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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솔로 플레이 로그: 서리 역병(Frozen Sick) - (3) 발렌포스트(Balen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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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utpost - Cyarna Trim

 
페일뱅크 마을을 떠난 후 기온은 계속해서 낮아지긴 했습니다만, 아이젤크로스로 점점 더 가까이 갈수록 날씨는 얼마든지 더 추워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계속해서 추워졌습니다.
 
하지만 그 아흐레 간의 바닷바람도 이제는 더 이상 패악을 부릴 수 없게 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듯합니다. 어둡고 두터운 극야의 안개가 걷히면서, 당신의 시야에는 눈앞의 얼어붙은 해안선 뿐만 아니라 횃불을 의미하는 수십 개의 오렌지색 점들까지 어릿거립니다.
 
당신이 탄 배가 해안에 더 가까이 갈수록 얼어붙은 목조 요새의 모습이 더욱 뚜렷하게 보입니다. 나무 방벽 곳곳에는 경비병들이 활과 석궁을 들고 망을 서고 있는 망루가 뾰족하게 서있고, 방벽 한쪽에는 쇠창살로 된 입구가 나 있습니다.
 
쿵-.
 
배가 요새를 향해 나아가던 와중 무언가로부터 충격을 받아 휘청거립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은 우톨롯 가문의 요원들이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의 앞쪽에 빙벽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요새의 부두는 이 빙벽 위인 듯합니다. 하선할 준비를 하던 요원 중 하나가 당신에게 다가와서는 당신의 손을 묶고 있던 밧줄 끝을 낚아채며 소리칩니다.
 
우톨롯 요원:"야, 이 오우거 대가리년아! 뭘 멀뚱히 서 있어, 다 왔어!"
 
다른 우톨롯 요원들이 낄낄대며 당신에 대한 조롱에 힘을 보탭니다.
 
브리엔느:@ 머릿속이 복잡한 브리엔느는 별다른 대꾸 없이 따라 내릴 준비를 합니다.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이미 열흘 가까이 증상을 겪어 왔기에 거부감은 많이 줄었습니다. 대신에 얼굴에 도드라진 핏줄을 만지작거립니다. 혹한의 비애에 감염된 뒤로 새로 생긴 버릇입니다.
 
GM (GM):우톨롯의 요원들이 브리엔느를 육체적으로도 폭력을 가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해 주사위를 굴려보겠습니다. 브리엔느가 훌릴의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은 중요한 부정적 요인으로, 브리엔느가 실질적으로는 포로이자 죄수라는 사실은 중요한 긍정적 요인으로 고려하여 주사위 값의 수정치는 상쇄됩니다. 브리엔느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태도는 사소한 긍정적 요인으로 고려합니다.
rolling {1d6, 1d6}kh1
 
{
(
5
 
)
+
(
6
 
)
}
 
=
6
 
당신이 하선하기 위해 갑판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우톨롯 요원:"아이씨, 좀 빨리 빨리 걸으라고!"
 
당신의 뒤에 있던 우톨롯 요원이 당신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며 밀려 합니다!
 
브리엔느:
14
근력 내성 굴림 (6)
 
당신은 반사적으로 힘을 주어 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눈 바로 아래에서 차디찬 아이젤크로스의 파도가 뱃전을 철썩이며 두들기고 있습니다.
 
브리엔느:@ 우톨롯 요원을 노려봅니다.
 
하지만 우톨롯의 요원은 오히려 태연하게 다른 동료들과 낄낄거립니다.
 
우톨롯 요원:"뭐? 네가 느려터져서 내가 도와준 거 아냐! 밍기적거리다가 얼음 동상 되고 싶진 않을 텐데?"
 
브리엔느:@ 이들과 다퉈봐야 소용이 없고, 불리한 일이라는 것도 알기에 입술을 꽉 깨물고 배에서 내립니다.
 
우톨롯 요원들 중 일부가 당신과 함께 배에서 내리고는 장벽에 있던 쇠창살 관문으로 다가갑니다. 문루에 있던 경비병 하나가 당신과 요원들을 향해 외칩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멈추시오! 신분과 용건을 말하시오!"
 
그러자 우톨롯 요원 중 하나가 품에서 어떤 문양이 새겨져 있는 징표를 높이 들어 보입니다.
 
우톨롯 요원:"우톨롯 가문, 목적은 인력 보충!"
 
눈을 가늘게 뜨고 징표를 확인한 문루의 경비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딘가로 손짓을 합니다. 그리고 쇠창살 문이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위로 열립니다. 문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비병이 무뚝뚝한 말투로 당신과 다른 이들을 반깁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따라오시오."
 
우톨롯 요원들은 경비병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고, 밧줄로 손이 묶여 있는 당신 역시 그들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벽 안으로 들어가면 바람에 날리는 눈발 사이로 모피가 깔린 천막들과 나무 구조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모닥불이 바람에 흔들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그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엘프나 드워프가 대부분이었던 페일뱅크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주로 인간들이 눈에 띕니다.
 
우톨롯 요원 중 한 명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한 마디 내뱉습니다.
 
우톨롯 요원:"아, 고향 생각 난다. 춥지만 않았으면 여기에서 나도 유물 탐험을 했을 텐데."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요원이 콧방귀를 뀝니다.
 
우톨롯 요원:"그러면 지금 여기에서 고향 타령도 못했겠지. 저기 설원에서 얼어 죽었거나, 죄수들 칼 맞고 죽었거나 했을 테니까."
 
처음에 말을 꺼냈던 요원은 울그락불그락하며 상대에게 사나운 폭언을 쏟아 냅니다. 셰이디크리크 런 출신들답게 단순한 말다툼으로 나누는 대화들도 험악하기 그지없습니다.
 
브리엔느:@ 요원들의 대화에 끼어들지는 않지만, 방벽 안의 모습을 돌아보며 발렌포스트에 대한 지식을 떠올려 봅니다.
17
역사학 (1)
 
브리엔느 역사학 판정 성공
 
당신은 예전에 고향에서 읽었던 아이젤크로스에 대한 자료의 내용을 떠올립니다. 그 책에 따르면 이곳 발렌포스트는 드웬달리안 제국이 건설한 아이젤크로스 탐험 전초기지이며, 제국 내 강력한 마법사 집단인 케르베로스 의회(Cerberus Assembly)가 고대 에오르의 유물을 찾기 위해 이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오는 자들은 일확천금을 노린 탐험가들, 아니면 형량을 탕감하기 위해 케르베로스 의회와 계약을 맺은 죄수들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발렌포스트의 지식을 떠올리며 주위를 돌아보던 당신은 자연스레 서쪽 끝에 있는 커다란 건축물에 시선이 닿습니다. 주위의 다른 건축물들과 달리 유일하게 돌까지 사용하여 만들어진 3층짜리 요새입니다. 당신이 그 건물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이 요새 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당신이 현재 우톨롯 요원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새의 입구에 들어서면 당신의 코를 찌르는 익숙한 냄새가 당신을 가장 먼저 반깁니다. 당신의 고향으로부터 이역만리의 먼 곳이지만, 지금 맡고 있는 냄새는 당신이 지고우에서 군인으로 살았을 때 매일 매일 맡았던 냄새입니다. 요새의 중앙부로 들어가자 몇 안되는 등불로 간신히 밝혀진 넓은 방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탁자와 의자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고, 그 위에서 비참한 몰골의 노동자들과 발렌포스트의 구성원들로 짐작되는 이들이 조악한 식기로 간신히 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있습니다. 당신이 맡은 냄새의 근원은 바로 이 음식과 술인 듯합니다. 대화는 거의 없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투덜대는 소리와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는 소리 정도 뿐입니다.
 
잠시 후 당신이 마주하게 된 발렌포스트의 책임자, 워들로우 아크론이 풍기는 분위기도 요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붉은 가죽과 회색 털로 된 재킷 차림에 이마는 약간 벗겨진 50대 정도의 인간 남자 워들로우는 의자에 앉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꿰뚫어보듯 쳐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엽니다.
 
워들로우 아크론:"그러니까, 죄수는 아니지만 보상을 따로 챙겨줄 필요는 없다?"
 
워들로우의 말에 우톨롯 요원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톨롯 요원:"그렇습니다. 대신 사정이 있어서 최대한 빨리 다음 원정에 참여하도록 해달라고 우톨롯 가문의 훌릴 루탄 님께서 부탁하셨습니다."
 
워들로우 아크론:"...사람이야 언제든 부족하니까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런데, 자네 말은 마치...우톨롯이 부탁하면 내가 꼭 들어줘야 한다는 것처럼 들리는구만."
 
순식간에 사색이 된 우톨롯 요원은 황급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립니다.
 
우톨롯 요원:"그,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워들로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우톨롯 요원을 내려다 보다가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당신의 얼굴에 돋아있는 푸른 핏줄이 있습니다.
 
GM (GM):워들로우가 혹한의 비애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주사위를 굴려 보겠습니다. 워들로우가 고대 에오르의 유물을 연구하는 전초기지, 발렌포스트의 총책임자라는 사실을 중요한 긍정적 요인으로 고려하여 주사위에 수정치를 1 더합니다.
rolling 1d6+1
 
(
6
 
)
+1
 
=
7
 
워들로우 아크론:"혹한의 비애라. 감염된 지 얼마나 지났나?"
 
우톨로 요원:"예, 그것이..."
 
워들로우 아크론:"자네한테 물은 게 아니네."
 
우톨롯 요원은 다시 입을 다물고 쩔쩔매며 당신을 힐끔 쳐다볼 뿐입니다.
 
브리엔느:@ 워들로우가 혹한의 비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 같아 목소리가 약간 들뜹니다.
"감염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이 병에 대해 잘 아십니까?"
 
당신의 질문에 워들로우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를 짓습니다.
 
워들로우 아크론:"내가 여기에서 얼음 동상이 된 내 부하들이나 모험가들을 몇 명이나 보았을 것 같은가? 증상은?"
 
브리엔느:"...아직까지는 처음 걸렸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발이 조금 저릿하고 둔해진 정도입니다."
 
워들로우 아크론:"그렇다면 길어야 두 달 정도 남은 셈이군. 치료제는 우톨롯 가문이 갖고 있고?"
 
브리엔느:@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묻고 맙니다.
"이 병의 치료제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워들로우는 곧장 대답하는 대신 팔짱을 끼고 당신과 옆에 있던 요원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잠시 후, 워들로우가 희미하게 웃습니다.
 
워들로우 아크론:"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보아하니 혹한의 비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나 보군."
 
브리엔느:"그렇습니다. 이곳에 온 것도 혹시 이 아이젤크로스에 이 병의 치료제가 있을까 해서입니다."
 
워들로우 아크론:"그 말은 우톨롯 가문과 관련된 누군가도 혹한의 비애에 걸렸다는 뜻이겠군. 아니었다면 치료제를 볼모로 다른 걸 강요했을 테니까. 너를 치료제를 구하러 보내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너를 보낸 훌릴이라는 자가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우톨롯의 핏줄 중 하나가 병에 걸렸다면 그냥 셰이디크리크 런에서 치료제를 구했을 거야."
 
브리엔느:@ 정확한 추리에 감탄하면서,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몰라 일단 가만히 있습니다.
 
워들로우는 당신의 표정을 보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워들로우 아크론:"좋아. 발렌포스트에 머무는 것을 허락한다. 아까 말했던 대로 여기는 언제나 일손이 부족한 곳이다. 실력 있는 인력이라면 더더욱. 죄수든, 모험가든, 이곳 아이젤크로스에서는 실력만이 유일한 가치다. 하지만 치료제에 상응하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음 동상이 된 너를 이 요새 한가운데에 전시할 거니까."
 
안타깝게도 워들로우는 당신에게 대꾸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워들로우가 옆에 있던 부하 경비병들에게 말합니다.
 
워들로우 아크론:"저 여자를 코르베르타에게 데려가라. 죄수와 똑같은 대우로 다음 원정에 참여시키라고 전해. 코르베르타와 이야기가 끝나면 머무를 방을 배정해 주고."
 
경비병들은 즉각 당신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당신의 양팔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워들로우의 방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합니다.
 
브리엔느:@ 치료제에 대해 더 자세하게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워들로우의 심기를 건드려 간신히 발견한 희망의 불씨를 꺼트려버리고는 싶지 않기 때문에 간신히 참습니다.
 
경비병들에게 이끌린 당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요새의 다른 방에 도착합니다. 요새의 다른 곳과 다르게, 이 방에서는 태어나서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기이한 냄새가 닫힌 방문 너머에서부터 풍겨옵니다.
 
경비병이 방문을 두드리지만 어째서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비병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더욱 거세게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안쪽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저, 저 지금 바쁜데요!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다시 와요!"
 
발렌포스트 경비병:"연구반장님, 감독관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혹한의 비애의 감염자를 데려 왔습니다."
 
잠시 후, 방 안쪽에서 누군가가 와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립니다. 하지만 당신의 눈앞에는 그저 어두운 방만이 보일 뿐입니다. 당신이 시선을 약간 아래로 낮추고 나서야 당신은 작은 노움 여자가 휘둥그레 뜬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푸른 핏줄입니다. 노움 여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쌔근댑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와, 진짜...진짜 혹한의 비애 감염체네요! 역시 '지혜의 여주인(Knowing Mistress)'께서 저를 지켜보고 계신 게 틀림 없어요! 아, 감독관님께는 감사하다고 전해드리세요."
 
그리고 노움 여자는 당신의 손을 붙잡고 당신을 방 안으로 이끕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아, 저, 그게..."
 
코르베르타 호스웰:"가만히 있어 보자, 지난 번 연구 결과를 어디에 뒀더라..."
 
노움 여자가 자신의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자, 경비병은 안절부절못하며 재빨리 목소리를 높입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여, 연구반장님!"
 
코르베르타 호스웰:"꺅! 깜짝이야...왜, 왜 그러세요, 갑자기?"
 
발렌포스트 경비병:"죄, 죄송합니다. 그게, 이 여자는 '연구 자료'가 아닙니다. 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찾으러 온 여자인데, 다음 원정에 참가시키라고 하셨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네? 원정대원?"
 
코르베르타라 불린 노움 여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진짜로, 진짜로 연구 자료 아니에요? 이번에는 진짜로 성공할 거예요! 이론은 지난 번 실험으로 다 완성됐고, 이제 진짜 검증만 하면 되는데..."  
 
발렌포스트 경비병:"죄송합니다. 저희에게 말씀하셔도..."
 
뭔가 더 항의할 것이 남은 것처럼 보였던 코르베르타였으나, 경비병의 말에 그녀는 이내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알았어요. 데리고 들어와요."
 
코르베르타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가고, 경비병들이 당신을 방 안으로 떠밉니다.
 
브리엔느:@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순순히 따릅니다.
 
창문 하나 없는 방은 촛불로 희미하게 밝혀져 있습니다. 깜빡이는 촛불이 요새의 거친 돌담에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어두운 방에 익숙해지면, 이윽고 방 안을 가득 채운 책장과 연금술 실험에 사용되는 것 같은 다양한 실험 도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방 안에 있는 것들은 어느 것 하나 정돈되어 있지 않고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마치 방의 주인의 성격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하지반 방에 있는 것들 중 가장 당신의 눈길을 끄는 것은 책상 위에 있던 쥐 한 마리입니다. 아니, 사실 당신이 알고 있는 동물들 중에서 가장 쥐를 닮았기에 쥐라고 지칭했을 뿐입니다. 머리가 셋 달리고, 비늘처럼 생긴 무언가가 털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무지갯빛으로 반짝이고, 목에는 누가 봐도 아가미처럼 보이는 흉터가 뻐끔거리는 이 동물을 당신이 쥐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도 당신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코르베르타가 등받이가 있는 의자 하나를 가리키자 경비병들이 당신을 의자에 앉힙니다. 코르베르타는 책상으로 다가가 '쥐처럼 생긴 무언가'에게 손을 내밉니다. 그러자 그 생물은 재빨리 코르베르타의 손으로 건너가 그녀의 어깨로 올라갑니다. 코르베르타는 그 생물의 세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준 뒤 당신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자, 트리스켈리온, 인사하렴. 엄마 손님이란다. 어쩌면 네 친구가 될 수도 있으니까 미리 얼굴이라도 익혀두려무나."
 
코르베르타의 말에 트리스켈리온이라고 불린 생명체가 세 머리를 일제히 당신에게 돌리고, 당신은 옆에 있던 다른 경비병들이 흑 하고 숨을 급하게 삼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브리엔느:
8
비전학 (-1)
 
브리엔느 비전학 판정 실패
 
브리엔느:@ 눈앞에 있는 비극적인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한없는 거부감이 솟아오릅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구역질을 참고 손을 들어 트리스켈리온에게 흔들어 줍니다.
 
코르베르타는 당신의 반응에 깜짝 놀라고는 이내 감격했다는 듯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얼굴에 있는 핏줄을 자세히 관찰하고, 당신의 손발을 이리저리 만져 봅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좋아요, 우리 예의바른 감염체 아가씨. 감염된 지는 얼마나 됐죠?"
 
브리엔느:"열흘 정도 됐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진짜로? 몸의 반응을 보니 감염 초기 증상인데? 엄청 건강하신가 보네요."
 
브리엔느:@ 워들로우에 이어 코르베르타도 혹한의 비애에 대해 해박한 것 같아 다급하게 묻습니다.
"혹시 이 요새에 이 병의 치료제가 있습니까?"
 
당신의 질문에 코르베르타의 눈이 반짝입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당연히 있죠! 지난번 실험 결과를 참고해서 유효 성분과 배합 비율을 개량한 완벽한 치료제가! 아크론 님 명령만 아니었어도 당장 당신에게 건네줬을 텐데...잠깐, 아니지? '이번엔' 분명 성공할 거니까, 그냥 치료제를 건네줘도 상관 없지 않을까? 어때요, 당신 생각은?"
 
브리엔느:"대체로 찬성합니다만, 실례를 무릅쓰고 한 가지만 여쭤보고 싶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협력적인 태도 좋네요! 뭐가 알고 싶으세요?"
 
브리엔느:"'지난번 실험'의 결과는 어땠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코르베르타가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것을 포착합니다. 너무나도 분명하여 직감을 발휘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르베르타는 전혀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오히려 태도가 더욱 당당해집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아, 지난번 실험...별 거 아니에요. 제 예상대로 피험체의 병은 완벽하게 치료되긴 했는데, 몇 가지 사소한 부작용이 있었죠. 뭐, 예를 들면...뭐...피험체가 젤라틴 큐브로 변했다든지...좋은 경험이었죠! 덕택에 배합 비율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알아냈으니까요. 자, 이제 준비되셨죠?"
 
브리엔느:
3
지능 (-1)
 
브리엔느 지능 판정 실패
 
브리엔느:"젤라틴 큐브가 뭡니까?"
 
코르베르타 호스웰:"네?"
 
브리엔느:"제가 살던 곳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입니다. 사람이 젤라틴 큐브로 변하면 어떻게 됩니까?"
 
코르베르타 호스웰:"젤라틴 큐브로 변하면요? 어, 음...편식을...안 하게 된다? 뭐든 소화할 수 있게 되거든요."
 
브리엔느:"검을 휘두를 수 있습니까?"
 
코르베르타 호스웰:"칼은...어...시켜보지는 않았는데, 휘두를 수는 있을 걸요? 손...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손 비슷한 게 있으니까요. 물론...칼을 그냥 삼킬 가능성이 더 높지만..."
 
브리엔느:@ 코르베르타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검을 삼키면 휘두를 수 없게 됩니다. 몸이 완전히 굳기 직전까지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고려해보겠습니다. 혹시 다른 치료제는 없습니까?"
 
코르베르타는 곧장 대답하는 대신 한숨을 내쉰 뒤 당신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로 터덜터덜 걸어가 털썩 주저 앉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있었는데요, 없었어요."
 
브리엔느:@ 실망과 당황의 기색을 동시에 내비치며 말합니다.
"있었는데 없었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코르베르타 호스웰:"말 그대로예요. 있었는데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세상엔 있는데 없는 것들 투성이잖아요. 갑자기 줄어든 연구 예산, 인력 지원, 식사 배급, 그리고 방금 전까지 제 손에 들어왔다가 사라진 혹한의 비애 연구 자료 같이...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도 마찬가지예요. 치료제가 들어왔다 싶으면 꼭 누군가가 당신처럼 온몸에 푸른 핏줄을 돋구고 나타나죠. 그러니까 있는데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진짜, 딱 한 병만 더 있었으면 당신을 설득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말이에요. 치료제를 완벽하게 복제했을 테니까. 아니, 오히려 원본 보다 훨씬 더 효과가 좋을 테니까 그쪽을 복제품이라고 불러야지! 아니, 열화품!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브리엔느:@ 코르베르타를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진지한 얼굴로 맞장구를 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열화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코르베르타 호스웰:"역시, 당신이라면 알아줄 줄 알았어요. 일단, 그 열화 치료제는..."
 
하지만 코르베르타가 말을 제대로 끝내기 전에, 뒤쪽에서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터져나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돌리면 책상 위에 있던 플라스크 하나가 갑자기 끓어오르며 회색빛 연기를 뿜어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연기는 빠르게 팽창하며 방 안을 뒤덮을 기세입니다. 동공이 두 배는 커진 코르베르타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쏟아냅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어, 어어! 잠깐만요, 잠깐만요! 지금 반응이 나오면 안 되는데! 트리스켈리온, 도와줘야지!"
 
한참을 허둥댄 끝에 코르베르타는 한 손에 플라스크의 뚜껑 역할을 할 법한 무언가와 노트를 찾아 손에 들고는 책상으로 다가갑니다. 그러는 사이 코르베르타의 어깨에서 책상 위로 뛰어내린 트리스켈리온은 기이한 세 머리를 플라스크 쪽으로 들이밀어 무언가 이상한 소리를 내뱉습니다. 잠시 후, 플라스크 주둥이 위에 노트가 덮여 회색 연기는 곧 사라집니다. 코르베르타는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크 뚜껑을 자연스럽게 책상에 내려놓고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당신과 경비병들을 돌아봅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후, 봤어요? 봤어요? 가능성의 물약이에요! 어, 어떻게 된 거지? 배합 비율이 달랐나? 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배합하고 얼마나 지났지? 노트, 노트에 적어 놨을 텐데? 노트 어디있지?"
 
브리엔느:"플라스크 입구를 막고 있습니다."
 
당신의 말에 코르베르타는 화들짝 놀라며 플라스크를 보고는, 또 한 번 깜짝 놀란 뒤 플라스크 위의 노트를 집습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회색 연기가 흘러나오고, 코르베르타는 소스라쳐서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간신히 플라스크 뚜껑으로 입구를 막습니다. 코르베르타는 어색하게 웃으며 땀을 닦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하, 하하. 저 원래는 이렇게 정신없지 않아요. 아시죠?"
 
브리엔느:"네."
 
코르베르타 호스웰:"어쨌든, 어, 자, 보시다시피, 제가 갑자기 좀 바빠졌어요. 그래서 방금하셨던 질문...질문이 뭐였죠?"
 
브리엔느:"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여쭈었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아, 맞다. 그랬지. 그, 제가 좀 바빠져서, 그 질문에 답을 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구한 적이 있던 부대에 배정해 드릴게요. 질문은 그분들께 하면 될 거예요. 아크론 님께서 이 이후에 어떻게 하라고 하시던가요?"
 
마지막 말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옆에 있던 병사들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병사 중 한 명이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고쳐잡습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네, 연구반장님과의 면담이 끝나면 방을 배정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그래요? 그러면, 힐록 씨네 방에 데려다 주세요. 그리고 힐록 씨에게 내일 원정을 떠날 거니까 준비하라고도 전해 주시구요. 아셨죠?"
 
그리고 코르베르타는 완전히 플라스크에 경도되어 노트에 무언가를 맹렬하게 써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경비병들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입니다만, 그것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한 것이 아님은 잠시 후에 나온 그들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내일...말씀이십니까?"
 
코르베르타 호스웰:"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코르베르타는 아예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합니다. 뭐라고 더 말을 하려는 듯하던 경비병이었으나, 다른 경비병이 그 경비병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르자 이내 허둥지둥 몸자세를 고칩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네,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브리엔느:@ 당황하여 예의가 아니라는 것도 잊고, 대화에 끼어들어 자신이 들은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내일...출발합니까?"
 
코르베르타가 당신을 돌아봅니다만, 그것도 잠시 뿐입니다. 그녀는 초조하다는 듯이 다시 플라스크를 보며 대답합니다.
 
코르베르타 호스웰:"네! 어, 그, 쇠도 뜨거울 때 물에 넣으라는 말이 있잖아요? 아무튼 탐험 준비라면 걱정 마세요. 여기 발렌포스트에는 아이젤크로스 탐험에 이골이 난 사람들밖에 없으니까요. 아,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경비병들에게 말씀하시고요."
 
코르베르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비병들이 당신의 어깨를 붙듭니다. 그리고 당신은 경비병들의 손에 의해 순식간에 방을 빠져나옵니다. 당신을 다시 어딘가로 데리고 가면서 경비병들이 수근댑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하...진짜 미친년. 또 지랄이네."
 
발렌포스트 경비병 B:"야, 좀 작게 말해! 아직 방이랑 가깝다고!"
 
욕설을 내뱉은 경비병은 잠깐 뒤를 돌아 방문을 노려보기는 하지만, 못마땅한 얼굴로 다시 중얼댑니다. 물론 아까보다는 한층 더 목소리가 작아졌습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들으라고 해. 아니, 제발 좀 안까지 들렸으면 좋겠다. 자기는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우리가 목숨 걸고 찾아오는 유물이나 받아 먹는 주제에."
 
그리고 경비병은 갑자기 새된 목소리로 코르베르타를 흉내냅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당연히 있지. 맨날 자기 꼴리는 대로 사람을 개처럼 부려먹는 미친년이 연구반장인데."
 
다른 경비병이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합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B:"아, 씨발, 아가리 좀 닫으라니까? 누가 들으면 나까지 좆된다고!"
 
발렌포스트 경비병 A:"쫄기는. 여기 우리 말고 누가 있다 그래?"
 
그러자 불안해하는 경비병은 홱 하고 고개를 돌려 당신을 봅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B:"그러면 이건 사람이 아니고 예티(Yeti)냐? 제발 주둥이 좀 생각하고 놀려. 만약에, 방금 네가 한 말이 어디로 새어 나가서 불똥이 나한테까지 튄다? 그러면 넌 코르베르타 실험체 되기 전에 나한테 죽어."
 
발렌포스트 경비병 A:"흥. 그렇게 되면 날 죽이려고 하지도 못할걸. 온몸이 뒤틀려서는 침만 질질 흘리는 괴물이 될 테니까."
 
다른 경비병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절 흔들고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이후로 두 사람은 별다른 말 없이 당신을 이끌고 발렌포스트 요새의 어두운 복도를 걷습니다.
 
브리엔느:@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냅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코르베르타를 흉내내던 경비병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하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뭐가 궁금한데? 웬만하면 조금 있다 만날 네 친구들에게 물어 보라고."
 
브리엔느:"아까 연구반장이라는 분이 말씀하셨던 젤라틴 큐브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당신의 질문에 두 경비병은 서로를 잠시 쳐다보다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헛웃음을 터뜨립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젤라틴 큐브가 뭔지 궁금하다고? 지금? 진짜로?"
 
브리엔느:@ 어째서 어이없어 하는지 모르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자 또 다른 경비병은 누가 봐도 조롱의 뜻이 가득한 표정으로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낄낄댑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B:"아까 연구반장이랑 이야기할 때부터 알아 봤다. 얘도 맛이 갔구만."
 
당신이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경비병 하나가 당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손사래를 치며 말을 막습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야, 코르베르타 생각 나서 짜증나니까, 좆같은 질문은 이따가 만날 네 친구들에게나나 해. 친절하게 대답해줄 거라고 장담은 못하지만."
 
그리고 그들은 당신을 완벽히 무시하며 걷습니다.
 
브리엔느:@ 조바심이 나지만 일단은 참습니다.
 
당신이 복도를 따라 걷는 동안, 차가운 돌벽에서 풍기는 습기와 촛불로 깔린 희미한 빛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몇몇 경비병들은 눈길을 주며 당신을 살펴보지만, 대부분은 당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각자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계속해서 경비병들에게 끌려 복도를 지나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끝에 놓인 낡고 투박한 나무문 앞에 도착합니다. 경비병 중 한 명이 문을 두드린 뒤, 안에서 마치 뱀이 쉿쉿거리는 듯한, 혹은 감기에 심하게 걸린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용건."
 
발렌포스트 경비병:"문 열어, 가르복. 새 동료를 데려왔다."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별다른 대답 없이 문이 열리고 경비병은 당신을 문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문 앞에 서 있던, 거대한 흑룡 태생의 드래곤본과 눈을 마주칩니다. 빛을 흡수하는 듯한 어두운 비늘과 노란 뱀 같은 눈을 가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브리엔느:@ 하마터면 부딪힐 뻔한 것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말없이 고개를 숙인 뒤, 드래곤본의 뒤쪽으로 시선을 돌려 방 안을 살핍니다.
 
방 안은 어둡고 습기 찬 냄새가 납니다. 낡은 침대와 허름한 가구들이 어수선하게 배치되어 있고, 방 중앙의 작은 촛불이 희미한 빛을 내뿜습니다. 그리고 드래곤본본의 뒤로 방 안 여기저기에서 종족도 성별도 다른 네 명의 인물들이 당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뒤따라 들어온 경비병 중 한 명이 단검으로 당신의 손을 묶고 있는 밧줄을 자릅니다. 그러는 사이 다른 경비병이 방 안에 있던 이들에게 말합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새로 온 동료다. 오늘부터 여기에서 너희와 함께 생활하고, 원정에도 함께 한다. 코르베르타 연구반장님의 특별 지시니까 잘 협조해라."
 
그리고 경비병은 다음 대목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방 한가운데에 있던 흉터가 있는 중년의 인간 남자를 쳐다보며 덧붙입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그리고 '칼빵', 내일 너희 반은 다시 원정에 나간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침대에 앉아 단검을 갈고 있던 호리호리한 인간 여성이 얼굴을 찌푸리고는 쏘아붙입니다.
 
인간 여성:"야, 엘돈, 너 내가 씨발 그딴 농담 하지 말라고 했지."
 
여자의 거친 항의에 엘돈이라 불린 경비병은 잠깐 움찔하지만, 곧 표정을 굳히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A:"이번엔 농담 아니야. 이것도 연구반장님 지시다."
 
그러자 인간 여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단검을 손에 쥔 채 경비병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갑니다.
 
인간 여성:"농담 아니라 진짜라고? 내일 원정을 떠나라고?"
 
발렌포스트 경비병 A:"그래."
 
인간 여성:"야, 원정 일정 니들이 좆대로 통보하는 거 하루 이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우리 이번엔 씨발 그저께 돌아왔어. 근데 내일 또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 아무리 우리가 죄수 부대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발렌포스트 경비병 A:"누, 누구는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나도 씨발 명령 받은 거라고!"
 
방 안의 분위기는 점점 긴장감으로 가득 찹니다. 마침 당신의 포박을 다 자른 또 다른 경비병이 대치하고 있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듭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B:"진정해, 조르나. 엘돈 놈 말대로 우리도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어. 너도 알잖아, 불복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럼에도 조르나라 불린 여자는 아직 화가 누그러지지 않은 듯합니다. 그때 방 중앙에 서 있던 흉터가 있는 중년 남자가 무겁게 입을 엽니다.
 
인간 남성:"그만해라, 조르나."
 
조르나는 화난 표정으로 칼을 단단히 쥔 채 중년 남자를 노려봅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렌프로, 그냥 이렇게 넘어가겠다는 거야? 한번 이렇게 받아주면 계속 얕보인다고!"
 
하지만 렌프로라고 불린 남자는 조르나의 말을 무시하고 경비병들을 쳐다봅니다.
 
렌프로 힐록:"그것 말고 더 알아야 할 건 없나?"
 
발렌포스트 경비병 B:"아마 이번에는 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구해 오라고 시킬 거야. 저기, 혹한의 비애에 걸린 저 여자가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코르베르타가 너희 반을 고른 거니까."
 
순간 방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당신에게 꽂힙니다. 물론 개중에는 무표정한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은 곱지 않은 눈초리입니다.
 
브리엔느:@ 죄책감을 담아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합니다.
 
누군가가 혀를 차는 속에서 경비병은 계속 말을 잇습니다.
 
발렌포스트 경비병 B:"아무튼 자세한 건 내일 담당 연구원이 말해줄 테니까 그때 들어.우리도 일이 이렇게 돼서...미안하다."
 
렌프로는 고개를 짧게 끄덕일 뿐 그 뒤로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경비병들은 렌프로를 포함한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 나갑니다. 경비병들이 사라지자마자 조르나가 당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당신을 발로 걷어차려 합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야, 이 씨발년아! 너 때문에 우리가..."
 
브리엔느:@ 가능하면 갑옷 입은 부분으로 발을 막아내려 자세를 취합니다.
 
첩자:
 
브리엔느에게 비무장 공격 공격 빗나감
 
발길질이 당신에게 닿기 전, 당신은 재빨리 타격지점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서 조르나의 발이 뻗어나오기 전에 갑옷으로 가볍게 받아냅니다.
 
브리엔느:@ 그대로 몸을 앞으로 내밀어 조르나를 뒤로 넘어트리려 시도합니다.
 
첩자:
첩자
 
 
조르나 퀵블레이드 민첩 내성 굴림 실패
 
당신의 행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균형을 잡으려는 조르나의 시도는 미수에 그치고 결국 조르나는 뒤로 나동그라집니다. 몇몇 이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과 조르나를 번갈아 쳐다보는 가운데, 당사자인 조르나는 당황과 혼란, 분노가 이리저리 뒤섞인 표정으로 당신을 올려다봅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너, 너, 이 썅년이, 지금 날 밀어?"
 
브리엔느:"엄밀히 말하면 내가 당신을 민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딛고 뒤로 도약한 것에 가깝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뭐...뭐?"
 
조르나의 표정을 차지하는 여러 감정 중 혼란이 독보적으로 커집니다.
 
브리엔느:@ 조르나가 일어나기 전에 재빨리 조르나로부터 도망쳐 멀어집니다.
"여러분을 곤란에 빠트리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저는 내일 원정의 임무 완수를 위해 다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중요한 당신이 다치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습니다."
@ 라고, 적당한 가구 뒤에 숨어서 말합니다.
 
잠시 방 안에 끔찍한 침묵이 흐르고, 아무리...무신경한 당신일지라도 느낄 수 있는 분위기의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 변화를 상징하는 듯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방 안의 침묵을 깹니다.
 
하플링 여성:"꺄하하! 쟤 진짜 웃기네? 네가 졌어, 조르나!"
 
붉은 머리와 그것보다 한층 더 새빨간 스카프를 두른 하플링 여성이 장난기 어린 초록색 눈으로 당신과 조르나를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조르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하플링 여성을 향해 단검을 내지릅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야, 말라! 넌 씨발 지금 웃음이 나오냐?"
 
말라 윅스:"네가 못 봐서 그래. 너 바닥에 넘어질 때 자세가 얼마나 웃겼는데. 아, 맞다. 넘어진 게 아니라 도약한 거라 그랬지?"
 
얼굴이 확 붉어진 조르나가 말라를 향해 달려들기 전에, 방문 근처에 있던 검은 비늘의 드래곤본이 조르나에게 쫙 펼친 커다란 손을 내밀며 끼어듭니다.
 
드래곤본 남자:"그만."
 
그리고 드래곤본은 턱짓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킵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렌프로가 차가운 얼굴로 조르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왼쪽 뺨에 있는 깊은 흉터 때문에 그의 표정은 한층 더 매서워 보입니다. 렌프로와 눈이 마주친 조르나는 움찔하더니 마지못한 듯 단검을 허리춤의 칼집에 집어넣습니다. 그러자 렌프로의 시선은 이제 당신에게로 향합니다.
 
렌프로 힐록:"신입, 이름이 뭐지?"
 
렌프로의 눈빛은 깊은 피로와 경계심이 묻어나면서도 당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것처럼 날카롭게 빛납니다. 방 안의 다른 이들도 당신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브리엔느:"지고우에서 온 브리엔느입니다."
 
렌프로 힐록:"지고우라. 멀리서도 왔군. 나는 렌프로 힐록이다. 발렌포스트 죄수 부대 제2반의 반장이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브리엔느:@ 일단은 잠자코 렌프로의 말을 경청합니다.
 
렌프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길고 투박한 칼집 위에 올려놓습니다. 렌프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방 안의 다른 이들을 둘러봅니다.
 
렌프로 힐록:"여기 있는 녀석들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돈이나 권력을 좇아 이곳에 온 놈들과는 다르게, 우리 같은 죄수 부대는 목이 붙은 채로 이곳을 벗어나는 게 유일한 관심사이자 목표다."
 
그리고 발을 성큼성큼 뗀 그는 잠시 후 당신 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렌프로가 당신의 시선을 깊게 응시하며 말을 잇습니다.
 
렌프로 힐록:"그래서 네게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으면 좋겠군."
 
브리엔느:"대답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만, 무엇을 위해서입니까?"
 
렌프로 힐록:"네가 우리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브리엔느:"만약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저를 쫓아내실 겁니까?"
 
렌프로 힐록:"아무 것도 안 한다."
 
브리엔느:"예?"
 
렌프로 힐록:"아무 것도 안 한다고 했다. 여기는 아이젤크로스다. 협력 없이 혼자서 생존할 수도 없지만, 누구 하나가 짐이 되면 모두가 죽는 곳이지. 네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저 너를 내버려둘 뿐이다. 그러니 네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라. 그게 아니라면, 네 목숨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 될 거야."
 
렌프로는 한 발짝 물러서며 한 손으로 칼자루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그의 강렬한 눈빛이 당신의 결의를 시험하려는 듯 깊어집니다.
 
렌프로 힐록:"먼저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말해라."
 
브리엔느:@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저는 지고우의 군인이었습니다. 제가 속해 있던 부대의 이름은 오로라 감시대로, 곤충과 닮은 갑옷이 부대의 특징인데, 이 갑옷은 실제로 바람을 맞거나 내달려 공기가 갑옷 속을 통과할 때 귀뚜라미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냅니다. 드웬달리안 제국에서 크린 왕국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인 '귀뚜라미'가 바로 여기에서 왔습니다."
 
렌프로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천천히 갸웃하며 당신을 쳐다봅니다.
 
브리엔느:"그곳에서 저는 제 상관이자 저의 연인이었던 질기르와 함께 지고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녀는 군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굳은 충성심, 신념과 정의를 집행한다는 그녀의 의지는 가히..."
 
말라 윅스:"잠깐, 잠깐만!"
 
말라가 손을 내저으며 당신의 말을 막습니다.
 
말라 윅스:"어, 저기요, 인간 아가씨? 굉장히 상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고마운데, 어, 그 곤충 닮은 갑옷하고 네 옛날 연인이...우리 대장 질문이랑 무슨 상관이야?"
 
브리엔느:"하지만 이 이야기를 생략하면 중요한 내용을 놓치고 맙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횡령의 죄로 저를 무고하였는데 알고 봤더니 그것이 제 연인 질기르였다는 충격적인..."
 
조르나 퀵블레이드:"충격적이긴 개뿔, 하나도 안 중요해!"
 
소리친 것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조르나입니다. 말라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있지만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려운 듯합니다. 이 어수선한 상황에 부채질을 하듯, 방의 구석에서 갑자기 천둥소리 같은 것이 울리며 방을 뒤흔듭니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보면 구불구불한 갈색 머리를 가진 남자 노움이 놀라서 커다래진 눈으로 자신의 손바닥 위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은 원형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박살난 채 희미한 연기를 내뿜고 있는 금속 파편들입니다. 이윽고 노움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히는가 싶더니, 노움은 금속 파편을 와락 껴안고는 통곡합니다.
 
노움 남자:"안돼, 파인틀! 맙소사, 널 수리하는 걸 깜빡하다니! 내가 미안해!"
 
결국 더 참기는 어려웠는지 밀라의 웃음은 그만 폭소로 변하고 맙니다. 조르나는 씩씩거리며 말라와 남자 노움을 번갈아 노려보다가, 마지막에는 렌프로를 힐끗 돌아본 뒤 욕설을 내뱉으며 팔짱을 낍니다. 렌프로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렌프로 힐록:"질문을 바꾸겠다. 너를 이곳으로 보낸 사람은 누구지?"
 
브리엔느:"우톨롯 가문의 훌릴 루탄입니다."
 
우톨롯이라는 말에 렌프로는 눈썹을 약간 찡그립니다.
 
렌프로 힐록:"너도 우톨롯 가문의 일원인가?"
 
브리엔느:"아닙니다."
 
렌프로 힐록:"그러면?"
 
브리엔느:"제 연인 질기르와 헤어진 후, 저는 우연히 발견하게 된 보물 지도가 아이젤크로스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젤크로스로 건너가기 위해..."
 
렌프로 힐록:"...아니, 됐다. 혹한의 비애에 감염된 건 우톨롯 가문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가?
 
브리엔느:@ 개구리 동굴에서 함께 했던 밀라 테노가 떠올라 잠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우톨롯 가문 때문입니다. 훌릴 루탄이 제게 혹한의 비애에 걸리게 하는 가루를 뿌렸습니다."
 
렌프로 힐록:"그렇게 하고서는 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구하라고 너를 이곳으로 보냈다는 말이군. 이유가 뭐지? 개인적인 원한 때문인가?"
 
브리엔느:"저를 이곳으로 보낸 훌릴 루탄 역시 혹한의 비애에 감염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이끄는 우톨롯 가문의 하수인들과 맞서 싸우다가 그녀에게 붙잡히게 되었고, 그녀는 제 동료와 제 검을 담보로 붙잡아 제게 치료제를 구해오도록 시켰습니다."
 
렌프로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렌프로 힐록:"우톨롯 놈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지고우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나 보군. 지고우의 군인이었던 너는 동료들과 함께 우톨롯 가문과 맞서다가..."
 
브리엔느:"아닙니다."
 
렌프로 힐록:"뭐라고?"
 
브리엔느:"제가 우톨롯 가문과 만난 것은 열흘 정도 전, 우소던의 페일뱅크 마을에서였습니다. 그때 저는 오로라 감시대를 그만둔 상태였습니다. 페일뱅크 마을에 혹한의 비애 감염자가 발생하여 원인 규명을 위해 조사를 하던 중 우톨롯 가문의 훌릴 루탄이 혹한의 비애의 감염체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에게서 감염체를 빼앗으려 했습니다만 제 불찰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주 미약하지만, 렌프로의 얼굴에 다시 한 번 감정적 동요의 흔적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놀람에 가깝습니다.
 
렌프로 힐록:"어째서 지고우 출신인 네가 우소던을 위해 나선 거지? 셰이디크리크 런의 우톨롯 가문이 어떤 놈들인지 이전에 들어본 적 없었나?"
 
브리엔느:"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그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듣고 있던 조르나가 코웃음으로 빈정거립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멍청한 년이라는 소리를 뭐 그렇게 돌려 말해? 저런 걸 자랑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결말은 뻔해. 일주일도 못 간다에 내 오른손을 걸겠어."
 
하지만 렌프로는 조르나의 말을 무시한 채 조용히 브리엔느를 쳐다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약간 부자연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깁니다.
 
브리엔느:@ 렌프로의 표정에서 긴 침묵의 의미를 알려줄 단서를 찾습니다.
18
통찰 (2)
 
브리엔느 통찰 판정 성공
 
당신은 렌프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당신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렌프로는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렌프로 힐록:"알겠다. 아이젤크로스와 에오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지?"
 
브리엔느:"에오르는 하늘 위를 부유하던 고대 도시의 이름이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그런 에오르가 이곳 아이젤크로스 위에 추락했고, 아이젤크로스의 얼음 아래에서 고대 에오르의 유물을 찾는 데에 전세계가 혈안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렌프로 힐록:"아이젤크로스를 실제로 탐험해 본 적은?"
 
브리엔느:"없습니다."
 
렌프로 힐록:"그렇다면 배울 게 많겠군. 말라."
 
렌프로의 부름에 말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들며 대답합니다.
 
말라 윅스:"네, 대장!"
 
렌프로 힐록:"시간이 없다. '신입'에게 아이젤크로스 탐험에서의 기본적인 것만 알려 줘. 나머지는 원정 중에 몸으로 익히게 두고."
 
그리고 렌프로는 몸을 돌려 맨 처음에 자신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말라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다가와 고개를 갸웃하며 당신을 흥미롭게 관찰합니다.
 
말라 윅스:"좋아, 신입! 발렌포스트 죄수 부대 제2반에 온 걸 환영해! 난 말라 윅스야. 다들 그냥 '빨강이'라고 부르니까 너도 편할 대로 해."
 
브리엔느:"반갑습니다, 윅스 씨. 저는 지고우의 브리엔느라고 합니다."
 
말라 윅스:"편하게 부르라니까? 윅스 씨는 진짜 별로야. 살면서 그런 이름으로 불려본 적 한 번도 없어. 진짜 두드러기 날 것 같아."
 
브리엔느:"알겠습니다. 지금부터 편하게 부르겠습니다, '빨강이' 씨."
 
말라 윅스:"...그래, 훨씬 낫네. 아무튼 방금 네가 성질 긁은 쟤는 조르나, 저쪽 구석에서 불쌍하게 울고 있는 애는 핌, 무게 잡고 있는 덩치 큰 드래곤본 아저씨는 가르복. 죄수들 아니랄까봐 다들 조금씩 돌아 있으니까 조심하고."
 
브리엔느:@ '죄수'라는 말에, 말라 같은 친절한 사람이 죄를 지었을 리가 없다고, 무언가 누명을 썼을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말라 윅스:"자, 그러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몇 가지만 말할게. 첫 번째로, '아이젤크로스에서는 모든 것이 위험하다.' 새하얀 눈밭에서 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널 죽이려고 들 거야. 얼음, 바람, 유물, 괴물, 그리고 심지어 때로는...동료들도."
 
말라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마지막 말을 던지지만, 눈빛은 진지함을 띕니다. 그녀는 허리춤에서 작은 단검을 꺼내 칼끝으로 당신의 갑옷을 가볍게 두드립니다.
 
말라 윅스:"튼튼해 보이는 갑옷이지만, 갑옷이 추위를 막아줄 순 없지. 네가 잠든 틈에 누군가가 찔러 넣는 칼도 말이야. 그러니까, 이곳에서 진짜 중요한 건 무기나 방어구가 아니라 네 머리야. 거기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얼마나 잘 쥐어 짜내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법이지."
 
그리고 말라는 자신의 어깨 뒤쪽으로 힐끔 시선을 던집니다. 눈길이 닿은 곳에는 조르나가 팔짱을 낀 채 이를 갈고 있다가,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소리 없이 입 모양만으로 무어라 말을 합니다. 별 어려움없이 당신은 그 말의 내용이 '뭐, 씨발.'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브리엔느:@ '아무 것도 아닙니다.'라는 말을 입 모양만으로 열심히 전달합니다.
 
조르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뻐끔거리는 당신의 입술을 쳐다보고, 말라는 짧은 웃음을 터뜨리며 단검을 빙빙 돌리다 허리춤에 다시 꽂습니다.
 
말라 윅스:"기억해야 할 것 두 번째. '동료의 곁에서 멀어지면 죽는다'. 설령 방금 내가 말했던 경우처럼 동료 중 누군가가 너를 죽이려고 해도, 절대로 혼자 행동하면 안돼. 아이젤크로스에서는 혼자 살아 남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심지어 너 같은 탐험 초짜의 경우에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 의미에서 기억해야 할 것 세 번째는,"
 
말라의 표정이 장난기가 사라지고, 약간 무거운 분위기를 띱니다.
 
말라 윅스:"'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여기 아이젤크로스에서는 모든 행동의 제1원칙이야. 목적지가 코앞인데 식량이 애매하다? 그러면 포기해야 해.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불편하다? 그러면 푹 쉬는 거야. 무리하는 순간 그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죽은 사자보다는 산 당나귀가 낫다.'라는 말은 여기에서는 듣기 좋은 속담이 아니라 그냥 상식이야."
 
브리엔느:@ 말라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지도 하나만 들고 아이젤크로스를 탐험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자살 시도에 가까운 행위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진지한 얼굴로 말라의 말을 경청합니다.
 
말라는 그런 당신의 얼굴을 보고는 활기를 되찾으려는 듯 손뼉을 치며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말라 윅스:"좋아, 그러면 뭐 궁금한 거 없어? 너무 자세한 건 말고."
 
브리엔느:@ 질문 목록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것을 하나 고릅니다.
"젤라틴 큐브가 무엇입니까?"
 
말라 윅스:"엥? 젤라틴 큐브? 갑자기 그건 왜?"
 
브리엔느:@ 말라에게 코르베르타와의 대화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전달합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던 말라는 이야기의 중간 즈음에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나중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당신을 한참 쳐다봅니다.
 
말라 윅스:"연구반장 또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도...만만찮구나. 검을 휘두를 수 있냐고 물어 봤다고?"
 
브리엔느:"저에게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말라 윅스:"참나...그야 못 휘두르지. 지능은 사라지고 식욕만 남는 괴물이 되는 건데. "
 
브리엔느:"괴...물?"
 
말라 윅스:"어, 몸이 하늘색 푸딩처럼 되어 있고 주사위 모양을 하고 있는 괴물. 살았든 죽었든 뭐든지 집어 삼켜서 통째로 소화시키지. 그리고 그것밖에 못해. 이걸 편식을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는 게...참, 연구반장답다. 다른 질문은 없어?"
 
브리엔느:@ 그렇게 친절했던 연구반장이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잠시 멍하니 서서 가물거리는 정신을 간신히 붙듭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다음 질문을 떠올리는 데에 성공합니다.
"연구반장님께서...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구하는 방법을 여러분께서 알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말라 윅스:"아, 치료제?"
 
말라는 한 손으로 턱을 긁적이며 약간 고민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말라 윅스:"대충 알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전문가에게 직접 듣는 게 좋겠지? 야, 핌! 그만 질질 짜고 이리 와봐!"
 
말라가 일부러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부르자, 핌이라고 불린 남자 노움은 움찔하며 자신의 금속 파편을 품에 꼭 껴안고는 작은 체구를 이끌고 말라의 옆으로 다가옵니다. 핑크빛 광채를 머금은 눈물을 잘금잘금한 채로 고장 난 금속 파편을 소중히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망가진 장난감을 품은 듯 보입니다.
 
말라 윅스:"자, 핌. 신입이 혹한의 비애 치료제를 어떻게 구하는지가 궁금하다는데."
 
핌 글림버클:"혹한의 비애 치료제? 음, 그게...아, 잠깐만!"
 
핌은 갑자기 손가락을 튕기더니 허리춤의 작은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합니다. 금속 부품, 이상한 나사, 심지어 삐걱거리는 작은 톱니바퀴까지 다양한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그는 드디어 낡은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냅니다. 핌은 양피지를 펼쳐놓고 안경 너머로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핌 글림버클:"어, 그게, 그러니까...우선 혹한의 비애는 생물 마법적 변이와 융합 연금술적 성질을 조화롭게 합성하여 만들어진 특수한 질병인데요, 그래서..."
 
핌은 두루마리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빠르게 말을 이어갑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단어들은 너무나 기술적이고 전문적이라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핌 글림버클:"...이와 같은 방식으로, 위브의 유체 역학이 특정한 주기적 패턴과 상호작용하여, 음, 그 결과가 예측할 수 없는 '변동 유동체' 상태를 초래하는데, 그게 바로 여기서 제시된 이 도표의 기저논리라고 할 수 있죠! 여기까지는 이해 되시죠?"
 
브리엔느:"아니오."
 
말라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깔깔 웃으며 핌의 어깨를 툭툭 치고, 핌은 눈을 끔뻑거리며 말도 안된다는 듯한 얼굴로 당신을 쳐다봅니다.
 
핌 글림버클:"어, 이것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없는데...그러니까, 혹한의 비애는..."
 
브리엔느:"결론을 먼저 듣는다면 설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핌 글림버클:"결론요? 어, 혹한의 비애의 발병 인자가 발하는 마법적 패턴에 몇몇 존재들이 이끌린다는 거예요. 대표적으로 얼음 메피트들이 있죠. 이 얼음 메피트들은 물과 혹한의 바람이..."
 
브리엔느:
8
비전 (-1)
 
브리엔느 비전학 판정 실패
 
브리엔느:"얼음 메피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존재들을 찾으면 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구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핌 글림버클:"예? 어, 어느 정도는요."
 
브리엔느:"어느 정도는?"
 
옆에서 듣고 있던 말라가 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대신 대답합니다.
 
말라 윅스:"방금 핌이 말했잖아. 얼음 메피트들은 '혹한의 비애의 발병 인자'에 이끌린다고. 치료제가 아니라. 일단 이 혹한의 비애라는 병은 고대 에오르의 유산이야. 에오르의 사람들이 어쩌다가 이런 끔찍한 질병을 만들어 냈는지는 잘 몰라. 핌이 뭐라고 설명하긴 했는데..."
 
핌 글림버클:"어, 아마 전쟁에서 무기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었어. 감염자에게 별다른 고통은 주지 않고 움직임만을 점점 둔하게 만들고, 또..."
 
말라 윅스:"...아무튼, 그래서 이 혹한의 비애에 걸리게 만드는 그 푸른 가루 있잖아, 너도 병에 걸렸으니까 본 적 있지? 그 가루는 당연하게도 주로 에오르의 고대 유적지에서 발견돼. 그리고 치료제는 보통 푸른 가루와 같은 곳에 보관되어 있고. 그런데 얼음 메피트들이 이 푸른 가루에 끌리니까, 얼음 메피트들을 찾으면 혹한의 비애의 치료제를 찾을 수도 있다는 거지."
 
브리엔느:@ 말라의 말에서 '이상한 표현'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묻습니다.
"찾을 수도 있다는 건, 못 찾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말라 윅스:"상식적으로 그렇잖아? 치료제가 없거나 손상되어 있어도 푸른 가루만 있으면 얼음 메피트들은 꼬이니까.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지. 얼음 메피트들을 찾고, 유적 안으로 들어가고, 뭔가 나타나면 쓰러트리고."
 
브리엔느:"뭔가...?"
 
당신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며 말라가 씩 웃습니다.
 
말라 윅스:"응, 뭔가. 보통 에오르의 유적 안에는 있거든. 무시무시한 놈들이."
 
핌이 기다렸다는 듯이 끼어듭니다.
 
핌 글림버클:"살아 움직이는 갑옷이라거나, 에오르가 만들어낸 것으로 짐작되는 괴물들요! 이 괴물들도 에오르가 전쟁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걸 알려주는 존재인데, 왜냐면..."
 
말라 윅스:"아유, 좀, 가만히 좀 있어, 좀! 아무튼,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 존재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가 아냐. 이것만 기억해. 유적에서 마주친 게 움직이는 갑옷이면, 맞서 싸워. 하지만 갑옷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다, 그러면..."
 
말라가 당신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끝을 흐립니다.
 
브리엔느:@ 말라의 기대에 부응합니다. 실제로 말라의 말에 매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말라 윅스:"도망쳐.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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