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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거울 분신(Mirror Image) VS 잔상(Blur) - 잔상아, 거울 분신에게 감사해라.

by nba1990 2025. 9. 15.

세 줄 요약


1. D&D 2024에서는 "방어도 높음+주문 집중 유지 잘함+그런데 집중할 주문이 딱히 없음+전투가 4~5라운드 이상 길어질 것 같음"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잔상이 좋음. 그 외의 모든 경우에는 거울 분신이 압도적으로 좋음.

2. D&D 2024 RAW에 따르면 파수꾼(Sentinel) 재주와 거울 분신(Mirror Image)은 상호작용이 불가능. 다만 RAI/RAF의 관점에서 허용할 만한 근거도 있음.

3. 팀에서 거울 분신을 사용하려면 '눈 감고 거울 분신 공격하면 그냥 불리점만 받고 끝 아님? 공격 끝나면 그냥 눈 뜨면 되는 거 아님?'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합의를 통해 내려야 함.


 동북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이라면 '분신술'이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고전 소설 중에서는 서유기나 홍길동전, 상대적으로 최신 매체로 넘어오면 드래곤볼이나 블리치에서 이 분신술에 해당하는 능력을 찾아볼 수 있다. 분신술은 이 분신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따라서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초고속능력으로 인간의 시각에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서 마치 자신이 여러명이 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이고, 나머지 하나는 실제로 "환영이나 실체가 있는 분신을 요술, 홀로그램 등을 통해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왼쪽의 짤이 전자, 오른쪽의 짤이 후자에 해당하는데, 서브컬처에서 왼쪽의 경우는 '잔상권'으로, 오른쪽의 경우는 '분신술'로 구분하여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하튼 D&D에서도 이 분신술을 여러 방법으로 구현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제일 유명한 것은 바로 제목에 나와 있는 두 주문, 잔상(Blur)과 거울 분신(Mirror Image)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두 주문 모두 환영을 이용하기 때문에 첫 번째 경우에 해당되지 않지만, 잔상 주문은 이름도 그렇고 비주얼도 잔상권과 흡사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그러면 먼저 거울 분신부터 보자.

거울 분신(Mirror Image): 행동으로 시전 / 사거리 자기 자신 / V, S / 1분 지속 / 시전자의 공간에 환영 분신 3개가 생성됨(행동으로 없앨 수 없음). 분신들은 시전자와 구별 불가. 시전자가 명중 굴림을 통한 공격에 맞을 때마다 남아 있는 분신 하나당 1d6(육면체 주사위)을 하나씩 굴림. 그 중 하나라도 3 이상이 나오면 분신 하나가 대신 공격을 받고 소멸됨. 분신은 명중 굴림을 통한 공격 이외의 피해나 효과는 무시하며, 세 분신이 모두 소멸하면 주문 종료. 실명(Blinded) 상태이거나, 맹안시야(Blindsight) 또는 진시야(Truesight)를 지녔다면 이 주문의 영향을 받지 않음.

 
이 주문은 쉽게 말해 0/2 도발 하수인을 둘, 아니, 셋 소환할 수 있게 해주는 주문이다.

 

위 이미지는 블리자드의 카드 게임 하스스톤에서 마법사가 사용하는 기본 카드, 환영 복제(Mirror Image)의 이미지다. 영어 이름이 똑같은 것은 와우가 아무래도 D&D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하스스톤에서 이 카드는 본체를 직접 공격할 수 없도록 고기 방패 캐릭터를 소환하는 카드인데, 실제 D&D에서도 거울 분신은 적의 공격을 무효화하는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주문이다. 이 주문을 시전하면 세 개의 환영 분신이 만들어지고, 적은 일정 확률을 뚫어야만 본체를 공격할 수 있다.
 
이 주문의 사양은 "분신을 3개 소환한다." 말고는 D&D 2014 버전, 발더스 게이트 3 버전, D&D 2024 버전이 죄다 미세하게 다르다. 일단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분신 하나당 방어도가 3 증가. 공격을 피할 때마다 분신이 하나씩 사라짐."이다. 가령 마법사의 갑옷(Mage Armor)을 시전하고 있는 게일(민첩 13)이 이 주문까지 시전하면 게일의 방어도는 23(마법사의 갑옷 13+민첩 수정치 1+환영 분신 3개*3)이 된다. 판금 갑옷의 방어도가 18임을 고려하면 23이라는 수치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다만 저 '공격을 피할 때마다 분신이 하나씩 사라짐'이라는 문구 때문에 환영 분신으로 피할 가치조차 없었던 공격, 예를 들어 게일의 원래 방어도가 14였으니까, 명중 굴림에서 13 이하가 나온 허접한 공격에도 분신이 사라진다. 엄청나게 많은 공격을 주고 받는+애초에 방어도가 높은 전열 전투원이 사용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후방에 있는 주문 시전자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용으로 시전하는 주문 정도.
 
그런데 D&D 2014에서는 조금 사양이 달랐다. 거울 분신의 시전자에게 공격(Attack)이 들어오면 일단 명중하든 안 하든 20면체 주사위를 굴린다. 이 주사위의 값에 따라 공격이 환영 분신을 목표로 하는지, 본체를 목표로 하는지가 결정된다. 분신이 3개 있다면 주사위에서 5 이하의 값이 나와야 해당 공격이 본체에게 들어간다. 분신이 2개 있다면 7 이하의 값이, 분신이 1개 있다면 10 이하의 값이 나와야 한다. 공격이 분신에게 들어간다고 환영이 곧바로 파괴되는 것도 아니다. 분신에게도 방어도가 있어서, 명중 굴림의 값이 분신의 방어도보다 높아야 한다. 분신의 방어도는 10+시전자의 민첩 수정치. 명중 굴림의 값이 분신의 방어도보다도 낮다면 분신마저 그 공격을 피해버린다. 그러니까 발더스 게이트 3와는 다르게 공격이 빗나간다고 해서 분신이 무조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래서 전열에서 싸우는 전투원, 가령 비술 기사(Eldritch Knight)나 비전 괴도(Arcane Trickster)도 사용하기 좋았다. 분신마저 맞히지 못할 명중 굴림은 그냥 무시해버리고, 분신은 맞힐 수 있지만 목표는 맞힐 수 없는 명중 굴림은 목표가 막아버리고(분신은 파괴할 수 있지만), 목표도 맞힐 수 있는 명중 굴림은 20면체에서 일정 값 이상이 나와야만 목표를 때릴 수 있었으니까. 집중을 요구하는 주문이었으면 마력탄(Magic Missile) 같은 것으로 시전자의 집중을 끊었을 텐데 집중도 요구하지 않으니, 하나하나 파괴하는 것 말고는 일반적으로는 없앨 방법이 없었다.
 
물론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째는 거울 분신의 방어도가 낮다는 것. 이 주문의 주요 사용자들은 비전 괴도를 제외하면 민첩이 그렇게 높지 않아서 거울 분신의 방어도는 끽해봐야 10, 11, 12 정도였다. 방어도 10이면 일반인이 공격해도 반반 확률로 명중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방어도가 높다는 비전 괴도의 분신마저 14, 15 정도 밖에 안 되니 강력한 적의 공격은 오래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잔상(Blur) 주문과 비교했을 때 누가 더 나은지에 대해 사람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일반적인 결론은 "보통은 거울 분신이 낫지만 너의 방어도가 높다면 잔상이 나을 수도 있다."였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그런데 사실 이 주문에는 더 치명적인 두 번째 단점이 있었다. 행동으로 시전한다는 것? 아니. 일단 거울 분신을 시전하고 있는 목표에게 공격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DM일 경우의 이야기지만, 나라면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간략화해서 이렇게 진행을 할 것이다. 일단 명중 굴림을 굴리게 한다. 명중 굴림의 값이 분신의 방어도보다 낮다면 무시, 분신의 방어도보다는 높다면 20면체 주사위를 굴려 본체를 맞혔는지, 분신을 맞혔는지를 결정. 분신이 3개면 5 이하, 2개면 7 이하, 1개면 10 이하가 나왔을 때에만 본체를 공격한 것. 분신을 공격했다면 분신은 사라지고, 본체를 공격했다면 분신은 사라지지 않음. 본체를 공격했다면 명중 굴림이 본체의 방어도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판단해서 공격이 맞았는지 빗나갔는지를 결정.
 
자, 어떤가? 간략하게 축소한 버전인데도 죽을 만큼 복잡하지 않은가? 내가 DM이라면 NPC와 적들에게는 이 주문을 절대 시전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PC가 이 주문을 시전한다면 속으로 한숨부터 내쉴 것이고. 발더스 게이트 3에서 왜 주문의 사양을 바꿨는지 이해가 가는가? 상황에 따라 주사위 굴리는 것은 컴퓨터가 알아서 하니까 별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인데, 라리안은 이 주문을 플레이어들이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D&D 2024는 발더스 게이트 3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D&D 2014에서 쓰잘데기 없이 복잡한 것들, 진행을 느리게 만드는 것들을 전부 단순화시킨 것이다. 일단 공격을 실시할 때마다 20면체 주사위를 굴리게 하던 것을 공격이 명중했을 때에만 6면체 주사위를 분신당 하나씩 굴리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20면체 주사위의 값을 5 이하, 7 이하, 10 이하, 이런 어처구니 없는 수치들과 비교하게 하던 것을 하나라도 3 이상의 값이 나왔나 안 나왔나만 보면 되게 했다. 그러니까 심플하게, "공격이 맞았을 때 6면체 주사위들을 분신당 하나씩 굴려서, 하나라도 3 이상의 값이 나오면 분신에게 명중하고 분신 사라짐. 아니면 본체에게 명중."이라는 사양의 강력한 주문이 된 것이다. 분신이 1개일 때 공격이 본체를 맞힐 확률은 약 33.3%, 분신이 2개일 때는 약 11%, 분신이  3개일 때 고작 4% 정도 밖에 안 되니까.
 
 자, 그러면 거울 분신이 이렇게 상향을 받는 동안 잔상 주문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잔상(Blur): 행동으로 시전 / 사거리 자기 자신 / V / 집중, 최대 1분 지속 / 시전자의 몸이 흐릿해져서 지속 시간 동안 시전자에게 가하는 모든 명중 굴림에 불리점. 맹안시야 또는 진시야를 지녔다면 이 주문의 영향을 받지 않음.

 
분신을 만든다기보다는 시전자의 몸이 흐릿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잔상 주문은 D&D 2024에서 바뀐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당신의 몸이 흐릿해져 당신을 보는 이들에게 흔들리고 계속해서 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가 '당신의 몸이 흐릿해집니다.'로 바뀌는 등 문구를 조금 다듬었을 뿐이다.
 

 
뭐, 사실 바뀌든 안 바뀌든 성능만 좋으면 그만이므로 성능을 보자. 잔상 주문은 거울 분신과 달리 집중을 필요로 하며, 주문이 지속되는 동안 시전자에게 가하는 모든 명중 굴림에는 불리점이 가해진다. 이쪽은 거울 분신보다 더 심플해 보여서 좋지만 집중을 요구한다는 점이 조금 걸리는데, 성능이 압도적이라면야 집중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그래서 잔상의 성능이 어떻게 되는디? 거울 분신과 잔상 중에 누가 더 성능이 좋은데?

 
잔상이야 명중률을 대충 -5 정도 깎는 주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울 분신의 경우 설명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어렵다. 정확한 성능 비교를 위해서는 두 주문이 각각 피해를 얼마나 감소시켜줄 것으로 기대되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먼저 아래의 그래프를 보자. 이 그래프는 D&D 2014에서의 거울 분신과 잔상의 성능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명중 보너스 +5일 때 방어도별로 노버프 상태/거울 분신 상태/잔상 상태에서 공격 10번 당 명중하는 공격의 횟수를 비교한 것. 파란 게 노버프 상태의 꺾은선, 녹색은 잔상, 노란색은 거울 분신이다. Y축이 공격 10번 당 명중하는 공격의 횟수, X축은 방어도. 그래프의 Y축의 값이 낮을수록 덜 맞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방어도가 17보다 낮을 때는(=공격이 명중하기 위해 주사위에서 나와야 하는 값이 12보다 낮을 때는) 거울 분신이 훨씬 더 많이 유용했고, 방어도가 17보다 높을 때는 잔상이 개미 코딱지만큼 더 유용했다. 잔상은 집중을 요구하므로 집중 주문이 많은 소서러나 위저드는 이 주문을 잘 안 쓰고, 비술 기사 파이터나 비전 괴도 로그와 같이 집중 주문이 많지 않은 경우에만 가끔 썼다. 이 두 서브 클래스도 후술할 이유에 의해 거울 분신을 더 자주 썼기 때문에...

 
그러면 D&D 2024에서는 어떻게 됐을까? 구체적인 수치 비교를 위해 여기 네 분의 몬스터를 모셔 왔다. 놀 이낙후의 송곳니(Gnoll Fang of Yeenoghu), 마인드 플레이어(Mind Flayer), 뱀파이어(Vampire), 데스 나이트(Death Knight)로 각각 1티어(1~4레벨대), 2티어(5~10레벨대), 3티어(11~16레벨대), 4티어(17+레벨대)를 대표하는 괴물들이다.

전부 어디서 뵌 것 같다면 기분 탓이다.

 

자, 이 네 분이 잔상 주문의 주요 시전자인 방어도 15인 위저드/소서러(마법사의 갑옷 13+민첩 수정치 2), 방어도 17인 비전 괴도Arcane Trickster 로그(방어도 12 징박은 가죽 갑옷+민첩 수정치 5), 방어도 20인 비술 기사Eldritch Knight 판금 파이터(방어도 18 판금 갑옷+방패 2)를 한 대씩 때린다고 가정해 보자. 놀 이낙후의 송곳니의 경우 명중 보너스가 +5이므로 기본 명중률, 잔상을 시전했을 때의 명중률, 거울 분신을 시전했을 때의 명중률(분신 갯수에 따라)은 다음과 같다.

VS 놀 이낙후의 송곳니
(명중 보너스 +5)
기본 명중률 잔상 명중률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3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2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1개)
방어도 15 위저드&소서러 55% 30% 2% 6% 18%
방어도 17 로그 45% 20% 1.5% 5% 15%
방어도 20 파이터 30% 9% 1% 3% 10%

 
다음은 명중 보너스가 +7인 마인드 플레이어의 명중률 표이다.

VS 마인드 플레이어
(명중 보너스 +7)
기본 명중률 잔상 명중률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3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2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1개)
방어도 15 위저드&소서러 65% 42% 2.5% 7% 22%
방어도 17 로그 55% 30% 2% 6% 18%
방어도 20 파이터 40% 16% 1.5% 4% 13%

 
다음은 명중 보너스가 +9인 뱀파이어의 명중률 표이다.

VS 뱀파이어
(명중 보너스 +9)
기본 명중률 잔상 명중률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3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2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1개)
방어도 15 위저드&소서러 75% 56% 3% 8% 18%
방어도 17 로그 65% 42% 2.5% 7% 15%
방어도 20 파이터 50% 25% 2% 6% 10%

 
마지막으로 명중 보너스가 +11인 데스 나이트의 명중률 표이다.

VS 데스 나이트
(명중 보너스 +11)
기본 명중률 잔상 명중률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3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2개)
거울 분신 명중률
(분신 1개)
방어도 15 위저드&소서러 85% 72% 3% 9% 28%
방어도 17 로그 75% 56% 2.5% 8% 25%
방어도 20 파이터 60% 36% 2% 7% 20%


자, 표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분신이 단 1개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거울 분신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높은 티어 레벨대로 갈수록 적들의 명중 보너스가 양심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는데 거울 분신은 그런 적들을 상대로 한 자리대의 명중률을 보여준다.

 
물론 분신은 세 번 맞으면 사라지고 잔상은 집중이 풀릴 때까지 유지된다. 이를 바탕으로 데스 나이트 VS 레벨 17 위저드 & 로그 & 파이터의 예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서 잔상 주문과 거울 분신이 피해량을 얼마나 줄여줄 것으로 예상되는지 알아 보자. 위저드든 로그든 파이터든 주문 시전자라면 집중 내성 굴림에 이점을 부여하는 전쟁 시전자(War Caster)재주는 필수이므로 무조건 배우고 있다고 가정하겠다. 건강 내성 굴림에 보너스를 더하는 저항력(Resilience) 재주는 선택 사항으로 둔다.
 
데스 나이트는 한 라운드에 참격 피해 2d6+5(약 12)점+사령 피해 3d8(약 13)점을 가하는 공격을 3회 실시한다. 복잡한 수식은 생략하고, 저 방어도 15 위저드의 건강이 14라면 1라운드가 끝났을 때 이 위저드의 예상 피해량은 약 57.6점이다(1타 기대 피해=비 크리티컬 명중 확률 0.72*비 크리티컬 피해 기댓값 25.5+크리티컬 확률 0.0025*크리티컬 피해 기댓값 46=18.48, 2타 부터는 잔상을 유지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확률까지 고려하여...). 2라운드부터는 62.4점, 3라운드부터는 65점으로 잔상이 없을 때의 기대치인 68.1점과 그렇게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위저드가 아니라 소서러거나 저항력Resilience 재주를 배워서 건강 내성 굴림에 숙련 보너스를 받는다고 하면(17레벨의 경우 숙련 보너스가 +6이다) 조금 나아지긴 한다. 한 번 공격 받을 때마다 집중이 깨질 확률이 약 3% 정도 밖에 안 되므로, 첫 라운드의 예상 피해량인 55.8점이 거의 계속해서 유지된다. 대충 라운드 당 약 12점 정도의 피해 감소를 기대할 수 있겠다.
 
이번에는 로그와 파이터의 경우를 보자. 건강 내성 굴림 숙련이 없는 건강 능력치 14의 비전 괴도 로그는 잔상이 없을 경우의 피해 기댓값이 약 60점이다. 잔상을 시전하면 1라운드에 45.5점, 2라운드에 51점, 3라운드에 54점, 4라운드부터는 56점으로 잔상이 없을 경우의 기댓값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 건강 내성 굴림 숙련이 있다면 1라운드에 43.6점, 2라운드에 44.8점, 3라운드에 46점으로 라운드 당 약 15점의 피해 감소를 계속 유지한다. 비술 기사 파이터는 무조건 건강 내성 굴림 숙련이 있고, 레벨이 17이면 건강 능력치가 20점 정도 될 것이므로 집중은 거의 무조건 풀리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라운드 당 피해 기댓값은 잔상이 없을 때가 약 49점, 잔상이 있을 때가 약 28점으로 무려 20점 정도의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면 거울 분신은 피해량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는가? 거울 분신이 파괴될 확률까지 고려해서 계산하면 방어도 15인 위저드/소서러의 첫 라운드 피해 기댓값은 무려 8.64점밖에 안 된다. 2라운드가 되면 거울 분신이 전부 파괴되어 있을 확률이 약 12% 정도이고 3라운드가 되면 거의 100%로 거울 분신이 전부 사라져 있을 것이므로, 2라운드의 피해 기댓값은 49.6점, 3라운드는 66.1점. 3라운드는 되어서야 라운드 당 피해 기댓값이 잔상을 넘어서지만 누적 피해량을 감안하면 3라운드까지는 거울 분신의 성능이 압도적이다. 로그는 첫 라운드 6.85점, 2라운드 38.15점, 3라운드 56.4점이다. 파이터는 첫 라운드 피해 기댓값이 무려 4.62점까지 떨어진다. 이후 23.4점, 40.3점으로 다른 직업들과 비슷하게 피해 기댓값이 급격히 상승. 거울 분신의 이런 압도적인 피해 감소 효과는 '본체를 맞힐 확률이 애초에 극단적으로 낮다'는 특징에 더해 크리티컬이 터져도 해당 피해가 분신에게 이전될 수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VS 데스 나이트
(명중 보너스 +11, 3회 공격)
잔상
1라운드
거울 분신
1라운드
잔상
2라운드
거울 분신
2라운드
잔상
3라운드
거울 분신
3라운드
AC 15 
(노 버프 예상 피해: 68.1)
위저드
(건강 내성
굴림 숙련 X)
57.6 8.64 62.4 49.6 65.0 66.1
소서러
(건강 내성
굴림 숙련 O)
55.8 56.9 57.9
AC 17
(노 버프 예상 피해: 60.45)
로그
(건강 내성
굴림 숙련 X)
45.5 6.9 51.0 38.1 54.5 56.4
로그
(건강 내성
굴림 숙련 O)
43.6 44.8 45.8
AC 20 파이터
(노 버프 예상 피해: 48.98)
27.7 4.6 27.8 23.3 27.9 40.3

 
이에 더해 D&D 2024의 거울 분신은 적의 명중 보너스가 낮고 이쪽의 방어도가 높을수록 더욱 오래 유지되므로(적이 본체를 명중하지 못하면 거울 분신이 대신 맞아주는 일 자체가 없으니까) 저레벨 티어에서는 거울 분신의 효과가 더욱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데스 나이트의 명중 보너스를 +11에서 +7로 낮췄더니 무려 4~5라운드까지도 수학적으로 유의미한 피해 감소 효과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D&D 2024의 잔상은 여전히 방어도가 높을수록+집중을 유지할 확률이 높을수록 효과가 더 좋지만 D&D 2024의 거울 분신 역시 방어도가 높을수록 효과가 좋아지게 바뀌었으며, 공격 시도를 6~9번 정도 받을 때까지는 거울 분신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좋다.

 
이러한 조건 하에서 잔상의 성능이 더 좋은 클래스는 비술 기사 딱 하나다. 그것도 정확히 말하면 방패 들고, 전쟁 시전자 재주 찍고, 기회 공격을 통해 적이 자신의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파수꾼(Sentienl) 재주까지 찍은 비술 기사. 이런 비술 기사는 당연히 길목을 틀어막고 최전방에서 적들을 막아설 텐데, 적들 입장에서는 방어도가 높아서 때리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파수꾼 재주 등으로 인해 비술 기사를 공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연스레 공방을 주고 받는 횟수가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거울 분신이 금세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비술 기사마저 비극적이게도 다른 주문에 집중해야 해서 잔상 주문을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른 주문의 후보는 바로 그림자 검(Shadow Blade)이나 주술(Hex), 사냥꾼의 징표(Hunter's Mark) 등이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패치 8에서 그림자 검을 배울 수 있도록 바뀐 이후 초딩 같은 성능 때문에 악명이 자자한데, 다행히 D&D 원본에서는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미쳐날뛰지는 않는다. 그래도 방패를 든 비술 기사는 보통 근력 중심의 경우 장검(피해량 1d8, 약 4.5), 민첩 중심의 경우 레이피어(피해량 1d8, 약 4.5)를 사용할 텐데, 그림자 검은 피해량이 2d8, 약 두 배다. 게다가 비술 기사는 7레벨부터 전쟁 마법(War Magic)이라는 특성을 통해 공격 1회를 소마법 시전으로 바꿀 수 있으므로, 그림자 검으로 공격 1회+소마법 폭음의 검(Booming Blade) 1회의 피해량은 2d8+4+2d8+4+1d8+2d8(조건부)=30.5(조건부 39.5)다. 장검이나 레이피어로 공격하면 1d8+4+1d8+4+1d8+2d8(조건부)=21.5(조건부 30.5)다. 장검이나 레이피어로는 한 번 더 때려야 그림자 검의 피해량과 비슷해진다. 참고로 비전 괴도 역시 그림자 검을 유용하게 써먹는다. 로그는 공격 횟수는 적지만 주위가 어두운 환경(희미한 빛Dim Light)이나 어둠(Darkness) 속에서는 자동으로 명중 굴림에 이점이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주술과 사냥꾼의 징표의 경우 비술 기사는 요정의 손길(Fey-Touched) 재주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데, D&D 2014에서 비술 기사의 전쟁 마법 특성은 '소마법을 시전하면 추가 행동으로 무기 공격을 1회 시켜줌'이라는 성능이었으므로 추가 행동을 요구하는 주술이나 사냥꾼의 징표나 쓰기 힘든 주문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쟁 마법의 성능이 전술한 대로 바뀌었으니 추가 행동이 남는다. 따라서 그림자 검 대신 주술이나 사냥꾼의 징표도 고려해 볼 만한 주문이 되었다. 단 지능을 올려 마법곤봉으로 후려패는 비술 기사라면 아마 그림자 검이 아니라 주술/사냥꾼의 징표 쪽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림자 검은 지능 능력치로 휘두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 참고.
 
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마법곤봉(Shillelagh) & 진실의 일격(True Strike) - 마법곤봉이랑 진실의 일격으로 다 죠지면되요

아무튼 그래서, 원래 D&D 2014에서 거울 분신은 A~B티어, 잔상은 B~C티어 정도의 주문이었는데, 상향 받은 거울 분신은 이제 확고부동한 A티어, 그대로인 잔상은 C티어다. 사실 잔상은 거울 분신의 상향 없이도 위에서 이야기했던 집중 문제 때문에 잘 안 써먹었고, 앞으로도 잘 안 써먹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거울 분신에게 명예로운 죽음을 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거울 분신이 아무리 상향되었다고 해봐야 위저드, 소서러, 바드, 워락은 첫 턴에 전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주문을 시전해야 하니까 2014 버전 때와 마찬가지로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투 중반 즈음에 강력한 보스를 상대로 끔살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용으로 시전해 두는 정도일 것이고, 반면 비술 기사, 비전 괴도, 갑옷 장인(Armorer) 아티피서 등은 적들과 근접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으니 자주 사용할 것이다. 특히 잔상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비술 기사나 갑옷 장인은 아무런 고민 없이 거울 분신을 고를 것. 단 잔상이든 거울 분신이든 내성 굴림을 강제하는 효과나 명중 굴림 없이 자동으로 피해를 주는 효과에는 무력하다는 점, 환영을 꿰뚫어 보는 진시야나 시각에 의존하지 않는 맹안시야를 가진 적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것.
 
자, 여기까지 긴 글 읽느라 고생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조금만 더 힘내자. 아직 이야기할 게 두 가지 더 남았다. 일단 위에서 "D&D 2014에서는 방어도가 높을수록 잔상이 유리하지만, 비전 괴도는 방어도가 높음에도 거울 분신을 더 자주 써먹었다."라고 했던 거 기억 나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D&D 2014에서의 거울 분신+파수꾼 재주와의 조합에 대해 알아야 한다. 뜬금없이 웬 파수꾼 재주냐고 묻겠지만, 결론부터 말해 D&D 2014에서는 누군가가 당신을 공격했는데 대신 거울 분신의 분신을 공격하게 된다면 파수꾼 재주로 그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었다.

일단 2014 파수꾼 재주에는 이러한 기능이 있었다. "당신으로부터 5ft 이내에 있는 크리처가 당신이 아닌 다른 목표를 상대로 공격을 실시하면 당신은 반응 행동을 이용해 해당 크리처에게 근접 공격을 1회 실시할 수 있습니다(When a creature within 5 feet of you makes an attack against a target other than you, you can use your reaction to make a melee weapon attack against the attacking creature)." 그리고 2014 버전 거울 분신은 시전자를 목표로 하는 공격이 분신을 목표로 하도록 바꿀 수 있었다(...the attack instead targets one of your duplicates). 거울 분신은 시전자가 아니라 분신을 목표로 공격하도록 만들어 주는데, 분신은 자신이 아닌 다른 목표이므로 파수꾼 재주의 발동 조건을 만족시켰다. 그러니까 파수꾼 재주를 통해 반응 행동으로 공격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전략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클래스는 비전 괴도 로그였다. 로그는 추가공격이 없는 대신 한 방의 피해량을 극대화시키는 암습(Sneak Attack)이 있다. 암습은 한 턴에 한 번만 가할 수 있는데, 이 '한 턴'이라고 하는 것은 내턴 남턴을 가리지 않았다. 암습의 조건(명중 굴림에 이점 OR 적의 5ft 이내에 아군이 있을 것)을 충족한 상태라면 남의 턴에도 얼마든지 암습을 가할 수 있는 것.

 
물론 남의 턴에 암습을 가하려면 남의 턴에 공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의 턴에 공격을 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기회 공격(Opportunity Attack, 적이 근접 간격에서 철수Disengage 행동도 없이 벗어나려 할 때, 반응 행동으로 가하는 공격)'과 대기(Ready) 행동을 이용하는 방법,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회 공격의 경우 다들 잘 알테니 대기 행동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겠다. 대기 행동이란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이렇게 행동하겠다."라고 선언한 다음 그 조건이 갖추어지면 반응 행동을 통해 선언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자기 턴에 그냥 행동을 취하는 것보다 당연히 좋지 않았는데, 대기 행동은 이동 / 공격 1회만 실시(추가 공격Extra Attack은 자기 턴에 공격을 더 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므로) / 주문 시전(조건이 충족되어 주문 시전 직전까지 집중 취급. 주문을 시전하기 전에 집중이 깨지면 효과 무효+주문 슬롯 낭비),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행동으로는 그냥 이동+공격/이동+주문 시전 다 할 수 있지 않은가. 근데 굳이 내 턴을 날리고 다음 턴에 공격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가령 20레벨 파이터의 경우 자기 턴에 공격하면 4회나 공격 할 수 있는데 고작 1회밖에 못 하게 되는 것.
 
그래서 대기 행동을 해야 하거나 대기 행동의 이득이 있을 경우, 이를테면 적은 하늘에 떠 있고 나는 근접 공격 밖에 실시하지 못할 때 "적이 가까이 접근하면 곧바로 칼을 휘두르겠습니다." 등의 대기 행동을 선언할 수밖에 없을 때 말고는 자주 써먹는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로그의 경우 대기 행동의 단점이 다른 클래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고 장점은 많았다. 일단 로그는 애초에 자기 턴에 공격 행동을 하나 대기 행동으로 공격을 하나 공격은 1회 밖에 못한다. 또, 대기 행동으로 공격을 하는 것은 자신의 턴이 아닌 다른 사람의 턴에 공격을 하는 것이므로 암습 공격을 추가로 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아니, 대기 행동을 하려면 자기 턴에 행동을 써야 하는데, 그러면 자기 턴에 공격을 못하잖아요. 이게 무슨 암습 추가 공격이에요, 그냥 내 턴에 가할 암습 공격을 남의 턴에 가하는 거지."
 
내 턴에 공격도 하고 대기 행동으로 공격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가속(Haste) 주문과 대기 행동을 이용한 암습 2회 가하기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다음과 같다: 가속 버프를 받고 가속으로 얻은 추가 행동(Bonus Action 말고 특별한 Additional Action. 이 행동으로는 공격 1회, 철수, 질주, 은신, 물건 사용 밖에 할 수 없다)으로 1회 공격한 뒤 원래 행동으로는 대기(Ready) 행동을 취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제 턴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눈앞의 적을 공격하겠습니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지 이해가 갔을 것이다. 계속 이야기했던 대로 암습은 한 턴에 한 번밖에 안 되니, 그리고 로그는 어차피 한 턴에 한 번밖에 공격을 못하니 대기 행동의 페널티가 적다. 그래서 내 턴에 가속으로 얻은 행동으로 암습 공격을 하고, 다음 턴에 대기 행동으로 암습 공격을 하고, 이렇게 2번 암습을 가하는 것.

거울 분신도 이와 비슷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암습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거울 분신이 공격받으면 파수꾼 재주로 적을 공격하고 암습 피해를 넣는 것이다. 가속을 이용한 전략과 일장일단이 있었는데, 가속은 3레벨 주문이라서 비전 괴도가 단독으로 쓰려면 13레벨은 되어야 했고, 집중이 필요했으며, 집중이 깨지면 1턴 동안 무력해지는 문제 등이 있었다. 거울 분신은 소중한 재주 하나를 원래는 로그와는 잘 맞지 않는 파수꾼으로 배워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두 전략 다 라운드에 한 번 밖에 못 쓰는 반응 행동을 공격에 날려 버리는 셈이고, 그러면 반응 행동으로 공격 1회의 피해량을 반감시켜주는 놀라운 회피(Uncanny Dodge)를 쓸 수가 없게 되는 문제를 공유했다. 그래도 로그의 딜량을 두 배로 뻥튀기 할 수 있고 생존력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두 전략 모두 비전 괴도 로그들이 가끔 써먹는 조합이었다.

아무튼, 이제 D&D 2024에서 거울 분신이 거하게 상향을 먹고 비전 괴도가 신이 나서 거울 분신+파수꾼 조합을 쓰려고 하는 찰나..."이제는 거울 분신으로 파수꾼 발동 못함."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자, 그들의 주장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D&D 2024 거울 분신의 원문을 갖고 왔다. "분신 마다 굴린 6면체 주사위에서 하나라도 3이상이 나오면 분신 중 하나가 시전자 대신 공격에 맞는다(...one of the duplicates is hit instead of you)". 파수꾼 재주의 원문은 조금 바뀌어서 "당신으로부터 5ft 이내에 있는 크리처가...당신이 아닌 다른 목표를 맞히면...(A creature within 5ft of you...hits a target other than you with an attack...)"이다.

문제는 D&D 2024에서, 기존에는 없던 목표(Target)라는 것에 대한 정의가 생겼다는 것이다. D&D 2024에서 목표란 명중 굴림의 목표가 된(targeted by an attack roll)/어떤 효과에 의해 내성 굴림을 실시하게 된(forced to make a saving throw by an effect)/주문이나 다른 현상의 효과를 받도록 선택된(selected to receive the effects of a spell or another phenomenon) 크리처나 물체를 말한다.

그리고 거울 분신+파수꾼 조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측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D&D 2024에서 파수꾼 재주는 당신으로부터 5ft 이내에 있는 크리처가 당신이 아닌 다른 목표를 맞히면 해당 크리처에게 반응 행동으로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재주다. 하지만 거울 분신은 목표(Target)가 아니다. 그러므로 파수꾼 재주는 발동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D&D 2024에서 목표는 '명중 굴림의 목표가 된' 존재를 말하는데, 거울 분신 주문의 시전자를 향한 명중 굴림은 시전자를 목표로 실시된 것이지 분신을 목표로 실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D&D 2024의 거울 분신은 분신이 공격에 대신 맞는다고 했지(...one of the duplicates is hit instead of you) 공격이 거울 분신을 대신 목표로 한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거울 분신의 주문에 내성 굴림이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해당 분신이
주문이나 다른 현상의 효과를 받도록 선택되지도 않았으므로(D&D의 수많은 주문에는 'choose a creture/object/point..' 등과 같이 선택하라는 표현이 있다) 목표가 아니다."

그래서 RAW에 따르면 거울 분신과 파수꾼 재주와의 조합은 D&D 2024에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를 반박할 만한 뾰족한 논리적 근거가 없다. 다만 과연 이것이 개발자들의 의도일까 고민하는 것이다.

 
D&D의 규칙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총 세 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RAW(Rule As Written), 규칙을 적힌 그대로 해석하는 관점이다. 디자이너가 무엇을 의도했든 적힌 문구 그대로 해석하자는 관점으로, 규칙을 처음 접할 때는 당연히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 하나는 RAI(Rule As Intended), 규칙이 만들어진 의도를 짐작하여 해석하는 관점이다. D&D 디자이너들도 사람인지라 자신들의 의도를 규칙을 통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다만 RAI는 팀에 따라 먹힐 수도,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마지막은 RAF(Rule As Fun), 규칙을 재미있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관점이다. 결국 D&D는 재미있자고 하는 것이므로, 규칙을 적혀 있는 대로 해석하는 것이나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해석하는 것이나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면 규칙에서 벗어나 재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악게 된다.
 
규칙에 대한 RAI에 따른 해석이 플레이어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사례로는 위에서 언급했던 그림자 검이 있다. 정확히는 그림자 검+폭음의 검 조합인데, RAW에 따르면 그림자 검으로 폭음의 검 소마법을 시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폭음의 검 소마법은 주문 시전에 최소 은화 한 닢 이상의 가치가 있는 근접 무기(A melee weapon worth at least 1 sp)를 물질 구성 요소로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림자 검은 마법의 검을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볼 수가 없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폭음의 검 소마법을 시전할 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2020년, D&D의 게임 디자이너 제레미 크로포드는 트위터에다가 "우리가 폭음의 검의 물질 구성 요소에 가치를 명시한 건 그림자 검으로 폭음의 검 시전하는 것과 무관합니다. 내가 DM이라면 그림자 검으로 폭음의 검을 시전하는 걸 얼마든지 허용할 겁니다."라고 밝혔다.
 

 
2020/11/3 제레미 크로포드의 트윗
 
규칙 만든 사람이 자기 의도를 이렇게 밝혔으니 더이상 왈가왈부하기 어렵다. 물론 몇몇 DM들은 "그런 식으로 RAW가 아닌 관점을 규칙에 들이대면 한도 끝도 없다. 난 허용안 할 거임."이라고 하긴 했지만 이런 이들은 극소수였다.
 
이번엔 규칙에 대한 RAF에 따른 해석이 받아들여진 사례를 보자. 원래 D&D 2014 버전 드루이드의 야생 형상(Wild Shape) 능력은 드루이드를 야수(Beast)로만 변신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3에서 드루이드는 6레벨이 되면 아울베어로 변신할 수 있다.
 

문제는, 아울베어는 사실 괴수(Monstosity)로 분류되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사실 아울베어로 변하는 드루이드는 발더스 게이트 3가 출시되기 전에 이미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영화의 주연 중 한 명인 티플링 드루이드 도릭이 작중에서 아울베어로 변신하는데, 전술한 이유로 인해 드루이드는 아울베어로 변신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D&D 팬들이 소수 있었다.
 

그러자 영화사는 아래와 같은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bNg62CIT3Sg

 

영상에 나오는 인물들이 뭐하는 인물들인지는 나무위키를 참조하길 바라고, 아무튼 작은 키의 노인 마법사가 일행들에게 영화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 장면은 '아울베어로 변신하는 드루이드'가 등장하는 장면. 일행 중 에릭이라는 이름의 파이터(영상에서 짧은 머리를 한 기사 캐릭터)가 "이건 고증오류야!"라고 주장하자, 노인 마법사는 "D&D에서의 첫 번째 규칙은 '던전 마스터가 괜찮다고 하면 장땡이다'란다. 그리고 에릭, 넌 밥맛이야(Eric, you SUCK)!"라고 일갈한다. 즉, RAW에 따르면 드루이드는 아울베어로 변신할 수 없지만, RAF에 따르면 재미있으니까 괜찮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티플링 드루이드 도릭은 실제로 씬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RAF의 가치를 증명했다. 넷플릭스에 풀렸으니 가서 보고 오도록. D&D 영화계의 저주받은 걸작이다.
 
아무튼, 영화에서는 이렇게 아울베어 변신에 대한 논쟁을 끝내버렸고 그 영향인지 발더스 게이트 3에서도 드루이드는 아울베어로 변신할 수 있다.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3의 아울베어 역시 충격적인 성능과 귀여움으로 인해 고증 오류라는 비판이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이렇게 귀여운데 고증 오류가 대수야?

 
그런 의미에서 나는, 거울 분신+파수꾼 조합이 RAW에 따르면 불가능하다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것이 RAI라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전술했듯이 D&D 2024 거울 분신의 설명에는 '분신 중 하나가 당신 대신 공격에 맞는다(one of the duplicates is hit instead of you)'라는 내용이, D&D 2024 파수꾼 재주의 설명에는 '당신으로부터 5ft 이내에 있는 크리처가...당신이 아닌 다른 목표를 맞히면...(A creature within 5ft of you...hits a target other than you with an attack...)'이라는 내용이 있다. 둘 다 무언가를 맞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바뀌었다. 마치 서로 의도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RAF의 관점에서도, 지금까지 계속 잘 써먹어 왔던 전략(심지어 게임 개발자도 공인한 전략)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새로운 버전에서 막히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박탈감을 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DM이라면 허락할 것이다.

거울 분신과 관련하여 DM이 결정해야 할 의미심장한 사안이 하나 더 있다. 위에서 언급만 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았는데, 거울 분신 주문은 실명 상태의 적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면, 적이 눈을 감고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으므로 자체적으로 실명 상태가 된다고 볼 수도 있다. 실명 상태에서는 명중 굴림에는 불리점이 가해지지만 거울 분신의 효과를 무시할 수 있다. 거울 분신이 3개 있는 상태에서 분신을 뚫고 목표를 맞히려면 1/27의 확률을 뚫어야 하는데, 불리점만 받는다면 명중률이 약 25% 정도 떨어지고 끝이다. 눈을 뜨고 감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자기 턴에 아무런 제약 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므로, 거울 분신을 상대한다면 차라리 눈을 감고 공격했다가 공격이 끝났을 때 눈을 뜨는 게 낫다.

 
그런데 이 방법을 세션 내에서 허락하려면, 즉 눈을 떴다 감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락하려면 몇 가지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게 또 무슨 헛소리냐고 하고 싶겠지만 생각해 봐라. 만약에 자기 턴에 눈을 마음대로 떴다 감았다 할 수 있도록 한다고 치면 결국 거울 분신 주문의 그 복잡한 설명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냥 공격자의 명중 굴림에 불리점을 부여하는, 잔상과 완전히 동일한 효과가 되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한 이 방법을 허락하면 거울 분신은 사실상 집중 없는 잔상 주문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리니까, 잔상 주문은 C 티어가 아니라 F 티어로 떨어진다.

혹자는 하우스 룰로, 눈을 감아서 실명 상태의 효과를 얻으려면 해당 라운드 내내 그 효과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6초=1라운드란 추상적인 개념으로, 사실 전투에 참여하는 인원들은 6초라는 시간 동안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명의 전투원이 전투이 참여하여 100번의 턴이 지나가도 시간은 6초밖에 흐르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 턴 동안 눈을 감는 것은 라운드 동안 눈을 감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규칙을 적용하면 전투 중에 칼을 뽑고 넣는 것, 물건을 떨어트렸다가 줍는 것 등도 다 문제가 된다. 눈을 감으면 1라운드 동안 감아야 한다고? 그러면 내가 무기를 꺼내면 1라운드 동안 꺼내고 있어야 해? 내 턴 끝날 때 못 집어 넣는다고? 룰에서는 된다던데?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해결책은 "거울 분신의 대처법을 알려면 연구(Study) 행동으로 지능(비전) 판정에 성공해라. 그렇지 않으면 게임 바깥의 지식이 게임 안에 영향을 끼치는 메타 게이밍, 즉 반칙이다." 정도이다. 거울 분신이라는 주문에 그렇게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플레이어가 아니라 '캐릭터'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물론 이것도 규칙에서 정해진 답은 없으므로 DM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