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이 무겁게 감겨 있고, 전신을 덮치는 피로감이 마치 얼음처럼 차갑게 스며듭니다. 그러나 곧 따뜻한 무언가가 당신의 피부를 감싸는 감각이 느껴집니다.
브리엔느:@ 천천히 눈을 뜨면서 주위의 상황을 파악하려 시도해 봅니다.
당신의 눈에 자그마한 체구가 흐릿하게 비쳐 듭니다. 뒤이어 금빛 불빛에 비친 작은 얼굴, 걱정스러운 눈동자도 보입니다.
핌 글림버클:"브리엔느! 괜찮아요?"
핌이 다급한 손짓을 하며 당신을 부릅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안도감이 뒤섞여 있습니다.
브리엔느:@ 곧장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손을 움직여 몸을 일으켜 보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몸은 마치 모래주머니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 대검을 휘둘렀던 팔에는 아직 열기가 남아 피부가 화끈거립니다.
브리엔느:@ 잠시 일어날 만한 기운을 되찾는 동안 주변을 둘러 봅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반투명한 마법의 장막입니다. 장막 너머에는 아이젤크로스의 푸른 하늘이 눈부시게 펼쳐져 있습니다. 장막 밖에서는 안쪽의 따스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바람 소리가 요란합니다.
말라 윅스:"일어났어? 레모라즈 학살자."
정신이 아득했던 방금 전과 달리, 당신은 이번 목소리의 주인이 말라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는 평소와 같은 활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브리엔느:@ 자신이 싸웠던 괴물의 이름이 '레모라즈'였다는 것을 떠올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려 합니다.
움직이는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뻐근한 통증이 밀려옵니다.
말라 윅스:"너무 무리하지 마. 너 지금 거의 움직이는 시체처럼 보여서 무서워.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으윽..."
브리엔느:@ 크게 심호흡하고 상체를 완전히 일으킵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말라를 봅니다.
그곳에는 창백한 얼굴의 말라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상체를 감싸고 있는 붕대가 눈에 띕니다. 몇 겹으로 두껍게 감긴 붕대의 사이사이로 피가 번져 희끄무레한 천을 검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말라는 당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짧게 킥 하고 웃습니다.
말라 윅스:"뭘 그렇게 봐? 나 아직 살아 있어. 봐, 아직 붕대를 갈아야 할 정도로 피가 도는데."
말라가 힘겹게 한쪽 손을 들어 올려 붕대를 가리킵니다.
말라 윅스:"너야말로 괜찮아? 몸은 좀 어때?"
브리엔느:@ 말라의 말에 그제서야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몸을 살펴봅니다.
말라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몸에도 상황이 얼마나 위급했는지를 알려주는 흔적들이 가득합니다. 손바닥에는 대검을 쥐었던 흔적이 남아 있어 피부가 붉게 변했고, 손가락 마디마다 작은 찰과상이 보입니다.
팔과 어깨로 시선을 옮기자 얼룩진 붕대가 보입니다. 붕대 사이사이로 붉게 부어오른 피부가 드러난 가운데, 고열에 의한 것으로 짐작되는 물집도 곳곳에 울퉁불퉁 생겨나 있습니다. 피부 깊숙이 스며든 화상 자국에서 묘한 따끔거림이 올라옵니다.
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가라앉히던 당신은 문득 당신의 얼굴도 붕대로 휘감겨 있음을 깨닫습니다.
브리엔느:@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얼굴의 붕대를 만져봅니다.
거친 천의 질감이 손끝에 와닿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작열감이 느껴지는 다른 부위와는 달리 얼굴의 붕대 너머에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붕대를 만지는 당신의 손끝을 바라보던 핌이 난처한 기색으로 힘겹게 말을 꺼냅니다.
핌 글림버클:"그게...다른 부위랑은 다르게 얼굴은 열기에 너무 직접적으로 노출되어서...상처가 다 아물어도, 원래대로 돌아가긴 아마..."
브리엔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입을 엽니다.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핌은 어색하게 자세를 바꾸며 뒷목을 긁습니다. 그의 얼굴은 죄책감 비슷한 무언가로 어두워져 있습니다.
핌 글림버클:"저...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잖아요? 적어도 아무도 안 죽고 살아있으니까요."
브리엔느:@ 말라의 말을 들으니 조르나의 반응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군.' 외에는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질 않고, 화제를 바꿉니다.
"제가 얼마나 의식을 잃고 있었습니까?"
말라 윅스:"어, 나도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 반나절 정도라는데?"
브리엔느:"...저 때문에 행군이 지체되다니 면목이 없습니다."
말라 윅스:"음, 나도 같이 쓰러진 처지니까 나한테 할 말은 아닌 거 같긴 한데...일단 걱정하지 마. 대장이랑 가르복이 우리를 썰매에 태워서 끌고 왔대. 아무래도 거기에 게속 머무르는 건 위험하니까."
브리엔느:@ 말라의 말을 듣고 더더욱 의기소침해집니다. 기절한 채로 누군가에게 수송되는 꼴이라니,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또다시 장막 밖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에는 두 사람이 장막 안으로 쑥 들어섭니다. 렌프로와 퀴날라입니다.
앞장서 있던 렌프로가 당신과 먼저 눈이 마주칩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표정의 의미를 살필 겨를도 없이, 당신과 렌프로의 사이로 퀴날라가 휙 끼어들더니 당신의 손을 덥썩 붙잡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정말...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브리엔느:"아닙니다. 정신을 잃고 여러분께 민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민폐라뇨? 당신 덕택에 우리 드웬달리안 제국의 마법이 또 한 걸음 진보하게 되었는걸요."
브리엔느:"...네?"
당황한 당신의 손을 퀴날라가 더욱 세게 쥡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트림(Thrym)'말이에요. 당신 덕택에 한 병에 금화 백 닢이나 하는 트림을 무사히 추출할 수 있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빈 병을 더 가져오는 거였는데...아, 이 트림이란 건 레모라즈의 체액을 말하는 건데..."
이후 퀴날라는 트림이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레모라즈가 혹한의 땅에서도 살 수 있다는 것, 트림은 스스로 열을 내는 마법 물건을 만드는 데에 사용된다는 것, 그래서 발렌포스트의 누군가는 이로 인해 아이젤크로스를 더욱 손쉽게 탐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등을 구구절절 설명합니다. 말라는 상처가 도지는 것 같다고 말하며 자리에 다시 드러눕고, 렌프로마저 입술을 꾹 닫고 고개를 돌립니다.
당신이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도 꽤 시간이 지난 후, 그제서야 렌프로가 한숨을 내쉬며 침묵을 깹니다.
렌프로 힐록:"일단은 감사하다고 해두지."
브리엔느:"괴물의 시선을 끌어주셨기 때문..."
렌프로 힐록:"착각하지 마라. 칭찬하려고 한 말은 아니니까."
브리엔느:@ 멈칫합니다.
렌프로 힐록:"말라가 첫날 말했을 텐데. 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레모라즈를 쓰러트려도 네가 죽는다면 그것은 개죽음일 따름이다."
브리엔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엽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괴물을 쓰러트리지 않는다면 저희 모두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면, 한 사람의 목숨보다는 여러 사람의 목숨이 더 가치 있다는 결론이 저에게는 당연했습니다. 혹시 대장님께 저희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셨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십시오. 앞으로는..."
렌프로 힐록:"나는 레모라즈를 마법사들이 있는 곳으로 유인할 생각이었다. 마법사가 원정에 합류해 있는 경우 위급 상황의 처리는 마법사에게 맡기면 된다. 저놈들은 그러기 위해 있는 놈들이니까."
브리엔느:@ 렌프로의 말에 납득되어 속으로 아차, 하고 고개를 떨굽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렌프로 힐록:"그러는 게 좋을 거야.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니까."
그리고 렌프로는 힐끔힐끔 눈치를 보고 있던 말라를 한 번 쓱 쳐다보고는 계속 말을 잇습니다.
렌프로 힐록:"반나절 후에 다시 출발한다. 썰매는 나와 가르복이 끌어줄 거지만 걷는 건 너희 스스로 해야한다."
브리엔느:@ 고개를 번쩍 쳐들고 재빨리 대답합니다.
"제 썰매는 제가 끌고 가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렌프로의 눈썹이 꿈틀거립니다.
렌프로 힐록:"기억력이 오우거 수준이군. 무리하지 말라고 방금 말하지 않았나?"
브리엔느:"화상을 입은 것 외에 불편한 것은 없습니다. 썰매 정도는 끌 수 있습니다."
끔찍한 상처 Horrible Scar
기타: 장기적 부상(DMG 2014)
당신은 가리기 어려운 상처로 외모가 훼손되었습니다. 당신은 매력(설득) 판정에 불리 보정을, 매력(위협) 판정에 유리 보정을 받습니다. 재생이나 치유Heal 주문 등 6레벨 이상의 마법적 치유를 받으면 이 상처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렌프로 힐록:"그런 모습으로 말해봐야 설득력이 없다. 출발하기 전까지 쉬는 데에만 집중해라. 명령이다."
브리엔느:@ 명령이라는 말이 당신에게 갖는 위력은 분명합니다. 당신은 더 이상 '항명'하지 못하고 입을 다뭅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한 심정입니다.
그떄 렌프로의 차가운목소리가 다시금 당신의 귓가에 들려옵니다.
렌프로 힐록:"네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설원에서 개죽음을 당하기 위해서는 아닐 텐데."
브리엔느:@ 움찔하며 렌프로를 쳐다봅니다.
당신을 내려다보는 렌프로의 표정은 여전히 매정스럽습니다.
렌프로 힐록:"처음 만났던 날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해라. 그러면 네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렌프로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뜹니다. 말라는 렌프로가 사라진 쪽을 쳐다보며 입맛을 다십니다.
말라 윅스:"쩝. 나는 썰매로 실어주면 안되냐고 말하려고 했는데."
브리엔느:@ 말라의 말을 듣지 못한 채 멍하니 먼전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말라는 어리둥절하며 당신의 얼굴을 확인합니다. 그리고는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습니다.
말라 윅스:"에휴, 겨우 농담해보나 했더니 아예 듣질 않네. 저기요, 레모라즈 학살자 아가씨."
브리엔느:@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말라를 봅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말라 읙스:"아무 말 안 했으니까 그냥 누우세요. 대장 하는 말 들었지? 밥 먹으라고 할 때까지 좀 쉬자. 아으, 진짜 너무 아파."
자리에 쓰러지고 난 뒤에도 말라의 간헐적 신음은 한동안 계속됩니다.
브리엔느:@ 고통스러워하는 말라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머뭇머뭇 말라의 말을 따라 자리에 눕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도통 안정을 되찾기가 어렵습니다. 방금 전 렌프로가 했던 말, 꿈 속 드로크랄이 했던 말이 당신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됩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마, 브리엔느. 중요한 건...다시 일어서는 거야.'
'처음 만났던 날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해라. 그러면 네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거다.'
제각기 떠들어대던 서로 다른 두 개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겹쳐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둘을 구별할 수 없게 됩니다. 하나가 된 두 목소리는 이제 새로운 구절을 합창하듯 외치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말은 앞의 둘에 비해 훨씬 더 짧지만, 훨씬 더 거세게 당신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살아서 돌아가라. 살아서 돌아가라. 살아서 돌아가라...'
브리엔느:@ 자기도 모르게 따라 중얼거립니다.
"살아서...돌아가라..."
렌프로의 말대로 대략 반나절 뒤, 당신과 말라의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원정대는 다시 지옥불 강을 따라 행군을 이어갑니다.
레모라즈와의 사투의 흔적은 원정대 사이를 그림자처럼 떠돕니다. 평소보다 조금 느려진 걸음에서, 무심코 무기의 손잡이를 훑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들짐승의 울음소리에 저도 모르게 굳어지는 어깨에서, 흔적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평소였다면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한마디 했을 말라는 거친 숨을 내쉬며 최대한 평소처럼 보이려 애쓰는 것이 고작입니다. 가끔씩 들려오는 조용한 욕설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지는 모습도 보입니다.
당신의 상태는 어떤 면에서는 그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혹한의 비애로 인해 한기가 당신의 뼛속 깊이 파고드는 것을 넘어 오히려 몸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붕대 아래 피부에서 은은히 퍼져나가는 열기의 고통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수축된 피부가 잘 펴지지 않아 욱신거리고 따끔하기까지 합니다.
브리엔느:@ 가능한 내색하지 않으려 합니다. 상처에는 익숙합니다. 지치는 것도, 쓰러지는 것도 오랜 벗입니다. 비록 이번 상처는 그 어떤 상처보다도 깊고 오래 갈 테지만.
당신과 말라의 끝나지 않은 분투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은 퀴날라와 핌입니다. 대화를 나누면 주의가 분산되어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두 사람은 당신과 말라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겁니다. 긴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자신 있어 하는 분야를 주요 화제로 삼았고, 조예가 깊지 않은 이들에게 마법과 마법 공학의 차이는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결국 당신에게는 두 사람이 같은 말을 시간 차를 두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브리엔느:@ 단언컨대 두 사람이 하는 말 중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단 한 단어도 없었을 테지만, 두 사람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 이를 악뭅니다.
GM (GM):
아이젤크로스 조우 발생 여부
조우 미발생 조우가 발생하면해당 레벨의 전투조우표에서 주사위를 굴리거나 적절한 값을 골라서 플레이어들이 무엇과 마주쳤는지를 결정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작열감과 오한, 그리고 두통까지 견뎌가며 묵묵히 나아갑니다. 그리고 핌과 퀴날라의 목표는, 비록 의도된 형태와는 조금 다를지언정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데에 성공합니다.
넷째 날 저녁, 두 사람의 동시다발적인 대화에 황망해하던 당신은 코앞에까지 다다르고서야 비로소 지옥불 강의 발원지에 도달했음을 깨닫습니다.
보통의 강은 상류에서 작은 개울물 여럿이 합쳐져 만들어지기에, 어떤 샘 하나를 강의 발원으로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심지어 강의 발원을 눈앞에 두고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도 용암이 들끓는 거대한 대지의 상흔을 다른 것으로 착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분화구의 용암은 불규칙하게, 그리고 격렬하게 솟구치고, 소용돌이 치고, 폭발합니다. 마치 그 아래 깊은 곳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언가가 살아 숨쉬는 것 같습니다. 한층 더 강렬해진 열기는 흡사 자신의 의사로 침입자들을 짓누르는 무형의 억압자처럼 느껴집니다.
분화구의 기슭에서는 용암이 아니면서도 움직이는 무언가가 보이기까지 합니다. 서로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을 만큼―설령 인식했다 하더라도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려울 만큼 떨어져 있기에, 그 무언가의 움직임에서는 원정대를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타오르는 열기의 잔상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들이 단순한 불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작은 존재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빠르게 움직이고, 그들 주변의 공기가 출렁이며 왜곡됩니다. 몸 전체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며,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잔열이 퍼져나갑니다. 조금 더 멀리에는 뱀처럼 긴 형체가 보입니다. 마치 살아있는 용암 덩어리처럼, 흐물거리는 듯한 몸이 불길과 함께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불의 정령들이에요."
고개를 돌리면 퀴날라가 눈을 빛내며 당신과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퀴날라는 혼잣말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말을 계속 이어갑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저기 날개 달린 쪽이 용암 메피트예요. 하급 불의 정령으로, 자기보다 약한 생명체를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는 가학적인 장난꾸러기들이죠."
브리엔느:"저희가 찾아야 하는 존재들의 이름이 얼음 메피트라고 들었습니다. 저 용암 메피트들과 관련이 있습니까?"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생김새나 생태는 비슷하지만 서로 정반대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어요. 용암 메피트는 화염과 대지의 원소로, 얼음 메피트는 물과 대기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죠. 아참, 메피트들은 구성 물질에 따라 조금씩 성격도 다르답니다. 얼음 메피트는 이름처럼 냉혈 동물 그 자체로, 메피트들 중에서도 가장 잔혹하죠. 반대로 용암 메피트는 용암처럼 느리고 둔해서 말이나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는 게 늦다고 해요. 재미있죠?"
브리엔느:"재미있습니다."
@ 즐거워하는 기색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답합니다.
두터운 방한복 덕택에 당신의 목석같은 얼굴은 퀴날라에게 보이지 않은 듯합니다. 대답하는 퀴날라의 목소리가 한층 들뜹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그래도 메피트들은 잔혹성에 비해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아요. 반면 저기 뱀처럼 생긴 정령, 샐러맨더는 더 크고, 더 영리하고, 더 강하죠. 불길이 다른 존재들을 집어 삼켜 잿더미로 만드는 광경에서 희열을 느끼는, 광염의 예술가이기도 해요."
브리엔느:@ 퀴날라의 말에서 실용적인 화제를 가까스로 뽑아냅니다.
"저희가 이 강을 건너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상상이 가지 않지만, 저 정령들이 저희에게 위협이 될 가능성은 없습니까?"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위협이 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에요. 정령들과 교전하다가 용암으로 빠질 수도 있고, 정령들이 저희의 얼음 배를 뒤집을 수도 있죠. 그러니 마법을 이용할 겁니다. 야영할 때처럼 보호의 장막을 펼치는 거예요. 그러면 용암은 물론 정령들도 저희를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대부분'은요."
브리엔느:@ 가만히 듣고 있다가 퀴날라의 마지막 말에 주의가 끌립니다. '대부분?'
하지만 당신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전에 엘드린의 목소리가 끼어듭니다.
엘드린 벨샤룬:"수석 연구원님, 죄송하지만 이제 이동하셔야 합니다. 여기는 분화구와 너무 가깝습니다."
레모라즈와의 사투 이후 엘드린은 종종 조르나의 것과 비슷한 시선―그러니까 경멸과 질투, 견제 등이 한데 뒤섞인 것을 당신에게 보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거기에 다음과 같은 의미가 더해진 듯합니다. '쓸데없이 주둥아리를 놀려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퀴날라 역시 그 시선의 의미를 깨달은 듯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내일이면 직접 보게 될 거예요. 기대하세요. 마법의 위대한 힘을 보여 드릴 테니까요."
원정대는 분화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북쪽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야영지를 잡습니다. 분화구에서 퍼져 나오는 강렬한 붉은 빛이 하늘과 설원을 기이하게 물들이는 가운데, 어둠과 빛이 교차하며 경이롭고도 섬뜩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 자연의 경이 아래, 그에 뒤지지 않는 신비로운 광경이 두 마법사의 손끝에서 펼쳐집니다.
먼저 나선 것은 엘드린입니다. 지옥불 강의 기슭에 선 엘드린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무언가 주문을 읊조리자, 흐르던 용암은 갑자기 중간에서 기묘하게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붙잡힌 것처럼, 혹은 투명한 창틀에 갇힌 불꽃처럼, 대략 몇십 피트는 되어 보이는 일직선의 경계를 따라 제 속도를 잃고 출렁입니다.
사거리 내에서 당신이 선택한 지점에 역장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벽이 만들어집니다. 이 벽은 수평이나 수직, 혹은 비스듬하게, 당신이 원하는 그 어떤 각도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벽은 허공에 떠 있을 수도 있고 단단한 표면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이 벽은 반경이 최대 10ft인 반구형 돔 형태 또는 구형으로 만들거나, 가로와 세로가 10ft인 정사각형 판 최대 10개로 이루어진 평평한 면 형태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판은 연결해 배치되어야 합니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이 벽의 두께는 1/4인치이며 주문의 지속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만약 당신이 벽을 생성할 때 다른 크리처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가로질러 만들고자 했다면, 이 크리처는 벽으로 나누어진 방향 중 어느 한 곳으로 튕겨납니다. (당신이 튕겨낼 방향을 정합니다.) 그 어떤 것도 물리적으로 이 벽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 벽은 모든 피해에 면역이며 마법 무효화Dispel Magic로 무효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해Disintegrate 주문은 이 벽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 있습니다. 이 벽은 에테리얼 차원에까지 존재하며, 에테리얼화해도 이 벽을 투과해 지나갈 수 없습니다.
주문 내성 DC: 14
강물 위를 떠다니던 커다란 얼음 덩어리 몇 개가 흐름을 멈춘 채 투명한 무언가에 붙들려 이리저리 회전하는 모습까지 보자, 그제야 당신은 엘드린이 '역장의 벽'이라는 마법을 시전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마법사:
For Description Only
냉기 분사 Cone of Cold
evocation 5
시전 시간:1 행동
간격:자신 (60ft 길이의 원뿔)
목표:Each creature in a 60-foot cone
구성요소:V, S, M (수정이나 유리로 된 작은 원뿔)
지속 시간:즉시
당신은 냉기의 돌풍을 뿜어냅니다. 당신으로부터 60ft 길이의 원뿔 범위 내에 있는 모든 크리쳐는 건강 내성 굴림을 굴려야 하며, 실패할 시 8d8점의 냉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내성에 성공하면 피해는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 주문에 의해 사망한 크리쳐는 녹을 때까지 얼음상이 됩니다.
고레벨에서.당신이 5레벨보다 높은 레벨의 주문 슬롯을 사용해 주문을 시전할 경우, 상승한 주문 슬롯 1레벨당 피해가 추가로 1d8점씩 증가합니다.
주문 내성 DC: 14
엘드린이 돌아서서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퀴날라가 지팡이를 들어 올립니다. 차갑고 단호한 눈빛 아래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자,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찬란한 푸른빛과 함께 냉기의 돌풍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바람은 눈보라처럼 퍼지며 얼음 조각들을 하나로 응고시키기 시작합니다. 공기 중의 습기마저 서리로 변해 얼음 덩어리에 달라붙고, 강물 위에 부유하던 작은 빙판들은 순식간에 견고하고 안정적인 얼음 뗏목으로 거듭납니다.
브리엔느:@ 입을 벌리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얼음이 서로 단단히 결합하는 소리가 강가의 기이한 정적 속에서 유독 선명하게 울립니다. 퀴날라는 당신을 돌아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이고, 엘드린은 당신을 포함한 다른 원정대에게 얼음 뗏목을 가리키며 턱짓을 합니다.
원정대원들은 뭐라 대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고까워하는 기색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렌프로는 아주 작게 한숨을 쉬고는 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대원들은 별다른 말없이 얼음 뗏목을 강가에 고정시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퀴날라와 엘드린이 자리를 뜨자 곳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저 새끼는 마법사란 놈이 머리가 존나 나쁘네. 5반 놈들과 같이 있던 연구원들이 왜 죽었는지 짐작이 안 되나?"
상처가 도져서 얼굴을 찌푸린 채 뒤로 물러나 있던 말라도 맞장구를 칩니다.
말라 윅스:"그러게. 아마 우리 같은 벌레들이 저항할 거란 생각 자체를 못하는 거겠지. 아니면..."
조르나 퀵블레이드:"아니면? 아니면, 뭐?"
말라 윅스:"아니면, 저항한다 해도 순식간에 박멸할 자신이 있거나."
그리고 말라는 마치 누군가를 연상케하는 듯한 과장된 표정으로 턱짓을 하며 얼음 뗏목을 가리킵니다. 조르나는 대꾸할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지 분한 표정으로 얼음 뗏목을 노려보다가 가까스로 한 마디 툭 내뱉습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씨발, 해보라 그래. 어제 그 레모라즈처럼 만들어 줄 테니까."
말라 윅스:"어머, 이번엔 진지하게 응원할 뻔했는데. 아쉽다. 레모라즈를 쓰러트린 게 조르나 네가 아니라는 점만 아니었어도."
흥분한 조르나가 폭언을 퍼붓기 직전에 렌프로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로막습니다.
렌프로힐록:"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작업에 집중해라. 한눈팔다가 용암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 텐데."
하지만 이번에는 조르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습니다. 마침 용암 흐르는 소리가 더욱 거세진 탓에 조르나는 핏대까지 세워가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렌프로, 당신 형량이 얼만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씨발, 아직 10년도 넘게 남았어. 2년이나 이 좆같은 동네에서 썩었거든? 근데도 그 다섯 배나 되는 기간을 얼음이나 파먹으면서 버텨야 한다고. 10년 동안 이딴 취급을 받을 바에는 그냥 다 죽여버리고 5반 놈들처럼 도망치는 게 백 배 나아!"
하지만 렌프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물끄러미 조르나를 지긋이 쳐다보다가, 밧줄과 말뚝을 들고 얼음 뗏목 위로 훌쩍 건너갑니다. 그리고 조르나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에게도 들릴 만큼 큰 목소리로 말합니다.
렌프로 힐록:"맘대로 해."
조르나 퀵블레이드:"뭐?"
렌프로 힐록:"맘대로 하라고 했다. 남은 10년 동안 조용히 형기를 채우든, 도망을 치든, 마법사들을 죽이든, 네 맘대로 해. 하지만 맨 마지막 선택지를 시도하는 건 추천하지 않겠다. 널 죽여서라도 그 계획을 막을 테니까."
조르나는 혼란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렌프로를 쏘아보다가 고함을 지릅니다.
조르나 퀵블레이드:"아니, 씨발, 당신도 엘드린 저 새끼 하는 짓거리 마음에 안 들잖아! 그런데 왜 가만히 참고만 있는데? 발렌포스트까지 끌려올 정도면서 무슨 사제인 척, 착한 척하고 있냐고!"
렌프로 힐록:"여섯 명이 모두 죽을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는 한 명이 확실히 죽는 편이 나으니까."
조르나는 입을 다뭅니다. 하지만 렌프로의 말에 감화되었기 때문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조르나의 반응을 확인한 렌프로는 얼음 뗏목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말뚝을 박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남의 일처럼 지나가는 말투로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렌프로 힐록:"그리고 내 형량은 종신형이다."
렌프로의 마지막 말이 주위의 공기를 무겁게 짓누릅니다. 조르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를 악문 채 땅에 말뚝을 박는 작업에만 몰두합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침묵하는 말라를 비롯해 나머지 원정대원들 역시 자신들의 작업을 묵묵히 이어갑니다.
브리엔느:@ 다른 이들의 작업을 도우면서 한편으로는 생각에 잠깁니다. 렌프로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곳 아이젤크로스에서 죽을 때까지 노역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째서, 마치 수도자와 같은 태도로 수형 생활을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물어볼 만한 내용도, 분위기도 아닌지라 그저 근거없는 추측들만이 머릿속에 빠르게 떠올랐다가 사라질 뿐입니다.
GM (GM):
아이젤크로스 조우 발생 여부
조우 미발생 조우가 발생하면해당 레벨의 전투조우표에서 주사위를 굴리거나 적절한 값을 골라서 플레이어들이 무엇과 마주쳤는지를 결정합니다.
뾰족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당신과 원정대는 아침을 맞이합니다. 기상과 동시에 분주하게 움직인 원정대는 순식간에 얼음 뗏목 위에 모든 짐을 실어놓고 지시를 기다립니다. 발밑에서는 용암의 열기와 함께 얼음이 위태롭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올라옵니다.
브리엔느:@ 뗏목에는 익숙하지만 뗏목 아래에 용암이 출렁거리는 상황은 처음인지라, 미세하게 흔들리는 얼음 뗏목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불안감이 당신의 온몸을 엄습하는 그때, 푸른빛 보호의 장막이 당신과 원정대의 주위를 감쌉니다. 엘드린과 퀴날라가 야영할 때 사용하는 보호의 장막 주문입니다. 주문의 영창을 끝낸 엘드린이 지시를 내립니다.
엘드린 벨샤룬:"밧줄을 끊어라!"
허공에 멈춰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칼날 여럿이 한꺼번에 번쩍입니다. 그러자 급류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음 뗏목을 사납게 낚아채고, 순식간에 뗏목은 강안에서 멀어져 용암의 강 한가운데로 휩쓸려 나아갑니다.
당신은 기우뚱거리는 뗏목 위에서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데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의 다릿심이 원정대 내에서도 유별나게 뛰어나기 때문일 뿐 배를 덮친 충격은 무려 가르복의 다리마저 낚아챌 정도로 강력했고, 그렇기에 평생 책과 두루마리에 둘러 쌓여 몸을 단련할 기회가 부족했을 엘드린이 우스꽝스럽게 넘어진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놀라운가 놀랍지 않은가는 조르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듯합니다. 그나마 고개를 돌리고 소리 죽여 웃는 말라와 다르게, 조르나는 대놓고 한심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엘드린을 내려다보고는 피식 웃습니다.
얼굴이 새빨개진 엘드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발밑의 얼음 뗏목이 다시 한 번 심하게 흔들립니다. 격류는 뗏목을 붉은 용암이 넘실대는 중심부로 더욱 깊숙이 끌어당기고, 용암은 흡사 신의 분노라도 된 듯 하늘로 솟구친 뒤 뗏목 위로 떨어져 내립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삼킬 것처럼 넘실거리는 용암은 보호막에 막혀 하릴없이 다시 강으로 되돌아갈 뿐입니다.
퀴날라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엘드린을 일으켜 세우고, 마법사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몸을 세워 균형을 잡으려 애씁니다. 방금 전의 굴욕이 그의 자존심을 심히 건드린 듯합니다. 퀴날라가 다른 원정대원들을 보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다들 조심하세요! 보호막은 용암과 불티는 막아도, 여러분이 뗏목 밖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은 막지 못합니다."
브리엔느:@ 퀴날라의 경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삐걱대며 흔들리는 얼음 뗏목 위에 발을 단단히 고정합니다. 이미 심하게 훼손된 얼굴의 붕대 아래로 땀이 흐르지만, 차마 닦을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이빨을 꽉 깨뭅니다.
뗏목 주변을 감싼 용암은 계속해서 격렬하게 휘몰아칩니다. 저 멀리 강둑 위에서 불의 정령 몇몇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얼음 뗏목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호의 장막 덕택에 장막 안쪽 원정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데다가, 정령들과 뗏목은 최소한 수백 피트는 멀리 떨어져 있어 관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정령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에 안도하는 원정대원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 하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가운데, 그저 침묵 속에서 뗏목의 격한 흔들림과 용암의 굉음만이 모든 것을 압도합니다.
엘드린 벨샤룬:이제 곧 강 중앙에 도착한다."
엘드린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합니다.
엘드린 벨샤룬:"예정대로 준비해라."
렌프로는 엘드린을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원정대원들에게 고개를 돌립니다.
렌프로 힐록:"가르복과 브리엔느는 말뚝을 더 박는다. 조르나는 핌, 말라와 함께 말뚝에 밧줄을 묶어라."
대원들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뭐라도 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자리를 잡고 명령을 수행합니다. 가르복이 묵직한 말뚝을 뗏목에 꽂으며 몸을 낮추자, 얼음의 표면에서 미세한 금이 갈라지는 소리가 당신의 귓가를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브리엔느:@ 가르복이 박은 말뚝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조심스레 다음 말뚝을 내리칩니다. 얼음의 표면이 쉽게 깨어질까봐 조금씩, 하지만 분명한 힘을 담아 나무 말뚝을 밀어넣습니다.
조르나와 말라, 핌은 박힌 말뚝에 밧줄을 단단히 묶어내고, 잠시 후 모든 작업이 끝나자 렌프로가 엘드린과 퀴날라를 바라봅니다.
렌프로 힐록:"모두 준비됐습니다."
퀴날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들어 올립니다. 그녀의 손가락에서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반지 하나가 반짝입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제 신호를 기다리세요. 강의 중심부에 도달하면 주문을 외우겠습니다."
브리엔느:@ 앞으로 벌어질 일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그저 호흡을 조절하며 최대한 긴장하지 않도록 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에겐 다행히도, 퀴날라가 당신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강의 동안과 서안까지의 거리가 눈대중으로는 비슷해 보일 무렵, 퀴날라가 반지를 낀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주문을 읊기 시작합니다. 은빛 마력의 빛이 퀴날의 몸을 감싸고 공중으로 퍼져나가자, 순간적으로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습니다. 열기와 냉기가 서로 뒤섞이며 기묘한 기운이 뗏목 주변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잠시 후, 마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눈부신 형체가 나타납니다.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용암의 강 위에서 힘차게 공중으로 몸을 띄우는 그 형체는...날렵한 은색 용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법사:
For Description Only
용 소환 Summon Dragon
conjuration 5
시전 시간:1 행동
간격:60 feet
구성요소:V, S, M (500골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용의 이미지를 새겨 넣은 물건an object with the image of a dragon engraved on it, worth at least 500 gp)
지속 시간:집중up to 1 hour
당신은 용의 영혼을 불러냅니다. 이 용의 영혼은 주문의 사거리 내에 당신에게 보이는 비점유 공간에 나타나며, 용의 영혼 Draconic Spirit의 자료 상자를 사용합니다. 이 크리처는 hp가 0으로 떨어지거나 주문이 끝나면 사라집니다.
이 크리처는 당신과 당신의 동료의 아군입니다. 전투에서 이 크리처는 당신과 우선권을 공유하지만, 당신의 턴이 끝난 직후에 자신의 턴을 실시합니다. 이 크리처는 당신의 구두로 된 명령에 복종합니다(행동 불필요). 당신이 아무 명령도 내리지 않으면 이 크리처는 회피 행동을 취하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동합니다.
고레벨에서.용의 영혼의 자료 상자에 있는 '주문 레벨'의 자리에 시전한 주문 슬롯의 레벨을 사용하세요.
주문 내성 DC: 14
렌프로 힐록:"밧줄을 연결한다!"
렌프로의 외침에 가장 먼저 가르복이 밧줄을 들고 날아오릅니다. 가르복이 용의 목에 올가미처럼 묶은 밧줄을 걸고 다시 뗏목으로 내려오면 조르나는 재빨리 다음 밧줄 올가미를 가르복에게 넘겨줍니다. 이 작업을 몇 번 반복하자 용은 마치 수십 줄의 밧줄을 용의 형체와 비슷하게 묶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마지막 밧줄이 용의 날개에 걸리자, 퀴날라가 용을 향해 크게 소리칩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북동쪽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날아가세요!"
그러자 용은 힘차게 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해 솟구칩니다.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용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고, 얼음 뗏목 전체가 강한 진동과 함께 흔들립니다. 원정대원들은 재빨리 밧줄을 단단히 붙잡으며 충격에 대비합니다.
브리엔느:@ 다른 이들과 함께 헐레벌떡 밧줄을 붙잡습니다. 용의 출현과 그 이후 벌어진 일련의 움직임에 감탄하느라 반응이 한 박자 늦습니다.
이내 용은 다시 힘차게 날갯짓을 시작합니다. 급류는 여전히 뗏목을 북쪽으로 끌고 가려 하지만, 용의 강력한 힘이 그 흐름을 극복하고 동쪽으로 조금씩 뗏목을 끌어당기기 시작합니다. 퀴날라가 안도한 표정으로 모두를 돌아봅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이제 됐어요. 다들 수고하셨어요. 용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정령은 없겠지만, 그래도 강기슭에 닿을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도록 하지요."
브리엔느:@'강기슭에 닿을 때까지'라는 말에 무심히 목적지인 동쪽 기슭을 바라보며 뗏목이 강기슭과 가까워지는 속도를 가늠하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시도가 결과를 얻는 데까지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꽤나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그 동안 당신은 그 이유가, 북쪽으로 휩쓸려가는 속도에 비하면 상상 이상으로 느린 동진 속도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뗏목의 동진 속도를 굳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와 긴박감 넘치는 대결을 펼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브리엔느:@당황을 최대한 숨기고, 다른 이들의 반응을 살펴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인지 비정상적인지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두의 얼굴에서, 뗏목이 출발하고 난 뒤부터 계속되던 긴장만을 발견할 뿐입니다. 아무래도 지금의 상황이 다른 이들에게는 이미 예상 범위 내인 듯합니다.
브리엔느:@그것을 보고는 뭔가 대책이 있겠거니 생각하고는 배가 강기슭에 닿는 것에 대한 걱정은 접기로 합니다. 배가 요동치다가 용암 속으로 미끄러지는 것에만 주의를 집중합니다.
그런 당신을 쭉 지켜보던 말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습니다.
말라 윅스:"너도 참 재미없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질문 한 번을 안 해?"
브리엔느:"여러분들을 믿기 때문입니다."
말라 윅스:"그러니까,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못 믿는다니까. 당장 나도 용으로 뗏목 끌게 하는 건 처음 보는데."
브리엔느:"강을 건너는 데에 여러 방법이 있는 모양입니다."
핌이 재빨리 끼어듭니다.
핌 글림버클:"보통은 비행 마법을 이용하거나 날 수 있는 거대한 동물로 변해서 건너가거든요. 하지만 이 경우 썰매 같은 무거운 짐은 들고 날기가 쉽지 않아요. 그럴 땐 각자의 짐을 '휴대용 구멍(Portable Hole)'에 넣고 몸만 날아간 다음, 강 건너편에서 다시 구멍을 펼쳐서 짐을 꺼내요. 그런데 이번엔 휴대용 구멍을 보급해 주지 않아서 짐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싶었는데, 용을 소환해서 직접 얼음 뗏목을 끌게 시키다니. 제가 지금 대충 빠르기를 계산해봤는데, 조금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충분히 강 건너편에 닿을..."
말라 윋그:"야, 핌. 네 발치에 밧줄 풀린다."
핌 글림버클:"어? 어? 뭐? 밧줄? 진짜?"
말라 윅스:"아니."
핌은 말라의 말을 듣고도 허둥지둥 밧줄과 말뚝을 확인한 다음에야 입술을 삐죽이며 말라를 쏘아봅니다. 그때 뒤쪽에서 엘드린의 한층 더 날카로워진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엘드린 벨샤룬:"멍청한 짓들은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하면 좋겠군. 거슬리니까. 아니면 그렇게 떠들다가 발을 헛디뎌서 용암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고."
말라는 대충 뒤를 돌아보는 시늉을 하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근처에 있던 당신과 핌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입니다.
말라 윅스:"쟤, 분명 아까 자빠진 것 때문에 저러는 거다."
브리엔느:@적당히 긍정의 뜻으로 해석될 법한 몸짓을 취한 다음 시선을 다시 흐르는 강과, 점점 가까워지는 동쪽 강기슭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어느덧 긴장보다 피로감이 더 문제가 되는 시점이 찾아 오고, 강기슭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 지도 꽤 지났다고 생각이 들 무렵, 엘드린이 앞으로 나섭니다.
엘드린 벨샤룬:"이쯤이면 된 것 같으니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엘드린은 고정되어 있는 밧줄 하나를 붙잡고는, 지팡이를 들어올려 뗏목이 전진하는 방향의 약간 오른쪽을 겨냥합니다. 갑작스런 엘드린의 선언에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가운데, 오직 퀴날라만이 근처에 있던 밧줄을 낚아채듯 붙잡고 다급하게 외칩니다.
사거리 내에서 당신이 선택한 지점에 역장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벽이 만들어집니다. 이 벽은 수평이나 수직, 혹은 비스듬하게, 당신이 원하는 그 어떤 각도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벽은 허공에 떠 있을 수도 있고 단단한 표면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이 벽은 반경이 최대 10ft인 반구형 돔 형태 또는 구형으로 만들거나, 가로와 세로가 10ft인 정사각형 판 최대 10개로 이루어진 평평한 면 형태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각각의 판은 연결해 배치되어야 합니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 이 벽의 두께는 1/4인치이며 주문의 지속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만약 당신이 벽을 생성할 때 다른 크리처가 점유하고 있는 공간을 가로질러 만들고자 했다면, 이 크리처는 벽으로 나누어진 방향 중 어느 한 곳으로 튕겨납니다. (당신이 튕겨낼 방향을 정합니다.) 그 어떤 것도 물리적으로 이 벽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이 벽은 모든 피해에 면역이며 마법 무효화Dispel Magic로 무효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해Disintegrate 주문은 이 벽을 완전히 없애 버릴 수 있습니다. 이 벽은 에테리얼 차원에까지 존재하며, 에테리얼화해도 이 벽을 투과해 지나갈 수 없습니다.
주문 내성 DC: 14
얼음 뗏목 전체가 기괴한 각도로 들썩였다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치 파도에 휩쓸린 나뭇조각처럼 뒤틀립니다. 얼음판 위에 실려 있던 짐들이 삐걱거리며 움직이고, 당신을 포함한 원정대원들 모두 중심을 잃고 넘어집니다. 여기저기에서 둔탁한 무언가가 얼음판을 때리는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옵니다.
브리엔느:@터져나오려는 신음을 치아 사이에서 가까스로 틀어 막고, 황급히 바닥을 더듬어 붙잡을 것을 찾습니다.
하지만 지독한 혼란으로 인해, 당신은 두 눈을 뜨고도 붙잡을 것은커녕 무엇 하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모든 방향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감각이 당신을 덮치고, 뒤엉킨 신음과 바닥을 더듬는 소리들이 이어지다가, 다음 순간―
쿵.
마침내 뗏목의 움직임이 멎습니다.
엎어진 자세로 겨우 숨을 고르던 말라가,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한 채 낮게 읊조립니다.
말라 윅스:"...나, 뼈 개수가 몇 개 더 늘어난 거 같은데."
마찬가지로 엉덩방아를 찧은 조르나가 옆에 쓰러져 있던 핌을 홱 밀쳐내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를 갈며 엘드린을 노려봅니다. 그런 조르나의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엘드린의 표정은, 아까 엘드린이 넘어졌을 때 조르나가 지었던 것과 매우 흡사해 보입니다.
브리엔느:@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몸에 붙은 얼음 가루를 툭툭 털어냅니다. 그리고 조르나와 엘드린의 대치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뗏목이 갑자기 멈춘 이유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당신은 뗏목 주위의 용암이, 어제처럼 특정 경계선을 기준으로 부자연스럽게 흐르는 장면을 발견합니다. 비스듬하게 설치된 역장의 벽이 뗏목의 진행 방향을 북동쪽으로 틀어 강기슭에 닿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용케 밧줄을 붙잡고 버틴 듯, 렌프로가 밧줄을 놓으며 재빨리 명령을 내립니다.
렌프로 힐록:"뗏목을 고정하고 썰매를 내린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어물쩍거리지 마라."
가르복이 곧장 말뚝과 밧줄을 움켜쥐고 강기슭으로 건너가자, 조르나와 엘드린의 눈치를 살피던 말라나 핌도 슬금슬금 뗏목에서 내립니다. 조르나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짓씹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움직입니다.
브리엔느:@조용히 다른 이들을 뒤따라 작업에 합류합니다.
잠시 후 마지막 썰매까지 내린 것을 확인한 렌프로는 직접 말뚝의 밧줄을 하나하나 자릅니다. 이미 뗏목을 고정시켜 주던 역장의 벽도, 뗏목을 끌던 용도 사라진 뒤라 뗏목은 다시 북쪽으로 세차게 떠내려갑니다.
브리엔느:@뗏목이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제서야 용암의 강을 건넜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그런 당신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퀴날라가 당신의 곁으로 다가와 묻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어떠세요? 용암으로 된 강을, 용이 이끄는 얼음 뗏목을 타고 건넌 소감은?"
브리엔느:"설마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고향 사람들은 아마 제 말을 믿기는 커녕 상상조차 못할 겁니다. 태어나서 '눈'조차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고향이 남쪽 지방인가요?"
브리엔느:@고향의 이름을 말하려다, 요새를 떠나기 전 말라의 조언을 떠올리고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입니다.
"낚시를 하며 살아가는 작은 항구 마을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의 열기를, 바다에 뛰어들어 땀과 함께 씻어내는 곳입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그렇군요. 그런 당신에게 이곳의 추위가 얼마나 가혹할지 짐작도 안 되네요. 심지어 혹한의 비애까지..."
브리엔느:@가만히 침묵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퀴날라는 측은한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가볍게 말을 잇습니다.
퀴날라 브라이트스케일:"귀환하면 감독관께 당신이 이번 원정에서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도...조금은 앞당겨질 수 있을지도 몰라요. 꼭 그렇게 되길 바라요, 브리엔느."
브리엔느:@'저는 제 발로 고향을 나온 것입니다.'라고 운을 떼려다가 멈칫하고 입을 닫습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데에 성공합니다.
이후 원정대는 다시 짐을 꾸리고 강기슭 너머 야영할 만한 곳을 찾아 나아갑니다. 용암의 강에서 멀어질 수록 바람은 붉은 열기 대신 차가운 검은 눈발을 몰고 오기 시작합니다. 얼어붙은 눈밭 위에 썰매를 끌고 나아가는 이들의 숨결은 성에 낀 유리처럼 허공에 흐릿한 자국을 남기고, 설원 위에 나란히 박힌 발자국은 날아드는 눈보라에 금방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브리엔느:@앞사람의 발자국을 반사적으로 따라 걸으며, 다른 이들의 잡담에도 제대로 대꾸하지 못합니다. 퀴날라의 말에, 지금껏 억지로 무의식의 영역에 숨겨왔던 불편한 진실이, 억눌려 있던 울분을 토해내듯 온 정신을 사로잡은 까닭입니다. '나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 내 발로 도망쳐 나왔으므로.'
그와 함께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의 얼굴입니다. 당신이 감옥에서 나온 뒤, 그저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당신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부모님의 얼굴. 잠시 후, 당신은 고향집의 서재에서 낡은 책 한 권을 들고 서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당신을 이곳으로 오게 만들었던, 어떤 위치에 알 수 없는 표시가 되어 있는 아이젤크로스의 지도입니다.
당신은 여지껏 무시해왔습니다. 그 지도를 펼쳤을 때 내렸던 결정, 그건 계획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의지도, 판단도, 목표도 아니고 오직 충동,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멀어지고 싶다는 갈망 때문이었다는 것을. 여기까지 오면서 배낭 깊숙한 곳에 있는 그 지도를 단 한 번도 꺼내어 펼쳐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강력한 증거입니다.
하지만 온몸이 안과 밖 양쪽으로 얼어붙는 가운데 의지까지 에는 듯한 눈발을 뚫으며 설원을 백여 마일이나 걷고, 심지어 언제 용암에 빠질지 모를 공포에 시달리며 용암으로 된 강을 건넌 당신이, 고향을 떠나게 했던 그 결정에 회한의 감정을 갖는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굳이 퀴날라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아무리 당신이라도.
브리엔느:@고향에 대한 기억과 함께 당시의 감정도 같이 떠올라 심란해집니다. 군인이었을 때 하던 대로 눈앞의 임무에 집중하며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GM (GM):
아이젤크로스 조우 발생 여부
조우 미발생 조우가 발생하면해당 레벨의 전투조우표에서 주사위를 굴리거나 적절한 값을 골라서 플레이어들이 무엇과 마주쳤는지를 결정합니다.
첩자:
생존
첩자
Ability:5
GM (GM):
아이젤크로스 조우 발생 여부
조우 미발생 조우가 발생하면해당 레벨의 전투조우표에서 주사위를 굴리거나 적절한 값을 골라서 플레이어들이 무엇과 마주쳤는지를 결정합니다.
첩자:
생존
첩자
Ability:15
그렇게 강을 건넌 지 이틀째, 아직까지도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지 못한 당신을 아이젤크로스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정찰을 나갔다 돌아온 조르나의 보고가 마치 비수처럼 당신에게 날아와 꽂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