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D 5판(2014년 판본)은 한국어 번역본 PDF 파일이 있어서 규칙 익히기 쉽다.
2. 2024 D&D(2024년 판본)는 영어로만 제공되는데, 번역기를 돌려도 고유 용어를 일관적으로 번역하지 않아서 규칙을 익히기 어렵다.
솔로 D&D TRPG 플레이를 시도하는 사람들 중에는 물론 D&D 플레이 경험이 많아 규칙에 익숙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플레이어로 게임에 참여하기를 시도하다가 실패해서 이쪽으로 눈을 돌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D&D의 게임 규칙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니, 지금의 D&D면 5판이잖아?
5판이면 3.5판 같은 옛날 D&D에서 규칙을 최대한 간소화한 판본인데, 어렵긴 뭐가 어려워?
미안한데 신규 유입자들에게는 일단 "5판"이라는 단어부터 시작해서 그 뒤의 모든 말들이 한국어로 읽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나마 유입자들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자료인 "D&D 5판 베이직 룰북 한국어판"조차 179쪽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한다. 근데 또 막 읽으면서 궁금한 것들을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사람들이 5.5판이니, One D&D니, 2024 D&D니, 어려운 소리를 가끔 언급한다. D&D 고인물들에게는 상식적인 정보들이지만 이쪽 업계에서 한 발짝만 밖으로 나가면 '그게 뭔데?' 소리 듣기 십상이다.
일단은 나무위키에도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긴 하지만 여기에서 최대한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보겠다. D&D 게임 시스템의 첫 규칙책은 1974년에 발매되었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 D&D 규칙도 플레이하면서 발견된 단점들을 수정하고, 추가하면 더 좋을 것 같은 장점들을 이리저리 더하다 보니 개정판이 계속계속 나왔다. 규칙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때마다 기존의 책들은 구판본(구버전), 새로 나온 책은 신판본으로 취급했다. 3.5판이니, 5판이니 하는 단어들은 '3.5번째 판본', '5번째 판본'을 뜻한다. D&D 5판은 가장 최신의 판본이'었'던 D&D 규칙책이다.
왼쪽이 D&D 5판 플레이어즈 핸드북(2014)이고, 오른쪽이 D&D 플레이어즈 핸드북(2024)이다. 새로운 판본은 One D&D, D&D 5.5판, D&D 2024 등으로 불린다. 왜 6판이 아니고 이런 괴상망측한 이름들이냐면, 새로운 판본은 기존의 5판의 규칙을 조금 조정한 정도로만 변화가 이루어졌을 뿐 완전히 새로운 판본이라고 부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작사에서 앞으로 D&D 6판, 7판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까지 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은 신규 유입자들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D&D 5판의 규칙을 익혀야하는가, 아니면 D&D 2024의 규칙을 익혀야 하는가?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겠다.
어? 누가 그러는데 D&D 한국어판은 망했다고 그러던데요? 번역도 완전 개판이고...
맞다. D&D 한국어판은 망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래의 글을 읽으면 더 자세하게 알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해 한국어판을 번역해서 발매하기로 한 출판사가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보였다. 그래서 D&D 한국어판 출판물을 출판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183169&exception_mode=notice&page=1
한국어 D&D 5판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 TRPG 마이너 갤러리
0. 선 결론: 망했습니다. 절대 다시 정발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D&D 한국어판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는 분들에게 설명하기 위한 용도의 글입니다. 단순화되거나 생략된 내용이 있을 수
gall.dcinside.com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D&D 5판의 한국어 번역판을 읽어야 하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첫째, 너, 나, 우리는 원어민이 아니다. 둘째, TRPG에는 해당 게임에서만 쓰이는 고유 명사들이 있다.
만약 자신이 얼리 어댑터이기 때문에 D&D 5판이 아니라 2024 D&D의 규칙을 익히겠다고 결정했다고 해보자. 물론 분량의 압박이 있긴 하지만, 한국어 번역판 PDF 파일을 읽으면 되는 전자의 경우와 달리 당신은 일단 어디에서 이 새로운 규칙을 찾을 수 있는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그에 대한 답은 D&D beyond라고 하는 사이트이다. 당신이 D&D를 즐기겠다고 하면 앞으로 굉장히 자주 방문해야 할 사이트 중 하나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위와 같은 영어로만 이루어진 페이지가 당신을 반긴다. 여기에서부터 이미 창을 끄고 싶겠지만 혹시 탐구 정신이 불끈 솟아올라서 목적지를 향해 계속 나아간다고 해보자. 그러면 어디에서 새로운 규칙을 찾을 수 있을까? 이번에도 정답을 알려주겠다. Source로 가서 D&D Free Rules(2024)를 클릭하면 된다.
그러면 이렇게 뜬다. 아직도 도망가지 않은 끈질긴 당신을 위해 계속해서 설득을 이어나가 보겠다. 당신은 플레이에 앞서 적어도 여기에 있는 정보들을 대충은 다 읽어봐야 한다. Playing the Game 챕터의 글자수만 계산해 봤는데, 공백 포함 67,832자였다. 이렇게 많은 양의 외국어를 한국어 읽듯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만 너, 나, 우리는 그렇지 않잖은가.
선생님, 그...죄송하지만 요새는 구글 번역이라는 게 있습니다. ChatGPT라는 것도 있고요. 화면에서 다 알아서 번역해 줍니다.
맞다.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인터넷 번역 기능을 활용하면 굉장히 고품질의 번역을 단숨에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해진다. 자, 여기 2024 D&D의 규칙을 번역한 것 중 한 부분을 캡처한 사진이 있다.
D&D의 규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사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익숙한 사람들은 이 섹션의 제목부터 시작해서 이상한 부분들이 눈에 띌 것이다. 사실 섹션의 제목에서 '장점'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단어는 본문에 있는 '이점'과 완전히 같은 단어인 Advantage이고 '단점'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단어는 본문에 있는 '불리함', '불이익'과 같은 단어인 Disadvantage이다. 그리고 얘들은 그냥 일반적인 단어가 아니라 D&D에서 어떤 개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게임 용어다. 영어적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부연을 붙이자면 advantage가 아니라 Advantage다. 유리한 점, 이점, 장점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해도 되는 단어가 아니라 "이점/유리 보정"이라고 일관되게 번역해야 하는 단어인 것이다. Disadvantage는 "불리점/불리 보정"이고.
왜 이렇게 해야 하는가? 게임을 하려면 당연히 해당 게임의 용어를 제대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농구로 예를 들자면 '센터'를 포지션 이름이 아니라 '가운데'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포인트 가드'를 '끝부분 방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이다. 이러면 당연히 농구를 즐길 수 없다. 본인조차 농구의 규칙을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설령 이해했다손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농구를 즐기는 데에 또 애로사항이 꽃핀다. "야! 가운데한테 공 줘!", "공 안 들어갔다! 다시 튀어나온다(Rebound)!" 대충 알아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 간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야 한다. 당연히, 매우 귀찮고 번거롭다. 그냥 그 사람이랑 같이 게임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번역판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게임을 즐기는 데에 필요한 용어들을 일관되게 번역해 놨다. 그래서 학습도 쉽고, 사람들이랑 의사소통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D&D TRPG 유저들이 게임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는 세이빙 스로(Saving Throw), 어드밴티지(Advantage), 스닉 어택(Sneak Attack)과 같이 아예 영어를 그대로 음차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성 굴림, 이점, 암습과 같이 한국어로 번역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중 후자는 당연히 D&D 5판의 번역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니 이 사람들이랑 같이 게임을 하려면 게임 용어를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익혀야 하는데, 보통 후자로 익혔다가 전자의 용어들을 후자의 용어와 연결하는 편이 훨씬 쉽다. "아, 내성 굴림이 영어로 Saving Throw구나." 이런 식으로.
물론 한국어 번역판은 오역이 좀 많다. 대표적으로 팔라딘의 "보호의 오오라" 특성이 있다. 원래는 이 특성의 효과는 팔라딘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만 한국어 번역판은 팔라딘은 이 효과를 받지 못하는 것처럼 번역해 놨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단 규칙과 게임 용어를 익힌 후 무엇이 오역인가 확인하는 쪽이 백만 배는 편하고 쉽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D&D 5판 한국어 번역판으로 게임 규칙을 익혀야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을 것이다. 아, 물론 D&D 5판 플레이어즈 핸드북을 사라는 뜻이 아니다. 애초에 절판되었기 때문에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베이직 룰을 익힌 다음에는 번역기로 이상하게 번역한 영어 규칙도 어느 정도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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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D&D의 규칙에 따라 한번 캐릭터를 만들어 볼 것이다. 아, 물론 당연히 솔로 TRPG 플레이를 위한 캐릭터이니만큼 기존의 캐릭터 생성 과정과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해당 부분은 글에서 명시를 따로 해두겠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둘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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