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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 Yourself로 솔로 TRPG(D&D) 플레이하기 - DM Yourself 리뷰

솔로 TRPG 관련 정보

by nba1990 2024. 10. 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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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1. DM Yourself의 첫 번째 특징: 캐릭터를 하나로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어드벤처를 조정해서 몰입감을 높임

 

2. DM yourself의 두 번째 특징: 캐릭터가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기본 행동을 설정하여 플레이의 공정성을 확보함

 

3. DM Yourself의 세 번째 특징: 오라클(Oracle)훑어 읽기(Skim Reading), 정독하며 읽기(Deep Reading) 등의 기법을 활용해서 예측 가능성을 최소화함.  


지난 글에서 솔로 TRPG를 플레이하는 몇 가지 방법, 그리고 DM Yourself의 장점에 대해 다루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솔로 TRPG의 두 갈래 접근 방식

- 오라클(Oracle) 사용 방식: 오라클이라고 하는 무작위 시스템을 통해 앞으로 등장할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무작위로 얻는 방식. 주사위를 굴리기 전까지는 앞으로 무엇이 등장하고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모른다. 단 게임 플레이의 연속성이 결여되어 몰입감이 떨어지고 서사의 깊이가 얕아진다.

 

- 분기형 서사 방식: 플레이어가 선택을 통해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기형 서사를 준비하는 방식. 분기를 따라 진행하기 전까지는 앞으로 무엇이 등장하고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모른다. 단, 내용이 매우 짧고 자유도가 제한된다.

DM Yourself의 장점

  • 최소한의 규칙 변경으로 원래 어드벤처와 최대한 가깝게 모험을 즐길 수 있다.
  • 단일 플레이어 캐릭터로 플레이하여 복잡하지 않고 몰입감이 높다.
  • 단순히 주사위를 굴리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느낌을 재현한다.
  • 스포일러와 숨겨진 정보를 다루는 방법을 익혀 이야기를 체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 솔로 마스터링 룰 적용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공식 출판된 어드벤처를 혼자서, 일반적인 TRPG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준다? 말만 들으면 꿈만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짓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솔직히 약장수의 입에 발린 말처럼 의심이 갈 만하다. 하지만 DM Yourself가 솔로 TRPG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 양상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해가 조금은 될 것이다.

 

​먼저 몰입감을 높이고 결정 피로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DM Yourself는 단 하나의 캐릭터만을 사용한다.

발더스 게이트 3를 해본 사람이라면, 아니, 정확히는 발더스 게이트 3로 D&D를 처음 접해본 사람이라면 기억날 것이다. 첫 전투에서의 그 한도 끝도 없는 막막함을. 뭔가 아이콘이나 버튼 같은 게 잔뜩 있긴 한데 읽을 수는 있어도 무슨 뜻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 것들 투성이였던 핫바를. 발더스 게이트 3의 몇 안 되는 단점 중 하나로 지나치게 복잡한 전투 시스템이 있는데, 사실 이 단점은 D&D TRPG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단점이 해결되지 못하고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단점이라고 하기도 뭣한게, 사실 이렇게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TRPG의 매력인 까닭에...

그리고 게임이 진행될 수록, 선택지의 가짓수는 줄어들기는 커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간다. 후반부에 가면 이렇게 된 핫바와 마주하게 되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

 

물론 발더스 게이트 3에서도 어떤 기술/주문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아보는 것은 어렵다. 주문이면 주문 슬롯을 소모할 것이고, 기술이라면 휴식을 취한 후에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니 자주 사용하면서 유용성과 효용을 시험해 보는 게 번거롭다. 하지만 적어도 발더스 게이트 3는 해당 기술/주문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라도 대신 해주지 않는가.

 

컴퓨터라면 단숨에 구할 수 있는 결과를, TRPG에서는 마스터가 한참 동안 끙끙 앓면서 간신히 구해야 한다.

 

"아, 불의 벽을 사용하신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음, 네. 범위 내의 모든 크리처는 민첩 내성 굴림을 굴려야 합니다. 5마리네요. 한꺼번에 굴리겠습니다. (또륵) 음, 10이 나왔는데 민첩 내성 굴림에 숙련 보너스도 있어서 5를 더하면 15. DC는 16이니까 실패. 음, 20이 나왔네요. 얘는 성공. 13, 민첩 내성 굴림에 숙련 없네요? 보너스가 2만 붙어서 실패입니다. 5, 실패. 12, 민첩 내성 굴림에 숙련 보너스 있네요. 5 더해서 성공입니다. 피해 굴림 주사위 굴릴게요. (또륵) 보자아...4, 6, 7, 1, 2...10에 7더하고...아, 20이네요. 민첩 내성 굴림에 성공한 크리처는 10만 화염 피해를 받고 나머지는 20을...아, 네? 화염 저항이 있다고요? 아, 그렇네요. 확인해 보니까 화염 저항이 있는 크리처였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면 이제 피해가 또 반만 들어가고, 그러면 HP가...아, 잠시만요. 얘는 민첩 내성 굴림에 성공하면 피해를 아예 안 받기도 하네요. 그러면..."

 

이렇게 나의 어떤 행동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TRPG에서는 한참 후에야 돌아온다. 오해할까봐 말해두지만 이건 TRPG를 혼자서 하든, 정석대로 여럿이서 같이 하든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다. 거기에 더해 TRPG의 경우 마스터마다 룰의 적용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플레이어의 창의력에 따라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주문, 이를 테면 상급 환영(Major Image) 같은 환영계 주문이나 암시(Suggestion) 같은 환혹계 주문 등이 그렇다. 전자의 경우 가로, 세로, 높이가 최대 20피트 크기에 달하는 환영을 만드는 주문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25단어 이내로 명령을 내리는 주문이다. 어떤 환영을 만들 수 있고 어떤 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의 한계는 플레이어의 창의력과 DM의 수용력이 결정한다. 그러니까 같은 주문이라도 A 마스터의 게임에서는 유용하고 B 마스터의 게임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으며, C 플레이어는 그 주문을 잘만 써먹지만 D 플레이어는 완전 똥과 같은 주문이라고 여겨 평생 한 번도 안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화염구가 수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직관적으로 강력하니까.

해일(Tidal Wave), 물의 벽(Wall of Water), 검은 촉수(Black Tentacles), 역병(Blight), 괴물 매혹(Charm Monster)...언제나 답은 화염구(Fireball)다.

이렇게 진행이 복잡하고 정신 사나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DM Yourself는 한 명의 캐릭터로 플레이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게임의 난이도가 어마무지하게 상승한다는 단점이 따른다. 일반적인 공식 어드벤처는 보통 4~5인 플레이를 상정하여 난이도를 조절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DM Yourself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첫째, 캐릭터의 게임 시작 레벨을 높일 것. 둘째, 용병 같은 NPC를 데리고 다니게 하거나 주사위를 하루에 몇 회까지 다시 굴릴 수 있도록 해주는 규칙 등의 안전 장치를 사용할 것. 셋째, 적들은 치명타를 입히지 못한다든지 등의 추가 규칙으로 난이도를 낮출 것. 이러면 캐릭터를 한 명만 플레이하는 것으로 인한 단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면, 다음은 캐릭터의 기본 행동을 설정한다. 기본 행동이 뭐냐고? "내 캐릭터는 닫힌 문을 항상 듣는다.", "방을 정리한 후 항상 비밀문을 찾는다." 등의, 해당 캐릭터가 특정 상황이라면 반드시 수행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후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내용이니 지금은 간단하게 예만 들어보자. 당신의 캐릭터가 던전의 어떤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당신은 어드벤처 책을 펼쳐 해당 방의 설명을 읽는다. 그런데, 방의 한 가운데에 함정이 있다는 설명을 보게 되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함정을 몰랐던 것처럼 연기할 것인가, 아니면 온갖 구구절절한 핑계를 만들어 함정을 피하게 할 것인가? 전자처럼 해야 맞겠지만 인간은 딜레마에 빠지면 그렇게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리고 솔로 TRPG 플레이를 하면서 이러한 딜레마 상황은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기본 행동을 설정해 두면 딜레마 상황을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정해둔 대로 행동하면 되니까. 이러면 솔로 플레잉을 보다 공정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캐릭터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캐릭터를 완벽하게 준비했으니, 어드벤처를 읽으며 책 속의 세계로 뛰어들 시간이다. 그런데...혹시 지난 글에서 내가 이렇게 말했던 것 기억나는가? '출판된 공식 어드벤처는 앞부분에 해당 어드벤처의 스토리를 요약해 놓는다.' 그러면 책을 펼치자마자 스포일러를 당하게 될 텐데?

그래서 안 읽는다.

 

그 부분을 아예 건너 뛰거나, 혹은 발견하자마자 대충 흐린 눈으로 훑어보기만 한다. 뇌를 읽긴 읽었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마침 우리는 흐린 눈으로 어드벤처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조건 하나를 타고나기도 했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니라는 것. 번역기 안 돌리면 무슨 내용인지를 모르니 흐린 눈으로 넘어가기 딱 좋다.

 

DM Yourself에 "그래서 어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데?"에 대한 답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으니 여기에서는 간단하게 개념만 설명하고 넘어간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DM Yourself가 어떻게 솔로 TRPG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납득했을 것이다. 그렇다. 캐릭터를 하나만 만들어서 몰입도는 높이면서 결정 피로는 줄이고, 기본 행동을 정하여 게임 진행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참고로 이 기본 행동은 적들 역시 가지고 있어서 적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을 적절하게 흐린 눈으로 읽거나 나중에 필요할 때 읽어 예측 가능성을 제거하고, 당연히 창의적 전개를 위해 오라클도 사용한다.

 

이렇듯 DM Yourself는 솔로 TRPG 플레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대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책이며, 실제 플레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DM Yourself가 완벽한 자료는 아니다. 일단 당연히 스포일러를 완벽히 피할 수는 없으며, 무엇보다 스토리가 한 방향으로 쭉 진행되는 편인, 그러니까 선형적인 어드벤처에서 더 잘 작동한다. <판델버의 잃어버린 광산(Lost Mines of Phandelver)>이나 <얼음첨탑 봉우리의 용(Dragon of Icespire Peak)>과 같은 어드벤처가 선형적인 어드벤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솔로 TRPG 플레이를 함에 있어서 이 책만큼 도움이 되는 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식 게임 마스터 에뮬레이터(Mythic Game Master Emulator)'와 같이 솔로 TRPG 플레이를 도와주는 다른 책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책들은 내용이 너무 지나치게 많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빈약하다. DM Yourself는 과유불급의 진리를 잘 지켰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 솔로 TRPG 플레이의 방법을 DM Yourself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한국은 TRPG 유저의 숫자가 적고, 혼자서 TRPG를 플레이하려는 사람은 더 적다. 자연스레 솔로 TRPG 플레이와 관련된 정보는 '가뭄에 콩나물 나듯이'라는 표현도 아까울 정도로 적다. 그래서 혹여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손치더라도,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야 하지.

 

부디 지금까지의 일련의 글이, 당신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솔로 TRPG 플레이가 현실에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당신에게 남은 일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여 DM Yourself를 구매하고, 즐겁게 솔로 TRPG를 즐기는 일이다. 영어 아니냐고? 걱정 마라. 어느새 전지전능하신 ChatGPT 님은 PDF 파일도 번역하실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냥 ChatGPT에 파일 넣고, 번역을 요청하면 끝이다.

<DM Yourself 구매 링크 - 던전 마스터 길드(Dungeon Master Guild)>

https://www.dmsguild.com/product/331912/DM-Yourself--solo-roleplay-for-5e-DD-and-OSR-ad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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