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솔로 리플레이: 서리 역병(Frozen Sick) - (6) 살의금고(Salsvault)
nba1990
2025. 5. 26. 22:53
약 네 시간 정도 몰아치는 눈보라와 살을 에는 추위를 헤치고 나아간 원정대와 당신은, 반쯤 얼음에 파묻혀 있는 짙은 남색의 석조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회색 석재로 된 문에는 반쯤 드러난 해골 얼굴을 형상화한 조각과, 그 위에 일정한 크기와 간격으로 특이하게 생긴 균열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적어도 당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일정한 크기'와 '간격'에서 다른 것을 읽어낸 모양입니다. 퀴날라가 균열들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고대 용언(Archaic Draconic)입니다. 에오르에서 쓰이던 언어로, 지금의 용언과 비슷해보이지만 조금 달라요."
말라는 균열들을 바라보고는 스카프를 추켜올리며 눈살을 찌푸립니다.
말라 윅스:"그 정도는 저희도 알아요. 못 읽어서 그렇지. 그래서, 여기에는 뭐라고 써 있어요? 보물 창고?"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음, 공용어로 풀이하자면, 살의 금고가 되겠네요."
말라 윅스:"금고? 진짜로 금고예요? 연구소 아니고, 납골당 아니고, 보물이 들어 있는 금고?"
말라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조르나는 코웃음을 치며 턱짓으로 균열의 아래에 있는 문을 가리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야, 빨갱이. 너는 저 해골 대가리를 보고도 보물 생각밖에 안 드냐? 입구에서부터 저렇게 좆같은 경고 표시가 달려있는 곳은 또 처음이네."
옆에서 불안한 눈으로 문을 살피던 핌도 한 마디 더합니다.
핌 글림버클:"그리고, 그리고 문이 꽁꽁 얼어붙어 있어. 문의 무게, 얼음의 두께에 따른 단단함을 고려해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최소한 사람 네다섯 명의 무게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해야..."
조르나 퀵블레이드:"아, 힘쓰는 일은 얘 시키면 되잖아. 레모라즈도 잡았는데 문 여는 거야 씨발 일도 아니지. 안 그래?"
브리엔느:@조르나의 도발에 조르나를 한 번 쳐다보기는 하지만, 별다른 말없이 앞으로 나서려 합니다.
그리고 굉음과 함께, 폭발하는 불덩어리가 문 앞의 새하얀 공간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킵니다. 불길은 당신의 코앞 아슬아슬한 곳까지 뻗치고, 열기와 폭풍이 당신의 온몸을 덮칩니다.
브리엔느:@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움츠립니다.
당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얼굴과 방한복 아래 화상에서 다시 한 번 피부가 타들어가는 통증이 느껴집니다. 잠시 후 눈을 뜨면, 방금까지 문 앞에 웅크리고 있던 얼음 메피트 네 마리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습니다. 문을 뒤덮고 있던 두터운 얼음층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기 중에는 뜨겁게 달궈졌다가 식어가는 바위의 냄새가 짙게 배어듭니다.
흩날리는 증기 사이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채 뭐라 중얼거리는 조르나입니다.
안타깝게도 당신은 그녀의 입모양에서 아무 것도 읽어내지 못합니다. 당신이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옆에 있던 말라가 표정을 관리하느라 안간힘을 쓰며 엘드린을 올려다 봅니다.
말라 윅스:"어, 이런 상황에서 고맙다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엘드린은 얼음이 녹아 내린 문에서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대꾸합니다.
엘드린 벨샤룬:"감사할 필요는 없다.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니까."
말라 윅스:"아니, 그게 아니라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까 눈앞이 캄캄해져서요. 하마터면 메피트들이랑 같이 통구이가 될 뻔했다는 건 둘째 치고."
엘드린 벨샤룬:"앞으로 벌어질 일?"
말라 윅스:"방금 마법사님이 불덩어리를 시원하게 터트려 주신 덕택에, 저희의 방문을 유적 안의 모든 주민들이 알아버렸을 것 같거든요. 아마 지금쯤 우릴 격하게 환영해줄 준비를 하고 있겠네요."
하지만 엘드린은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엘드린 벨샤룬:"한곳에 모여 있으면 처리하기 쉬워질 뿐이다. 지체할 이유가 없다. 문을 열어라."
엘드린의 명령을 들은 원정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렌프로를 돌아봅니다. 렌프로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앞으로 나서면서 당신과 가르복을 향해 손짓합니다.
렌프로 힐록:"브리엔느, 가르복. 문을 열어라.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긴장을 늦추지 마라."
브리엔느:@ 렌프로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대검을 한 손에 쥔 채 가르복과 함께 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갑니다. 눈이 녹으며 생긴 미끄러운 지면 위에 발을 단단히 고정한 채, 눈 속에 파묻혀 있던 문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더듬어 찾습니다.
당신의 손끝에 무언가 움푹 들어간 부분이 걸립니다. 당신의 반대편에 선 가르복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는지 당신을 향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브리엔느:@가르복의 신호에 맞춰 문을 조심스럽게 문을 밀어봅니다.
당신과 가르복이 동시에 힘을 주자, 문이 느리게, 그리고 음산한 마찰음을 내며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돌문 너머에서는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갇혀 있던 공기가 곰팡내와 철분 냄새를 풍기며 뿜어져 나옵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너비 약 30피트의 정사각형 모양의 석실입니다. 벽과 바닥, 천장은 푸르스름한 남색 석재로 마감되어 있고, 벽면 곳곳에 규칙적으로 박혀 있는 촛대에서는 아무런 초도 없이 청백색 횃불이 타오르며 방 안을 밝히고 있습니다. 바깥의 추위와 소음은 돌벽에 막혀 단숨에 잦아들고, 그 자리를 대신해 기묘한 정적과 반사음이 공간을 채웁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보는 사람을 압도할 만한 분위기와 모습을 자랑하는 방이지만, 지금 이 순간 아마 당신의 관심은 방의 모습보다는 다른 곳에 가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붉은 눈을 빛내며 당신을 노려보고 있는 네 벌의 강철 갑옷이라든지.
당신과 갑옷들의 눈이 마주치자, 갑옷의 금속 이음새에서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네 벌의 갑옷이 일제히 당신을 향해 돌진합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뒤쪽에서 렌프로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브리엔느:@갑옷 안쪽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 외에는 적들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어서, 일단은 방어에 주력하며 적들의 빈틈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정찰병:
내부 손상 Inernal Injury
말라는 전투 중에 행동을 취하려 할 때마다 DC 15의 건강 내성 굴림을 실시해야 합니다. 실패할 시 말라는 행동을 잃는 것에 더해 자신의 다음 턴이 시작될 때까지 반응 행동을 취하지 못합니다. 이 부상은 마법적 치유를 받거나 열흘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낫습니다.
당신 만큼이나 적들의 출현에 빠르게 반응한 말라가 황급히 활을 겨누려고 해보지만, 갑작스런 움직임에 격통이 또다시 그녀를 찾아온 듯합니다. 말라는 소리도 못 내고 입만 뻐끔거리며 몸을 웅크리고, 그 사이 가장 앞쪽에 있는 갑옷이 어느새 당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문자 그대로 강철로 된 주먹을 휘두릅니다.
냉기의 광선이 금속 외피를 정통으로 관통하자 갑옷의 몸체를 덮고 있던 서리가 그대로 얼어붙고, 관절 사이사이에서 딱딱 소리를 내며 얼음 결정이 형성됩니다. 갑옷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둔해지는 것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갑옷들이 그 사실에 반응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작은 불덩어리가 마치 화살처럼 옆에 있던 다른 갑옷을 향해 날아갑니다.
하지만 렌프로가 갑옷 사이 틈새를 간신히 한 번 벤 것을 제외하면, 원정대원들의 대부분의 공격은 단단한 판금 갑옷에 튕기거나 막혀 무력화됩니다. 좌우에서 들려오는 동료들의 거친 숨소리가 그들이 위압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브리엔느:@수없이 쌓아온 전투 경험으로 인해,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여 기세를 올려야 한다는 판단이 불현듯 머리를 스칩니다. 재빨리 방어 자세를 풀고 대검을 어깨 뒤로 넘긴 뒤 갑옷 하나에 시선을 고정합니다. 방금 전 엘드린과 렌프로의 공격을 받아 갑옷이 여기저기 떨어져 나간 녀석입니다.
당신의 대검이 마치 번개처럼 움직이는 갑옷에게 내리 꽂힙니다. 갑옷은 황급히 장갑을 들어 올리지만, 장갑은 물론 이미 함몰된 흉갑과 투구까지 한꺼번에 뜯어내 버립니다. 충격으로 심하게 휘어진 갑옷 파편이 바닥에 나뒹굽니다.
브리엔느:@멈추지 않고 칼을 당겼다가 그대로 오른쪽에 있는 갑옷을 올려 벱니다.
대형 무기 전문가 Great Weapon Master
재주: 일반 재주
당신은 다음과 같은 혜택을 얻습니다. ㆍ능력 점수 상승.당신의 근력 점수가 1점 상승합니다. (최대 20까지 가능) ㆍ대형 무기 통달.당신이 자기 턴에 공격 행동의 일환으로 중량형 속성을 갖고 있는 무기를 이용해 어떤 크리처에게 공격을 명중시켰다면, 당신은 해당 무기가 목표에게 추가 피해를 가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추가 피해량은 당신의 숙련 보너스의 값과 같습니다. ㆍ베어 넘기기.당신이 근접 무기로 치명타를 가하거나 어떤 크리처의 hp를 0으로 떨어트린 직후, 당신은 추가 행동으로 같은 무기를 이용해 한 번의 공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이 무기로 어떤 크리처에게 실시한 명중 굴림이 빗나간 경우, 당신은 해당 크리처에게 명중 굴림에 사용한 능력 수정치만큼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스치기 피해의 종류는 무기가 주는 피해의 것과 같으며, 스치기의 피해량은 능력 수정치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만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브리엔느:@이를 악물고 칼을 휘두른 반동을 이용해 몸을 그대로 회전시킨 다음 다시 한 번 세로로 검을 내리 찍습니다.
행동 연쇄 Action Surge
클래스: 파이터(2024)
당신은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활약을 하도록 스스로를 몰아붙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자기 턴에 마법 행동을 제외한 행동 하나를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 요소를 한 번 사용했다면, 짧은 휴식이나 긴 휴식을 마치고 나서야 다시 이 요소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갑옷이 충격에 비틀거리며 간신히 균형을 잡으려고 할 때, 뒤에서 날아온 화살 두 발이 순식간에 갑옷의 팔과 다리 부분의 이음새를 꿰뚫습니다. 몸통과 사지를 연결해 주던 끈이 끊어지자 몸통만 남은 갑옷이 바닥에 볼썽사납게 나뒹굽니다. 뒤를 돌아보면 말라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 활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옆에서는 퀴날라가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주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지 퉁명스럽게 당신을 쏘아보는 엘드린은 덤입니다.
서로 대조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과 달리, 퀴날라와 엘드린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주문을 시전합니다.
두 사람의 손끝에서 빛나는 구체들이 발사되더니 화려한 빛의 꼬리를 남기며 순식간에 움직이는 갑옷들의 갑옷 틈새 여기저기에 꽂힙니다. 견갑이나 투구 같은 부위들이 떨어져 대롱대롱 갑옷에 매달린 모양이 됩니다. 하지만 움직이는 갑옷들은 그런 상태로도 잠시 주춤했을 뿐, 전혀 예기가 꺾이지 않았다는 듯이 쓰러진 갑옷들을 밟으며 돌격해 옵니다.
말라는 전투 중에 행동을 취하려 할 때마다 DC 15의 건강 내성 굴림을 실시해야 합니다. 실패할 시 말라는 행동을 잃는 것에 더해 자신의 다음 턴이 시작될 때까지 반응 행동을 취하지 못합니다. 이 부상은 마법적 치유를 받거나 열흘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낫습니다.
남아 있는 갑옷의 움직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본인이 최후의 생존자라는 사실이 갑옷에게는 그리 중대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적어도 원정대원들의 사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그들의 달라진 눈빛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렌프로는 물론 조르나, 심지어 가르복까지 괴성을 내지르며 갑옷에게 공격을 퍼붓습니다.
조르나가 작은 쇠뇌를 꺼내 화살을 날리는 사이 렌프로와 가르복은 움직이는 갑옷에게 달려들어 갑옷을 붙잡으려 드잡이질을 합니다. 그리고 저항하던 갑옷을 가르복이 간신히 붙잡자, 가르복은 곧장 갑옷을 단검의 소용돌이 속에 밀어 넣어 버립니다. 다시 한 번 듣기 싫은 금속음이 울려 퍼집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의 대검이 움직이는 갑옷의 몸체를 가르며 흉갑 너머까지 깊이 파고듭니다. 그러자 이음새가 끊어진 금속 조각들이 둔탁한 충격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 나갑니다. 마지막 남은 갑옷은 움직이던 팔을 반쯤 들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렸다가, 다음 순간 그 자리에 그대로 우그러지고 뒤틀린 채 바닥에 무너져 내립니다. 방 안은 소음으로 가득 찼던 직전까지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고요에 휩싸입니다.
마지막 피날레처럼 허공을 휘돌던 단검의 회오리도 마법이 풀리며 사라지고, 자리에 남는 것은 금속 파편, 찌그러진 장갑, 부서진 투구, 그리고 이끼 낀 바닥에 흩어진 먼지뿐입니다. 렌프로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칼을 검집에 집어 넣습니다.
렌프로 힐록:"모두 부상자를 확인한다. 브리엔느, 가르복, 괜찮나?"
렌프로의 말에 가르복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보입니다. 새까만 비늘 때문에 얻어맞은 자리가 분명치 않아서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입니다.
브리엔느:@마찬가지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고릅니다.
재기의 바람 Second Wind
클래스: 파이터(2024)
당신은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체력의 근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당신은 추가 행동을 사용하여 1d10 + 당신의 파이터 레벨만큼 hp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요소를 세 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짧은 휴식을 완료하면 당신은 소모한 사용 횟수를 1회 회복할 수 있고, 긴 휴식을 마치면 소모한 사용 횟수를 모두 회복합니다.
rolling 1d10+4
(
4
)
+4
=
8
GM (GM):"움직이는 갑옷 네 마리가 유적을 지키고 있는 것이 발렌포스트의 원정대원들에게 보기 힘든, 드문 일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겠습니다. 브리엔느나 엘드린, 퀴날라가 없었다면 베테랑인 죄수2반의 힘으로도 입구를 돌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주사위 값에 +1을 더합니다.
rolling d6+1
(
1
)
+1
=
2
퀴날라가 움직이는 갑옷들의 잔해를 가볍게 살피며 말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에오르의 유적에서 흔히 발견되는 수호병들이군요. 에오르는 이렇게 마법으로 움직이는 인형 하인들이 보편적이었을 정도로 마법이 발달한 국가였답니다."
배를 움켜쥐고 꾸물꾸물 움직이는 게 고작인 상황에서도, 말라는 딴지를 놓는 것을 참지 않습니다.
말라 윅스:"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그런 의미에서 에오르 사람들은 참 대단했던 것 같아요."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놀라시기엔 아직 일러요. 에오르의 기술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에오르 사람들은 단순히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자아를 가진 인형을..."
말라 윅스:"그게 아니라, 용기가 대단하다는 건데요. 저는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제 머리를 호박처럼 으깨버릴 수 있는 강철 허수아비를 하인으로 쓸 배짱까지는 없거든요."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아, 당시 에오르 사람들에게는 그것 역시 큰 문제는 아니었을 거예요. 지금까지 발견된 유물로 미루어 볼 때 에오르는 매우 뛰어난 의술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이 되거든요."
말문이 막혔는지 말라가 입을 벌린 채 퀴날라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 엘드린이 유적 문 앞에 있던 원정대원들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옵니다. 그리고 당신과 가르복의 사이에 서서 냉랭한 말투로 말합니다.
엘드린 벨샤룬:"방해하지 말고 비켜라."
가르복은 눈두덩을 꿈틀거리며 잠시 엘드린을 쳐다보긴 했지만, 이내 별말 없이 길을 비켜줍니다. 당연하게도 엘드린은 고맙다는 말이나 고개 끄덕임도 없이 당신과 가르복을 지나 유적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때, 뒤에서 입술을 깨물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르나가 조용히 렌프로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렌프로, 모두가 뒈지는 것보다는 한 명이 뒈지는 게 낫다고 당신이 그랬지?"
렌프로는 곧장 대답하는 대신 조르나의 시선을 맞받아 가만히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조르나도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말을 잇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그런 좆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저 새끼 때문에 그렇게 될 거라고 봐. 움직이는 갑옷도, 씨발, 함정을 설치해 놓고 거기로 유인해서 처리하는 게 정석인데, 저 새끼 때문에 멍청하게 정면으로 들이받은 거잖아. 안 그래?"
렌프로 힐록:"마법사들 때문에 움직이는 갑옷들을 더 수월하게 쓰러트릴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씨발, 그러면 우리는 뭐, 손가락 빨면서 놀았어? 마무리는 거의 우리가 다 했잖아! 갑옷들한테 얻어터져 가면서!"
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노기만은 확실하게 주위에 전달됩니다. 모두의 주의가 두 사람에게 집중되자, 조르나는 한층 더 작은 목소리로, 하지만 잔뜩 힘주어 강조하듯 말합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잘 들어. 만약에 저 새끼 때문에 우리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난 그때 안 참아. 무슨 말 하는지 알 거야. 당신이 저 새끼를 설득하든, 저 새끼 낯짝을 한 대 갈겨서 말을 알아먹게 하든 그런 상황이 안 오게끔 해. 어쨌든 당신이 우리 대장이니까."
그리고 조르나는 홱 몸을 돌려 뒤쪽에 있던 썰매로 다가가고, 렌프로와 조르나 사이에서 다른 이들은 저마다 난감한 표정으로 렌프로를 쳐다봅니다. 렌프로는 조르나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명령을 내립니다.
렌프로 힐록:"말라, 핌. 조르나와 함께 썰매에서 필요한 장비들을 챙겨라. 브리엔느, 가르복은 유적 안에서 마법사님들을 호위하도록."
가르복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퀴날라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복잡한 표정이 된 퀴날라는 별다른 말없이 가르복과 함께 유적 안으로 들어갑니다.
브리엔느:@렌프로처럼 마지막까지 조르나를 지켜보다가 조심스럽게 유적 안으로 발을 들입니다.
유적 안의 모습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몇 가지 세부 사항은 있습니다. 먼저 방의 왼쪽과 오른쪽 벽에는 유적의 입구와 같은 재질로 이루어진 검은색 돌문이 하나씩 있는데, 살짝 열려 있는 오른쪽 문과 달리 반대쪽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면의 벽에는 닫힌 문들보다도 훨씬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유적의 입구에 적혀 있는 것들과 비슷해 보이는 어떤 문자들입니다. 글자의 숫자가 훨씬 많은 것이, 거의 문장에 가까워 보입니다. 퀴날라가 문구를 눈으로 훑음과 동시에 소리내어 읽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살의금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방문객 여러분께서는 여기에서 저희의 수행원을 기다려 주세요. 허가 없이는 그 어떤 물건이든 손도 대어서는 안됩니다.' 방문객이 찾아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을 정도로 개방된 시설이었나 봅니다."
브리엔느:@퀴날라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묻습니다.
"무언가를 전시하는 공간이었다는 뜻입니까?"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그것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국가 기밀 시설이라도 방문객이 있을 수 있지요. 물론 대부분은 '관람'이 아니라 '감독'이 목적인 방문일 테지만요. 미리 약속을 잡지 않아도 방문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물론 에오르 사람들 기준으로 '안전한' 물건이겠지요."
브리엔느:@납득이 가는 듯, 안 가는 듯하여 일단은 계속 주위를 둘러 봅니다.
당신이 들어오기 전부터 방 안을 살피고 있던 엘드린이 퀴날라에게 보고합니다.
엘드린 벨샤룬:"아마 오른쪽 문을 통해서 움직이는 갑옷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문이 강제로 열린 듯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퀴날라가 고개를 끄덕일 때, 마침 렌프로와 바깥에 있던 인원들이 장비들을 메고 유적 안으로 들어옵니다. 퀴날라가 렌프로를 쳐다보며 말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힐록 반장. 유적 탐험의 전문가인 당신과 2반의 의견을 묻고 싶군요. 닫혀 있는 문과 닫혀 있지 않은 문,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렌프로는 잠시 고개를 들어 유적 내부를 둘러본 뒤, 닫힌 문과 열린 문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그리고는 닫힌 문 쪽으로 다가가 문을 슬쩍 밀어봅니다. 돌로 된 문이 꿈쩍도 하지 않자 렌프로가 입을 엽니다.
렌프로 힐록:"열린 문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문을 통해 움직이는 갑옷들이 나온 것으로 보이니, 적어도 저 문 뒤에서는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적거나 아예 사라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 문은 잠겨 있으니 적들이 이 문을 통해 저희를 기습한다 하더라도 저희가 눈치를 채거나 반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퀴날라가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수긍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그 판단에 동의합니다. 일단은 안전해 보이는 곳부터 확인하죠."
퀴날라의 말이 끝나자 엘드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턱짓을 합니다.
엘드린 벨샤룬:"앞장서라."
렌프로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 당신과 조르나를 봅니다.
렌프로 힐록:"조르나, 브리엔느. 뒤에서 엄호해라."
렌프로가 살짝 열려 있던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산산조각이 나서 방의 왼쪽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돌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 형태를 간신히 짐작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부서져 있습니다. 반대쪽 벽에는 두 개의 돌로 된 상자가 있는데, 상자 주위의 바닥이 온통 고운 모래로 뒤덮여 있습니다. 반대편에 있는 문은 이번에도 역시 살짝 열려 있습니다.
렌프로는 방 가운데에서 계속해서 주위를 경계하며 당신과 조르나에게 눈짓으로 상자와 박살난 돌판을 가리킵니다. 조르나가 먼저 돌 상자에 다가가서 상자와 그 주위 모래를 살핍니다.
브리엔느:@조르나의 반대편으로 이동하여 돌무더기 아래에 무언가 있지는 않은지, 위험 요소는 없는지 살핍니다.
안타깝게도 당신은 돌무더기에서 별다른 수상한 것을 찾지 못합니다. 반면 조르나는 모래 위의 무언가를 가리키며 렌프로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발자국이야. 아까 움직이는 갑옷들 거 같은데. 저 방에서부터 이어져 있어."
렌프로 힐록:"상자에는 아무 것도 없나?"
조르나 퀵블레이드:"있지. 꼴도 보기 싫은 게."
그리고 조르나는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손에 쥐고 흔들어 보입니다. 아름다우면서도 생경한, 그러면서도 낯이 익은 디자인의 유리병. 그리고 그 안에서 조르나의 손에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푸른 가루.
혹한의 비애의 가루입니다.
브리엔느:@뜻밖의 조우에 순간 심장이 크게 두근거립니다. 이 여정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게 될 저 가루가 마치 삶과 죽음, 그리고 희망과 절망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렌프로는 유리병을 보자마자 당신의 안색을 살피고는, 당신이 괜찮아 보였는지 곧바로 조르나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렌프로 힐록:"알겠다. 병이 꺠질 수도 있으니 상자 안에 그대로 두도록. 나가는 길에 회수한다."
그리고 렌프로는 아까보다는 약간 경계심이 누그러진 움직임으로 다음 방문을 밉니다.
세 번째 방의 모습은 두 번째 방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방 곳곳에 석재의 잔해가 널려 있다는 것은 같지만, 잔해 사이로 녹슨 판금 갑옷 조각들도 흩어져 있습니다. 방의 건너편에는 유적 안에서 마주한 것들 중 가장 거대한 구조물이 있는데, 그 안에 잔뜩 깔려 있는 석탄 등으로 미루어 용광로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왼쪽에는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굳게 닫혀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에게는 닫힌 문 따위보다, 잔해 더미 속에서 삐죽 튀어나와 있는 인간형의 발 두 개가 더 신경 쓰일 것이 분명합니다.
렌프로와 조르나 역시 당신과 같은 것을 발견한 듯합니다. 렌프로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며 조용히 칼을 꺼내고는 잔해 더미로 천천히 접근합니다. 조르나는 언제 꺼냈는지 양손에 칼을 들고 렌프로와 잔해 더미를 번갈아 주시합니다.
브리엔느:@마찬가지로 어깨에 걸치고 있던 대검을 손에 쥔 뒤 잔해 더미와 그 사이에서 튀어나온 발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생기 하나 없이 탁한 잿빛 살갗에는 서리가 맺혀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고, 희멀건 눈동자는 갑작스럽게 빛에 노출된 탓인지 제대로 초점을 잡지 못합니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긴 했지만 평범한 사람의 것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시체에 가까운...
GM (GM):에오르의 유적에서 언데드와 마주하는 일이 일반적인 일인지를 판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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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렌프로의 당황한 목소리가 당신의 생각을 자릅니다.
렌프로 힐록:"언데드...?"
브리엔느:@그제서야 눈앞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깨닫습니다. 수많은 이야기 속에 나타난, 저주받은 불사의 존재. 한 번도 마주친 적 없고 자세히 아는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본능적인 혐오감이 끓어 오릅니다. 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하마터면 칼을 자기도 모르게 내리칠 뻔합니다.
뒤에 있던 조르나는 언데드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었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듯합니다. 조르나가 긴장된 상태에서 목소리를 낮추느라 쉰 목소리로 묻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렌프로, 뭐야? 뭔데?"
렌프로 힐록:"...시체가 움직이고 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뭐?"
렌프로 힐록:"추위 때문에 잘 썩지 않았을 것임을 감안하면 꽤 오래 전에 죽은 것처럼 보이는데, 아직도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다. 아무래도...언데드인 것처럼 보인다."
렌프로와 당신이 느끼는 당혹감이 이제는 조르나에게까지 전염됩니다. 조르나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어, 언데드? 씨발, 언데드가 여기 왜 있는데? 여기 에오르의 유적 아니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 없었잖아!"
렌프로 힐록:"모르겠다. 일단은 보고가 우선이다. 브리엔느, 가서 이곳의 상황을 마법사들에게 전해라."
브리엔느:@렌프로의 명령에 곧장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낮춘 채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다른 원정대원들이 대기 중인 쪽으로 향합니다. 얼마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불안감에 체감으로는 몇 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혹한의 비애가 결국 온몸을 얼어붙게 만든 것은 아닌지 착각될 정도입니다.
잠시 후 방에 도착한 당신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립니다. 당신 혼자 돌아왔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표정과 분위기가 당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수많은 정보를 그들에게 전달했으리라는 것은 퀴날라의 조심스러운 말투에서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브리엔느, 당신 안색이...괜찮습니까? 무슨 일입니까?"
브리엔느:@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합니다.
"이 앞의 방에서, 잔해 더미에 깔려 있는 인간형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체가 움직였습니다. 힐록 반장님은 그 시체가...언데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퀴날라의 눈두덩 위 비늘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다가 멈춥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언데드...라고요?"
브리엔느:"예. 썩은 피부가 얼음으로 덮여 있고 눈도 하얗게 변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로 당신의 말을 듣고 있던 엘드린이 코웃음을 칩니다.
엘드린 벨샤룬:"겁에 질려서 단체로 정신이 나간 모양이군. 에오르의 유적에서 언데드가 발견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퀴날라는 엘드린을 곁눈질하며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직접 보면 알 수 있겠지요. 갑시다."
그리고 퀴날라는 주저 없이 렌프로가 있는 방으로 향하고, 엘드린은 마뜩잖다는 듯이 당신을 한 번 노려보고는 퀴날라의 뒤를 따릅니다. 남아 있던 말라와 핌, 가르복은 불안스러운 시선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브리엔느:@시선에 답하는 대신 다른 이들과 합류하자는 몸짓을 취한 뒤 다른 이들을 이끌고 문제의 방으로 돌아오고자 합니다.
방으로 돌아온 당신에게 퀴날라와 엘드린이 잔해 속의 언데드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엘드린과 퀴날라의 얼굴에서 조금 다른 것이 떠올라 있음을 발견합니다. 엘드린의 경우에는 경악이나 충격과 같은, 지금 상황에서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겨질 법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퀴날라는, 얼핏 보기에는 엘드린처럼 놀란 것처럼 보이지만 언뜻언뜻...'흥분'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집니다.
엘드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품에서 마법 지팡이를 꺼냅니다.
엘드린 벨샤룬:"한심하군. 그저 하급 언데드인 좀비 한 마리 때문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다니."
그리고 엘드린은 지팡이를 언데드에게 겨눈 뒤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그때 퀴날라가 손을 들어 엘드린을 제지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아뇨, 벨샤룬 연구원. 잠시만요."
엘드린이 움찔하며 주문 시전을 멈추자 환하게 빛나던 마법 지팡이가 빛을 잃습니다. 엘드린은 미간을 살짝 좁힌 채 퀴날라를 바라봅니다.
엘드린 벨샤룬:"...무슨 일이십니까."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벨샤룬 연구원, 이 언데드를 생포...아니, 이대로 포박해야겠습니다."
퀴날라의 말에 엘드린이 보인 반응, 그러니까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멍하니 벌리는 것은 분명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못한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퀴날라의 제안은 기대하지 못한 것을 넘어 이해조차 가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것이었기에 다들 엘드린의 표정 따위에 신경쓰지 못하는 듯합니다.
눈을 끔뻑거리던 말라가 옆에 있던 핌을 돌아보며 가까스로 한마디 내뱉습니다.
말라 윅스:"아무래도 레모라즈한테 물리면 귀가 이상해지나 봐. 환청이 들리네."
그리고 엘드린은 말라보다는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합니다.
엘드린 벨샤룬:"지금...포박이라고 하셨습니까?"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네. 어쩌면, 아니, 높은 확률로 이 언데드는 고대 에오르의 사람이었을 거예요. 이 언데드를 분석하면 에오르의 문명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엘드린. 이건...이건 정말, 위대한 역사적 발견이에요."
말을 마칠 즈음 퀴날라는 어느새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있었지만 본인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 듯합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성이 아니라 열망이 어른거립니다. 엘드린은 여전히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더 이상 퀴날라의 판단을 반박하진 않습니다. 이윽고 그는 지팡이를 내리고 고개를 돌립니다.
엘드린 벨샤룬:"알겠습니다, '브라이트스케일 수석 연구원'님. 이번 원정에서의 최종 결정권은 제가 아니라 당신께 있으니까요."
그 말의 속뜻이 '결국 책임도 네가 지는 것이다.'임을 깨닫는 데에 그렇게 빼어난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퀴날라는 엘드린의 반응을 애써 무시하며 조용히 렌프로를 돌아봅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힐록 반장, 포박 준비를 해 주세요."
하지만 렌프로가 뭐라 반응을 하기 전에 말라가 먼저 다급하게 묻습니다.
말라 윅스:"아니, 잠깐만요. 진짜로 붙잡는다고요? 쟤 기분 안 좋은 거 같은데...물면 어떡해요?"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걱정마세요. 세간에 퍼져 있는 속설과 달리, 물린다고 언데드가 되진 않으니까요."
말라 윅스:"...그게 문제가 아니라, 물리면 아프잖아요. 표정 보니까 아예 팔을 뜯어낼 기세네. 사람이나 동물이라면 어떻게 기절이라도 시키겠는데..."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엄밀한 의미에서 사람이나 동물과 같진 않지만, 언데드도 기절에 준하는 상태로 만들 수 있답니다. 생명 활동을 멈춘 언데드의 몸과 의식은 사령술의 마법에 의해 유지되는데, 신체가 상당히 훼손될 경우에는 사령 마법의 힘이 의식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약해져 언데드가 활동을 정지하게 됩니다. 물론 자칫하면 언데드가 다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능하면..."
말라는 설명을 듣던 도중에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얼굴로 렌프로를 곁눈질 합니다. 렌프로는 짧게 숨을 들이쉰 뒤, 고개를 끄덕입니다.
렌프로 힐록:"말라, 핌. 가서 밧줄을 가져 와라. 가르복과 브리엔느는 나와 같이 돌무더기를 치운다. 다리 쪽부터 치우다가 다리가 드러나면 브리엔느가 다리를 눌러라. 가르복은 왼팔을 맡아라. 조르나, 너는 밧줄을 받아다가 내가 신호하면 밧줄로 포박해라."
말라와 핌은 조금 머뭇거리긴 했지만 곧 방 밖으로 사라집니다. 조르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손에 쥔 단검을 허리춤에 꽂고 뒤로 물러납니다. 렌프로와 가르복은 저마다 자리를 잡고 돌을 치울 준비를 마칩니다.
브리엔느:@잔해 더미에 무릎을 꿇고 앉아 칼을 옆에 내려 놓은 뒤, 다른 이들과 함께 돌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치우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돌무더기의 양이 많아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그래도 얼마 못 가 언데드의 얼어붙은 회백색 다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원정대원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한 언데드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잔해를 걷어낼 때마다 온몸을 격렬하게 뒤틉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언데드는 팔과 다리가 각각 두 겹 이상의 밧줄로 꽁꽁 묶여 움직이지 못하게 됩니다. 언데드는 끊임없이 비명을 내지르고 꿈틀거리지만 무의미한 발버둥에 그칠 뿐입니다.
퀴날라는 조심스레 좀비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눈앞의 존재를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녀는 마침내 낮고 천천한 어조로 말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세부적으로는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디자인과 재질 등은 발렌포스트에서 봤던 에오르의 복식과 흡사하네요. 앞에 두르고 있는 건 아무래도 작업용 앞치마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던 작업자일까요?"
퀴날라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그리고 대답할 의사가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던 핌이 퀴날라의 말에 조심스레 관심을 드러냅니다.
핌 글림버클:"저기, 용광로와 모루가 있는 걸 보니까 대장장이 같아요. 그런데 조금 재미있는 게, 용광로와 모루는 있는데 담금질에 쓰는 통은 안 보인다는 거예요. 생각할 수 있는 건 풀림과 불림만 필요한 물건을 제작했거나, 에오르만의 특별한 냉각 기술을 사용했거나, 밖에 있는 수많은 눈을 이용했거나 인데..."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핌, 에오르는 원래 이곳이 아니라 하늘에 떠 있었어요. 그러니 눈을 이용했다는 가설은 무리가 있네요. 풀림과 불림이라는 담금질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요?"
핌과 퀴날라의 대화가 외부 세계와 단절되려는 기미를 보이려던 찰나, 조르나가 모두에게 다 들리게 욕설을 내뱉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아, 씨발, 좀! 염병할 담금질이고 나발이고, 이제 어쩔 건데? 언데드가 나왔잖아!"
방을 울리던 조르나의 고성이 사라지자 순간적인 침묵이 방 전체를 감쌉니다. 하지만 엘드린은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합니다.
엘드린 벨샤룬:"앞으로는 멍청하고 의미도 없든 질문 따위를 하기 위해 소리 지르지 마라. 당연히 에오르의 유물을 찾을 때까지 탐사를 계속한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아니,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 다음 방에 언데드들이 잔뜩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엘드린 벨샤룬:"좀비 같은 하급 언데드 따위 전부 치워버리면 그만이다. 어차피 사령술사도 없는 언데드라면 이런 좀비 같은 약한 것들 뿐일 테니까."
불편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말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끼어듭니다.
말라 윅스:"잠깐만요. 사령술사가 그, 언데드를 만드는 사악한 마법사 말하는 거죠? 사령술사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엘드린 벨샤룬:"여기에 사령술사가 있다면 저 좀비가 저런 모습으로 있는 걸 가만히 보고 있었을 리가 없다. 언데드를 만들고 조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라 윅스:"어, 단순히 심심해서 저렇게 해놓은 걸 수도 있지 않나요? 이런 곳에서 시체를 조종하고 있는 마법사가 제정신일 것 같지는 않은데. 조르나도 그냥 심심해서 발렌포스트 병사들에게 시비를 걸곤 하거든요. 지난번에는..."
조르나 퀵블레이드:"야, 이 썅년아!"
엘드린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라와 조르나를 바라보고 있을 때, 이번엔 퀴날라의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듭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벨샤룬 연구원의 말에도 일리는 있지만 언데드가 자연발생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에 부정한 힘이 가득해야 합니다. 마법 탐지를 시도해 봐야 확실하겠지만 보통 부정한 힘이 가득한 장소에서 주로 발견되는 특징이 전혀 없습니다. 현재로선 사령술사의 존재와 부재, 어느 쪽도 확실하지 않군요."
모두의 시선이 퀴날라에게 향하고, 퀴날라는 한 손으로 눈가를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말을 잇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탐사는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단, 대처할 수 없는 수준의 위협이 나타날 경우에는 즉시 유적에서 후퇴하겠습니다. 힐록 반장, 포획한 언데드를 이곳에 묶어 두세요."
렌프로가 고개를 끄덕이고 원정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립니다. 조르나도 얼마간 씩씩거리는 숨소리를 내다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립니다. 잠시 후, 좀비는 거대한 모루에 단단히 고정되어 옴짝달싹도 못 하게 되고, 포박 상태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렌프로가 퀴날라를 돌아봅니다.
렌프로 힐록:"마법사님."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네?"
렌프로 힐록:"이후의 탐사 도중 또 언데드가 나온다면, 전부 이번처럼 포박합니까?"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아뇨. 특별히 지시를 내리지 않는 한, 전부 말살하세요."
렌프로 힐록:"알겠습니다. 가르복, 후방으로 물러나서 체력을 아껴라. 조르나는 중간에서 마법사분들을 호위한다. 그리고 브리엔느, 너는 나와 함께 맨앞에 선다."
브리엔느:@고개를 끄덕인 뒤 대검을 고쳐 쥐고 앞으로 나서서 렌프로의 옆에 섭니다.
모두가 자리를 잡자 렌프로는 유심히 돌문을 살핍니다. 그리고 문에 귀를 가까이 가져갑니다.
그리고 렌프로가 문을 조심스레 여는 순간, 짙은 곰팡내와 싸늘한 한기가 문 틈새에서 새어 나옵니다. 이어서 문이 완전히 열리자, 당신과 렌프로의 눈앞에는 폭이 약 20피트, 길이는 50피트 가량의 긴 복도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복도 끝까지 시야를 확보하기엔 안개처럼 흐릿한 냉기가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뿌연 냉기 속에서, 흐릿한 형체 여섯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봅니다.
아주 잠깐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가, 곧이어, 복도 안에서 육중한 발소리와 축축한 발바닥이 석재를 질질 끄는 소리가 복도 전역에 울려 퍼지며 다가옵니다. 렌프로가 칼을 고쳐 들며 다급하게 외칩니다.
렌프로 힐록:"좀비들이다. 전원 전투 준비!"
좀비들은 무작위로 움직이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이쪽을 향해 행진을 시작합니다.
브리엔느:
22.14
선제권(4.14)
브리엔느:@복도가 좁아서 일방적으로 포위당하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눈앞의 좀비에게 달려갑니다. '신체가 상당히 훼손되면 활동을 정지하게 된다'라는 퀴날라의 말을 떠올리며, 아무런 방어구도 없는 좀비에게 가장 효과적인 공격, 그러니까 바위도 쪼개 버릴 것처럼 강력한 일격으로 내려칩니다.
말라는 전투 중에 행동을 취하려 할 때마다 DC 15의 건강 내성 굴림을 실시해야 합니다. 실패할 시 말라는 행동을 잃는 것에 더해 자신의 다음 턴이 시작될 때까지 반응 행동을 취하지 못합니다. 이 부상은 마법적 치유를 받거나 열흘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낫습니다.
당신은 사거리 내의 목표를 향해 에너지 보주 하나를 내던집니다. 산성, 냉기, 화염, 번개, 독성, 천둥 중 하나를 선택해 보주의 종류를 결정하고, 목표를 대상으로 원거리 주문 공격을 실시합니다. 공격이 명중하면, 목표는 선택한 유형의 피해를 3d8점만큼 입습니다.
이때 피해 굴림의 d8 주사위 중 두 개 이상에서 같은 숫자가 나왔다면, 보주는 목표로부터 30피트 이내의 당신이 선택한 다른 대상에게 튑니다. 새로운 대상에게 명중 굴림을 실시하고, 피해 굴림 주사위도 새로 굴립니다. 보주는 2레벨 이상의 주문 슬롯으로 이 주문을 시전하지 않는 한, 한 번 더 튈 수 없습니다.
고레벨에서.1레벨을 초과하는 주문 슬롯을 사용하여 이 주문을 시전할 경우, 초과한 슬롯 레벨당 피해량이 1d8점씩 증가합니다. 보주는 시전에 사용된 주문 슬롯의 레벨과 같은 횟수만큼 튈 수 있으며, 한 번의 주문 시전에서 한 대상은 한 번만 주문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좁은 통로에서, 푸른 불빛이 만들어낸 그림자까지 일렁이며 뒤섞인 가운데 극도로 혼란스러운 난전이 벌어집니다. 화살이 빗발치고, 마법사들의 주문이 적들 사이를 이리저리 날아다니자 좀비들은 순식간에 쓰러집니다. 특히 좀비들을 그대로 얼음 파편으로 만들며 전장을 휘젓는 퀴날라의 냉기의 구체의 위세는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좀비들은 믿기 어려운 광경을 자아내며 맞섭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퀴날라의 냉기 보주에 직격당하고 온몸에 서리가 맺힌 좀비의 머리에 분명 최후의 일격이 되었어야 할 화살 한 발이 꽂힙니다. 하지만, 기우뚱하며 쓰러질 것 같던 좀비는 그대로 다시 고개를 바로 세우고 당신과 눈을 마주칩니다.
도적 두목:
다중공격 Multiattack
도적 두목
도적 두목은 시미터로 두 번, 단검으로 한 번, 총 3회의 근접 공격을 실시합니다. 도적 두목은 이외에도 단검으로 장거리 공격을 2회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검이 과할 정도로 커다란 선을 허공에 긋자, 끈질기게 버티던 좀비의 몸이 반으로 갈라져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바닥이 떨어진 좀비의 공허한 눈이 당신을 무덤덤하게 올려다 봅니다.
브리엔느:@결투에서 승리한 것에 대한 쾌감을 느끼기는 커녕 조급함이 밀려옵니다. 검을 휘두른 반동으로 몸을 회전시켜 다른 좀비에게 허겁지겁 공격을 가합니다.
대형 무기 전문가 Great Weapon Master
재주: 일반 재주
당신은 다음과 같은 혜택을 얻습니다. ㆍ능력 점수 상승.당신의 근력 점수가 1점 상승합니다. (최대 20까지 가능) ㆍ대형 무기 통달.당신이 자기 턴에 공격 행동의 일환으로 중량형 속성을 갖고 있는 무기를 이용해 어떤 크리처에게 공격을 명중시켰다면, 당신은 해당 무기가 목표에게 추가 피해를 가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추가 피해량은 당신의 숙련 보너스의 값과 같습니다. ㆍ베어 넘기기.당신이 근접 무기로 치명타를 가하거나 어떤 크리처의 hp를 0으로 떨어트린 직후, 당신은 추가 행동으로 같은 무기를 이용해 한 번의 공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목표:A cube 5 feet on each side centered on a point you choose within range
구성요소:V, S, M (은잔)
지속 시간:집중최대 1분까지
당신은 사거리 내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5ft 정육면체 공간에 회전하는 단검을 소환합니다. 해당 공간에 있는 모든 크리처는 4d4점의 참격 피해를 입습니다. 어떤 크리처가 해당 공간에 들어가거나, 해당 공간에서 자신의 턴을 끝내거나, 해당 정육면체 공간이 어떤 크리처의 영역에 들어간 경우에도 해당 크리처는 같은 피해를 입습니다. 어떤 크리처든 오직 한 턴에 한 번만 이 주문으로 피해를 입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이후의 턴들에서 마법 행동을 사용해 해당 정육면체 공간을 최대 30ft까지 순간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고레벨에서.2레벨을 초과하는 주문 슬롯을 사용하여 이 주문을 시전할 경우, 초과한 슬롯 레벨당 피해량이 2d4점씩 증가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좀비의 팔을 쳐낸 직후, 엘드린이 지팡이를 휘둘러 단검의 회오리를 움직입니다. 공중에서 회전하던 칼날들이 당신 앞에 있던 좀비에게 날아들더니 쇠와 뼈가 부딪히는 마찰음이 터져나옵니다. 단검들이 몸통을 베고 관절을 찢자, 좀비가 결국 비틀거리며 무너집니다.
정찰병:
내부 손상 Inernal Injury
말라는 전투 중에 행동을 취하려 할 때마다 DC 15의 건강 내성 굴림을 실시해야 합니다. 실패할 시 말라는 행동을 잃는 것에 더해 자신의 다음 턴이 시작될 때까지 반응 행동을 취하지 못합니다. 이 부상은 마법적 치유를 받거나 열흘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낫습니다.
단검이 살갗을 헤집는 끔찍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부들거리던 좀비의 몸이 이내 축 늘어지더니 바닥에 툭하고 쓰러집니다. 렌프로는 덩그러니 떨어져 나온 좀비의 팔을 바닥에 내던진 뒤 주위를 둘러봅니다. 잘려나간 사지와 찢긴 살점이 복도 바닥에 흩어져 있고, 무너진 시체 너머로 파란 안개가 다시금 천천히 퍼져 나갑니다.
브리엔느:@순식간에 쓰러진 좀비들이지만 그들이 남긴 강한 충격에 쉽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며 자신들이 정말 승리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 합니다.
반면 엘드린은 놀란 기색도 없이 성큼성큼 복도로 들어서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좀비들을 살펴봅니다. 정확히는, 좀비들이 입고 있던 옷에 관심을 보입니다. 엘드린이 허리를 숙이고 넝마에 가까운 로브 하나를 살펴보다가 이내 툭 걷어차며 말합니다.
엘드린 벨샤룬:"전부 에오르 양식의 로브로군. 전설적인 고대 문명의 말로라는 게 고작 걸어다니는 시체가 되는 것이라니."
뒤따라 들어온 퀴날라는 어째서인지 약간 불쾌한 기색이었지만, 별다른 말 없이 엘드린이 걷어 찬 로브를 집어듭니다. 그리고 들고 있는 로브와 바닥에 있는 로브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혼잣말처럼 말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전부 같은 옷인 걸 보니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인 것 같군요. 이 정도 인원수면, 이 유적의 규모가 생각보다 클 수도..."
퀴날라의 말에 조르나가 삐딱하게 서서 팔짱을 낍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내가 말했지? 이 정도 대가리수의 송장들이 문 뒤에 있을 수도 있다고. 기억들은 나시나?"
하지만 엘드린은 콧방귀도 뀌지 않습니다.
엘드린 벨샤룬:"전부 치워버리면 그만이라고 했던 건 기억나는군."
그 말을 들은 조르나는 엘드린을 쏘아보며 뭐라 대꾸하려는 것처럼 한쪽 입꼬리를 씰룩입니다.
그리고 그때.
쾅!
유적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요란한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집니다. 갑작스런 굉음에 대한 반응으로서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이번에는 무언가 무거운 것, 이를테면 바위 정도는 되는 것이 바닥에 거칠게 내던져지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또 한 번 천장과 벽이 진동하고 먼지가 후두둑 떨어지는 가운데, 당신은 물론 복도에 있는 모두는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를 알아챕니다. 원정대의 왼쪽, 섬뜩한 붉은색으로 'X'자 표시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돌문입니다.
원정대원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듯한 끔찍한 침묵 속에 그 돌문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경직된 어깨, 확장된 동공이 그 주인들의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아직 복도에 들어서지 못한 데다가 신체적인 문제로 인해 복도의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말라가, 비슷한 처지인 핌의 어깨를 붙들고 가까스로 묻습니다.
말라 윅스:"뭐, 뭐야, 지금 이거? 무슨 소리야?"
하지만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렌프로가 소리가 난 돌문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쿵, 쿵, 쿵, 하고 육중한 무게의 무언가가 돌바닥과 규칙적으로 부딪히는 소리입니다. 그 뒤로 질질 끌리는 소리, 간헐적으로 날카로운 금속 같은 것이 돌벽을 긁는 소리가 뒤따르고, 마지막으로...그 모든 소리의 틈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가래 끓는 듯한 숨소리. 좀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희망적이지 않은 불길한 소리입니다.
브리엔느:@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렌프로를 돌아봅니다. 문이 잠겨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아집니다.
"문 너머에...무언가 있습니다."
렌프로 힐록:"무언가? 좀비를 말하는 거냐?"
브리엔느:"아닙니다. 숨소리가 들립니다. 마치...거대한 덩치의, 짐승 같은 느낌입니다."
조르나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속삭입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씨발, 짐승은 무슨 짐승이야! 누가 봐도 갇혀 있는 괴물 아니냐고!"
퀴날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문을 응시하다가 렌프로에게 말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문은 단단히 잠겨 있나요? 자물쇠의 상태는요?"
렌프로 힐록:"낡았지만 내구성에는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알겠습니다. 그러면 탐사를 계속하겠습니다."
퀴날라의 발언에 조르나는 눈을 크게 뜨고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지만 퀴날라는 애써 무시하며 말을 계속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자물쇠의 존재나 문에 그려져 있는 표시 등으로 미루어 보아 안에 있는 존재는 이 안에 갇힌 지 오래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문을 부수고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몇몇 인원은 방금 전 용광로가 있던 방에서 대기하고, 몇몇 인원은 첨병이 되어 앞쪽 구역의 안전을 확인해 주세요. 그리고 벨샤룬 연구원."
엘드린 벨샤룬:"예."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유적의 위험성이 우리의 예측을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마법으로 첨병들을 지원해 주세요."
엘드린 벨샤룬:"...알겠습니다."
엘드린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기는 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복도 안쪽으로 향합니다. 다른 원정대원들을 기다리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 렌프로는 재빨리 당신과 조르나에게 손짓한 뒤 엘드린의 뒤를 따르고, 조르나는 아랫 입술을 굳게 깨물며 내키지 않는 듯이 발걸음을 뗍니다.
브리엔느:@세 사람을 따라가며 복도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합니다.
왼쪽 문에 잠시 귀를 기울인 렌프로는 이내 엘드린을 돌아봅니다. 엘드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곧이어 문이 열림과 함께 잠시 잊고 있던 아이젤크로스의 칼바람이 다시 당신의 뺨을 스칩니다.
벽의 절반이 무너져내린 이 거대한 석실은, 더 이상 내부 공간이라고 부르기엔 무색할 정도로 외부 환경과 뒤섞여 있습니다. 울부짖는 바람은 무너져 내린 벽을 뚫고 불어오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닷물이 방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채로 낮게 넘실거리고 있고, 물바닥에서부터 빽빽하게 자라오른 해초가 물 아래로 향하는 모든 시선을 차단합니다. 방 안의 마른 구역에는 깨진 유리 조각들과 산산조각 난 탁자들의 잔해가 흩어져 있습니다.
뒤쪽에서 다른 이들의 어깨 너머로 방 안을 넘겨다보던 엘드린이 다른 이들을 밀치고 가장 앞쪽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발 아래의 유리 조각을 걷어차며 혀를 찹니다.
엘드린 벨샤룬:"엉망진창이군. 사령술사의 실험실은 커녕 쓰레기장에 가까워."
그러면서도 엘드린은 방 안으로 몇 걸음 더 들어가 주위를 둘러봅니다. 그러다가 물에 닿은 그의 시선이 물속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다가, 문득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멈춥니다.
그리고 당신은 불현듯, 그 낯선 냄새와 비슷한 것을 맡아본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것도 최근에, 발렌포스트에서...
바로 코르베르타의 연구실입니다.
방문이 열리고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유적의 다른 곳과는 매우 이질적입니다. 여섯 개의 온전한 돌 탁자 위에 강철과 유리로 된 집기류가 놓여 있는데, 생김새는 조금 다르지만 코르베르타의 방에서 본 것들과 비슷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추정해도 지나친 논리적 비약은 아닌 듯합니다. 반면 벽면에 늘어서 있는 선반에는 한층 더 기이한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어 당신으로서는 도저히 용도를 짐작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그 도구들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녹색 불꽃에 휩싸인 채 방 안에서 부유하고 있던 두개골이 당신을 쏘아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당신을 응시하는 것은 눈알의 자리를 대신하여 눈구멍을 차지한 채 일렁이는 두 쌍의 작은 불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