다. 경비병은 창 공격 행동을 실시할 수 있다. '명중 +3'은 명중 굴림에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3을 더하란 뜻이다. 근력이 얼마고, 숙련 보너스가 얼마고, 이런 거 계산하지 말고. 간격 5ft라는 말은 5ft 이내의 적만 공격할 수 있단 뜻이다. 장거리 20/60ft라는 말은 이 무기로 최대 60ft까지 장거리 공격을 실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 20ft까지만 아무런 페널티 없이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고, 20ft부터 60ft 사이의 거리라면 명중 굴림에 불리점을 받게 된다. 목표는 하나만.

 

명중시: 4(1d6+1)점의 관통 피해는 이 무기의 피해 굴림(Damage Roll)을 나타낸다. 공격의 피해량은 20면체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무기마다 할당되어 있는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한다. 창과 같이 상대적으로 약한 무기는 d6을 굴리고, 대검처럼 강력한 무기는 d12를 굴리는 편이다. 경비병의 창 공격은 d6을 한 개 굴린 뒤(1d6) 1을 더한 값(+1)을 피해량으로 결정한다. 그러면 1d6+1앞의 4는 뭐냐고? 1d6+1 피해 굴림의 평균값이다. 주사위 굴리기 귀찮으면 그냥 피해량을 고정적으로 4점이라고 하라는 뜻이다.

 

자, 아무튼 이렇게 NPC의 자료 상자를 읽는 법을 알아봤다. 우리는 이러한 NPC들을 용병으로 고용할 것이다. 용병의 품삯에 대한 기준은 D&D 5판과 2024 D&D 양쪽에서 찾을 수 있다.

 

 

숙련된 고용인은 하루에 2골드, 비숙련 고용인은 하루에 2실버, 그냥 전령은 1마일 당 2코퍼다. "뭐야? 생각보다 싸잖아?" 미안하지만 저게 최소 급여다. 그러면 얼마가 적당하냐고? 다시 말하지만 솔로 TRPG는 이런저런 고민을 할 여지를 최대한 줄이는 게 목표다. 그러니까 그냥 버는 돈의 절반을 주도록 하자.

 

자, 요약하면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D&D 5판 베이직 룰 한국어판에 등재되어 있는 NPC중 하나를 용병으로 고용하여 데리고 다니면 된다. 레벨은 시작 레벨보다 2 높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레벨을 2 높여 파이터 레벨이 3이 되었으므로 3레벨 까지의 파이터 직업 특성을 시트에 기록했다. 시트를 직접 수정해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려면 클래스&레벨, 배경 등이 적혀 있는 섹션에 마우스를 가져다 댄다. 그러면 톱니바퀴 모양이 나오는데, 톱니바퀴를 눌러 서브클래스와 레벨을 직접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3레벨이 되면 파이터 서브클래스를 고를 수 있는데, 무료 규칙에서는 챔피언 서브클래스만 고를 수 있으므로 챔피언을 택했다. 또한 2개의 히트 다이스를 추가로 얻었기에 이를 시트에 기록하고 최대 hp를 증가시켰다. 나는 쫄보라서 주사위를 굴리지는 못하고 평균값대로 최대 hp를 증가시켰고, 내 캐릭터의 최대 hp는 28{=12+(6+2)X2)}이 되었다.

 

 

용병은 내 캐릭터와 hp가 비슷한 깡패(Thug)를 고르기로 했다. 깡패의 캐릭터 시트는 만들 필요가 없다. Roll20의 개요서에서 무료로 제공해 준다. 깡패 항목을 Roll20의 맵에다가 드래그 앤 드롭하면 내 저녈에 깡패의 NPC 시트가 추가된다.

 

 

자, 다음은 내 캐릭터의 기본 행동을 설정할 차례다. 기본 행동이 무엇인지는 지난 글에서 설명한 바 있다. DM Yourself에서는 기본 행동을 세 가지로 분류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하는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여기에 실을 수는 없다. 그러니 전지전능한 ChatGPT를 활용하도록 하자.

 

 

ChatGPT 무료 버전을 사용한 것이므로 누구나 이와 비슷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얻은 답을 캐릭터 시트에 기록해 둔다.

 

자, 이제 진짜로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 이번엔 진짜다!

 

다음 시간에는 솔로 D&D 플레이의 기본 원리를 Frozen Sick 어드벤처를 실제로 Roll20을 이용해 플레이해 보면서 알려주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