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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2024 신규 주문 티어 목록 - (2) 1레벨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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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기 주문을 시전하는 마법사 (c) WOTC. Used under the Fan Content Policy.

요 약

주문 티어 주문 목록
S 티어
(=거의 모든 빌드에서 유용함 / 캠페인 내내 빈번하게 자주 씀)
명령(Command), 방어막(Shield), 소환수 찾기(Find Familiar), 신성한 은총(Divine Favor), 오색 보주(Chromatic Orb), 축복(Bless), 치유의 단어(Healing Word)
A 티어
(=대부분의 빌드에서 유용함 / 캠페인 내내 꽤 자주 씀)
기름칠(Grease), 도약(Jump), 마녀의 화살(Witch Bolt), 마력탄(Magic Missile), 마법사의 갑옷(Mage Armor), 맛있는 열매(Goodberry), 변장(Disguise Self), 불협화음의 속삭임(Dissonant Whispers), 사냥꾼의 표식(Hunter's Mark), 수면(Sleep), 아거티스의 갑옷(Armor of Agathys), 액운(Bane), 요정불(Faerie Fire), 유도 화살(Guiding Bolt), 주술(Hex), 천둥파(Thunderwave), 타샤의 끔찍한 웃음(Tasha's Hideous Laughter), 휘감기(Entangle)
B 티어
(=몇몇 빌드에서 유용함 / 캠페인 내에서 가끔 유용함)
가시 세례(Hail of Thorns), 깃털 낙하(Feather Fall), 독 광선(Ray of Sickness), 동물과 대화(Speak with Animals), 마법 탐지(Detect Magic), 분노의 강타(Wrathful Smite), 상처 치료(Cure Wounds), 속박의 일격(Ensnaring Strike), 신성한 강타(Divine Smite), 안개 구름(Fog Cloud), 얼음 칼(Ice Knife), 작열의 강타(Searing Smite), 조용한 영상(Silent Image), 타오르는 손길(Burning Hands), 천둥 강타(Thunderous Smite)
C 티어
(=캠페인 내내 한 번 쓸까 말까)
강제 결투(Compelled Duel), 거짓 목숨(False Life), 경보(Alarm), 독과 질병 탐지(Detect Poison and Disease), 물 생성 또는 제거(Create or Destroy Water), 보이지 않는 하인(Unseen Servant), 선악 보호(Protection from Evil and Good), 선악 탐지(Detect Evil and Good), 성역(Sanctuary), 식별(Identify), 신앙의 방패(Shield of Faith), 언어 이해(Comprehend Languages), 오색 빛보라(Color Spray), 인간형 매혹(Charm Person), 지옥의 질책(Hellish Rebuke), 텐서의 부유 원반(Tenser's Floating Disk), 하다르의 팔(Arms of Hadar), 활보(Longstrider)
F 티어
(취향이 아니라면 평생 안 쓸 수도 있음)
동물 교감(Animal Friendship), 상처 유발(Inflict Wounds), 신속 후퇴(Expeditious Retreat), 영웅심(Heroism), 환영 문서(Illusory Script)

바로 간다. 이번엔 1레벨 주문이다.
 
1레벨 주문이란, 주문을 시전하는 데에 1레벨 주문 슬롯이 필요한 주문을 말한다. 주문 슬롯이 뭐냐고? 그런 질문을 한다는 건 아직도 발더스 게이트 3를 안 했다는 뜻이리라. D&D TRPG를 하고 싶어 하면서 발더스 게이트 3를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가서 발더스 게이트 3를 3회차 정도는 플레이하고 오도록....
 
...그렇다고 설명을 안 할 수도 없으니, 간단하게만 하고 넘어간다. 일반적인 롤플레잉 게임에서는 '마나 포인트(MP)'라고 하는 점수를 사용해서 주문을 시전한다. 주문을 시전할 때마다 일정량의 MP가 소모되고, 이 MP를 모두 소모하면 주문을 시전할 수 없는, 뭐 그런 간단한 시스템. 하지만 D&D는 매우 특수한 경우에만 이 마나 포인트(정확히는 D&D에서는 마나 포인트라고 하지 않고 Magic Point라고 한다. 약자는 MP로 똑같지 않냐고? D&D에는 마나라는 게 없다. 오직 위브만 있을 뿐...)를 사용할 뿐, 일반적으로는 주문 슬롯을 사용해 주문을 시전한다.
 
주문 슬롯이란 간단하게 말해 '주문 탄환'이다.

타이의 대모험에 나오는 '마탄총'

혹시 고전 만화 '타이의 대모험'을 알고 있는가? 모른다고? 명작인데...거기에서는 '마암'이라고 하는 캐릭터가 마법이 담긴 탄환을 총으로 발사하는 식으로 마법을 사용하곤 한다. 주문 슬롯도 이와 비슷하다. 주문 시전자인 당신의 내면에는 마법 탄환이 몇 개 있다. 이 마법 탄환에는 마법 에너지가 담겨 있는데, 당신은 이 마법 탄환의 마법 에너지를 조작해 원하는 대로 마법을 시전하여 발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실제로 총을 쏜다는 건 아니고,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당신의 주문 시전자로서의 능력에 따라 이 마법 탄환의 개수가 늘어나기도 하고, 더 강력한 마법 에너지가 담긴 마법 탄환이 생기기도 하고, 뭐 그런 식이다. 가령 1레벨의 위저드는 1레벨 주문 슬롯 2개가 끝이지만, 3레벨이 되면 1레벨 주문 슬롯은 4개로 늘어나고 2레벨 주문 슬롯을 2개 얻게 된다. 5레벨이 되면 1레벨 주문 슬롯은 4개로 고정이지만(만렙 찍을 때까지 4개 고정이다) 2레벨 주문 슬롯이 3개가 되고(얘도 만렙 찍을 때까지 3개 고정이다), 3레벨 주문 슬롯을 2개 더 얻게 되고..왜 1레벨 주문 슬롯을 전부 2레벨, 3레벨로 업그레이드 안 해주냐고? 다 이유가 있지만 여기에서 설명하면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궁금하면 나무위키를 여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튼, 이와 같이 1레벨 주문 슬롯은 주문 슬롯 중에서 가장 약한 주문 슬롯이다. 그리고 시전하는 데에 이러한 최약의 주문 슬롯만 필요한 1레벨 주문은 당연히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마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1레벨 주문이 좋은 주문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문 슬롯을 필요로 하는 주문''소마법' 사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 '소마법'은 아무런 자원 소모 없이 자유롭게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이며, 특정 캐릭터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강화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은, '소마법이 아닌 다른 주문들은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것만으로는 강화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그러면, '소마법이 아닌 이러한 주문들'은 어떻게 해야 강화할 수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1레벨 주문을 2레벨 주문 슬롯, 3레벨 주문 슬롯 같이 보다 강한 주문 슬롯, 보다 강한 마법 에너지가 담겨 있는 주문 슬롯으로 발사하면 된다. 이를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Upcasting, 업캐스팅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99%다)이라고 하는데, 물론 모든 주문이 이렇게 강화되는 건 아니므로 주문마다 설명을 잘 읽어야 한다.
 
자, 그리고 1레벨 주문을 고를 때의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일단 소마법과 1레벨 주문이 그래서 얼마나 위력 차이가 큰지를 비교해 보자. 소마법 화염살(Firebolt)은 캐릭터의 레벨이 1레벨일 때 목표에게 1d10점(평균 5.5점)의 화염 피해를 가한다. 반면 1레벨 주문 지옥의 질책(Hellish Rebuke)은 반응 행동으로 자신을 공격한 적에게 2d10점(평균 11점)의 화염 피해를 가한다. D&D에서는 "힐이란 감소된 HP를 회복시키는 게 아니라, 피해의 근원을 제거하여 HP가 감소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정설로 통하는 만큼, 빠르게 큰 피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턴이 아닐 때 피해를 입힘으로써 적 전투원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지옥의 질책은 과연 주문 슬롯을 소모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문인 것처럼 보인다.

4레벨까지는.

 
5레벨이 되면 당신의 소마법 화염살의 피해량이 2d10점으로 강화되었다. 반면 1레벨 주문 지옥의 질책은,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2레벨 주문 슬롯으로 시전하지 않는 한 피해량이 2d10점에서 바뀌지 않는다. 반응행동으로 주문을 시전한다는, 한 라운드에 여러번 주문을 시전할 수 있게 해준다는 특수성은 여전히 남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5레벨부터는 지옥의 질책을 쓰는 건 주문 슬롯을 낭비하는 격이다. 특히 이 주문을 습득하는 유일한 직업인 워락은 주문 슬롯의 개수가 적기도 하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아직도 나무위키 안 열고 뭐하는가?
 
그러면 어떤 1레벨 주문이 좋은가? 좋은 1레벨 주문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다른 마법이나 능력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효과를 발휘할 것,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이 기준은 사실 1레벨 주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주문 슬롯을 사용하는 모든 주문에 해당되는 기준이다. '대미지'를 가하는 주문은 '해당 레벨의 주문들의 평균적인 피해량을 고려했을 때, 대미지 효율이 압도적으로 좋은 주문' 정도만 고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화염구(Fireball) 같은 거. 사람들이 5레벨만 찍으면 냅다 화염구를 고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기준으로만 주문을 고르라는 건 아니다. 소마법 티어 분류할 때 언급했어야 했는데, 사실 D&D에서 가장 좋은 주문은 결국 속된 말로 꼴리는 주문이다. 결국 TRPG는 상상의 세계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하는 게임이니만큼, 본인이 원하는 걸 하면 되는 것이다. 전투 살육 머신이 되고 싶으면 OP 주문만 꽉꽉 눌러담으면 되고, 로망을 추구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면 드루이드로 아무도 안 고르는 '동물 전달자(Animal Messenger)' 주문 같은 거 고르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문의 경우 '그때(=쪼렙 때)는 맞고 지금(=고렙 때)은 틀린' 주문들이 더러 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가령 2014년 버전의 수면(Sleep) 주문은 한 4레벨까지는 S 티어 주문이지만 5레벨부터는 C, D 티어 주문으로 위상이 확 떨어진다(이유는 후술). 어차피 초반에는 성능이 다 고만고만하니까, 아래의 티어 목록은 D&D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참고만 할 것.
 
아무튼, 그래서 1레벨 주문의 티어 목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레벨 주문 티어 랭킹

S 티어 (거의 모든 빌드에서 매우 유용함/사용 빈도가 매우 높음/)

명령(Command), 방어막(Shield)소환수 찾기(Find Familiar), 신성한 은총(Divine Favor), 오색 보주(Chromatic Orb), 축복(Bless), 치유의 단어(Healing Word)


1. 
명령(Command): 사거리 60ft, 목표 하나에게 지혜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시전자가 내린 한 단어의 명령(이리 와라, 내려놔라, 도망가라, 엎드려라, 멈춰라)에 따르고 턴 끝내기.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씩 추가. 발더스 게이트 3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 주문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특히 인간형 적의 경우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떨어트리는 것의 효과가 아주 발군이었다. 게다가 이 주문은 집중을 필요로 하지 않아서, 게임 중후반부에 고레벨 주문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적을 무력화시키는 용도로 사용하기 아주 좋았다. 무기가 없으면 바닥에 엎드리라고 한 뒤 아군 근접 전투원들이 이점을 받고 녹이게 하면 되고.
 
2024 버전은 여기에다가 상향을 받았다. 2014 버전에서는 언데드, 시전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크리처에게는 주문을 시전할 수 없었는데 2024 버전에서는 그러한 제약이 사라졌다. 또, 2014 버전에서는 위의 다섯 가지 명령어 외에 시전자가 창의적인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는데, '목표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명령은 안된다'라는 제약이 있어서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명령이 무엇인가'에 대해 플레이어와 DM이 열띤 토론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2024 버전에서는 딱 저 다섯 가지 명령만 가능해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또 2014 버전에서는 '멈춰라'가 '행동(Action)'을 못하게 한다고 적혀 있어서 '그러면 추가 행동은 해도 된다.'라고 해석한 DM 및 플레이어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추가 행동도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환영을 만들어내는 주문들에 비해 누가 쓰든 그 값을 하는, 저점이 확실히 높은 주문이라서 S 티어.
 
2. 방어막(Shield): 명중 굴림으로 공격에 맞았을 때+마력탄의 목표가 되었을 때 반응 행동으로 시전. 시전자의 다음 턴이 시작될 때까지 방어도 +5(이 주문을 시전하게 만든 공격도 빗나가게 만들 수 있음)+마력탄의 피해 무효화. D&D 2024에서 바뀐 것 없음. 반응 행동으로 시전한다는 점, 방어도를 1 라운드 동안 무려 5나 올려준다는 점에서, 주문을 시전하지 못하는 빌드(바바리안 등)를 제외하면 그 어떤 빌드에서든지 강력한 주문. 고레벨에서도 효율이 엄청난데, 방어도는 생각보다 고레벨이 되어도 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1레벨 레인저의 경우 처음에 보통 15의 방어도(스터디드 레더 아머 12+민첩 수정치 3)로 시작하는데, 여기에서 방어도를 더 올리려면 민첩을 계속 올리거나(민첩 2점 당 방어도 +1), 전투 유파 재주: 보호술(Fighting Style Feat: Defense)을 익히거나(방어도 +1), 방패를 들거나(방어도 +2), 방어도 보너스가 +1, +2 붙어 있는 마법 갑옷을 입거나 정도일 것이다. 능력치는 대충 4레벨마다 한 번씩 올릴 수 있는 데다가 대부분 깡 능력치를 올리는 대신 재주를 배울 것이므로 4레벨마다 1씩 깔짝깔짝 올라간다. 전투 유파: 보호술은 한 번 배우면 끝이고, 방패를 들게 되면 마법을 쓰기가 번거로워지거나 양손 무기를 쓸 수 없게 되고, 마법 갑옷은 제일 싼 +1 갑옷도 최소 4천 GP는 한다(1 GP의 값어치는 후술할 선악 보호 주문 항목 참고). 그런데 이 주문은 고작 1레벨 주문 슬롯으로 방어도를 냅다 +5 올려주니, 이 주문을 배울 수 있다면 무조건 배워야 한다. 못 배우는 클래스도 몸비틀어가면서 배울 가치가 있는 주문.

3. 소환수 찾기(Find Familiar): 박쥐, 개구리, 그 외 CR이 0인 야수 형태의 요정(Fey)/천족(Celestial)/악마(Fiend) 영혼 소환(영혼의 크리처 종류는 어떤 야수 형태인지와 상관없이 시전자가 결정함). 소환수는 공격 능력이 없는 대신, 100ft 이내의 소환수와 텔레파시 가능+추가 행동으로 소환수의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있음+소환수를 통해 접촉 사거리의 주문 전달 가능. 시전하는 데에 가격이 10 GP 이상의 향이 필요하며 향은 시전 후 소모됨. 의식 주문. 원래도 미친 활용도로 S 티어에 속해 있던 주문이었는데, 이번에 소소하게 상향을 받으면서 더욱 위상이 확고해졌다. 다만 워락의 경우 이 주문과 관련된 직업 특성이 너무 강력하게 버프를 받아 논란이 되었는데...이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게시물에서 설명.
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소환수 찾기(Find Familiar) - D&D 2024에서는 소환수가 당신을 부립니다

 
4. 신성한 은총(Divine Favor): 추가 행동으로 1분 동안 자신의 모든 무기 공격에 1d4점의 광휘 피해 추가. 집중 필요 없음. 사소한 변화가 얼마나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주문. 2014년 버전과 2024년 버전의 차이는 집중의 유무였다. 그리고 이 집중이 삭제됨으로 인해 원래는 C~F 티어짜리 쓰레기 주문이 단숨에 S 티어 주문에 등극했다.
 
2014 버전에서 이 주문을 연구한 끝에 사람들이 내린 결론은 "이걸 쓸 주문 슬롯으로 신성한 강타(Divine Smite) 한 방 더 날리는 게 낫다"였다. 신성한 강타는 1레벨로 2d8(평균 9)점의 광휘 피해를 더할 수 있지만 신성한 은총은 1d4(평균 2.5)점의 피해를 더하는 것으로 끝이다. 5레벨 이상의 팔라딘이라도 2d4(평균 5)점으로 신성한 강타의 반 정도 밖에 안 된다. 집중을 유지하고 계속 때리면 된다고? 팔라딘은 전열에 서는 클래스라 공격을 여러 번 받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집중도 금방 끊기는 경우가 많다. 설령 집중이 안 끊긴다 하더라도 D&D에서 대부분의 전투는 3~4턴 안에 끝나므로 제대로 효율을 보지도 못하는 데다가 신성한 청원에 집중하느라 축복과 같은 다른 유용한 집중 주문들을 못 쓰게 되어 버린다. 상위 주문 슬롯으로 주문을 시전해도 피해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덤.
 
그런데 집중 하나 삭제했더니 위의 문제점들을 태반은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쌍수 공격 메커니즘의 변화로(몇몇 무기는 공격 행동의 일환으로 추가 행동을 소모하지 않고도 쌍수 공격이 가능해짐) D&D 2024에서는 이 주문을 메인으로 한 쌍수 팔라딘을 고려하는 게 우스갯소리로 하는 게 아닌 상황이 될 정도. 주술이나 사냥꾼의 표식 비교하면 피해량이 조금 낮고 유지 시간이 짧지만 집중 제거 하나만으로 모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당당하게 S 티어.

5.
오색 보주(Chromatic Orb): 사거리 90ft, 목표 하나에게 명중 굴림. 명중 시 3d8점의 산성/냉기/화염/번개/독성/천둥 피해(시전 시 선택). 피해 굴림 주사위에서 같은 값이 두 개 이상 나왔을 경우 30ft 이내의 다른 목표에게 튕김(목표는 시전자가 고름). 새 목표에게 명중 굴림 다시 실시.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8점 증가+새 목표에게 튕기는 횟수 증가(예시: 3레벨 주문은 추가로 세 번 튕길 수 있음=총 네 명의 목표에게 공격 가능).


2014 버전의 혼돈의 화살(Chaos Bolt)이라고 하는 주문과 2014 버전의 오색 보주 주문이 합쳐져 만들어진, 희대의 뜨거운 감자 주문.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의 게시물 참고.
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오색 보주(Chromatic Orb) - 혼돈, 파괴, 그리고...보주!
 
6. 축복(Bless): 1분 동안 크리처 셋의 명중 굴림, 내성 굴림에 1d4 보너스 추가. 집중 필요.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씩 추가. 말이 필요 없는 꿀주문 중 하나. 사실 초반부 클레릭은 축복 토템이나 다름 없다. 축복 걸고 집중 안 끊기게 어디 뒤쪽에서 뭉그적거리면 된다.
 
일단 이 주문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이번에도 수학적으로 계산해 주겠다. 근력이 18인 4레벨 파이터가 대검을 들고 이번에도 고블린을 공격한다고 가정해 보자. 파이터의 명중 굴림 보너스는 +6, 고블린의 방어도는 15다. 파이터의 명중 굴림에서 9이상이 나와야 명중하므로, 명중률은 60%. 평균 피해량은 2d6+4니까 11, 고로 피해량의 기댓값은 0.6 × 11, 즉 6.6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명중 굴림에 1d4의 보너스가 더해질 경우, 명중률이 약 72.5%로 증가한다. 고로 피해량의 기댓값은 0.725 ×11, 약 7.98이다. 피해량의 기댓값이 1.4 정도 증가했다. 세 명에게 시전하니, 파이터가 아닌 다른 직업도 파티에 껴있다고 감안해도 대략 1라운드(6초, 모두의 턴이 한 번씩 돌아가는 기간)당 3~4 정도의 피해량 기댓값 증가 효과를 보인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인다고? 1레벨 지옥의 질책의 피해 기댓값은 끽해봐야 약 8.25점이다. 근데 축복 주문은 1라운드당 3~4 정도의 피해량 기댓값을 증가시키면서, 최대 10라운드(=60초=1분)까지 유지되고, 내성 굴림에도 보너스가 더해지니 생존력도 증가한다. 거기에 더해 명중 굴림을 실시할 때마다 보너스가 더해지니 공격 횟수가 증가하는 5레벨부터는 효율이 2배로 뛴다. 지옥의 질책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꿀주문으로, 특히 소모할 자원을 아껴야 할 잡몹과의 전투, 방어도가 높은 강력한 적과의 전투 등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쭉 쓰는 주문이란 뜻이다.
 
유일한 단점은 고레벨이 될수록 더 강력한 집중 주문이 등장하여 축복을 쓸지 말지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령 클레릭 5레벨에 배우는 영혼 수호자(Spirit Guardians) 같은 거. 하지만 이것도 상황에 따라 축복 주문이 더 유리한 경우가 있으므로(가령 적들이 산개해 있을 때)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7. 치유의 단어(Healing Word): 사거리 60ft, 크리처 하나의 hp를 2d4+주문 시전 능력치만큼 회복.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치유량 2d4점씩 증가. D&D 전투에서 힐이란 딜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투원들이 입는 피해량에 비해 치유량이 발톱의 때 정도 수준밖에 안 되므로, 그 정도 치유를 하겠다고 행동을 소모할 바에는 그냥 딜을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치유의 단어는 D&D 2014에서도 상처 치료(Cure Wounds, 1d8+주문 시전 능력치. 약 8.5점)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치유량(1d4+주문 시전 능력치. 약 6.5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S 티어 주문으로 분류 받았다. 주문 시전에 추가 행동을 사용하므로 행동으로 다른 중요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원거리에서 시전할 수 있어 편의성이 엄청 높았기 때문. 물론 이때도 목적은 '치유'가 아니라 '전투 불능 상태 제거'. hp가 1인 것과 0인 것은 하늘과 땅...까지는 아니고 지하와 지상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hp가 1이라면 전투를 수행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심지어 D&D 2024에서는 오히려 치유량이 두 배로 늘었다. 이미 클레릭 말고도 이 주문을 습득할 수 있는 모든 클래스는 반드시 배워야 하는 필수 주문이었는데 말이다. 치유의 단어 뿐만이 아니라 상처 치유와 같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몇몇 치유 주문의 치유량이 두배로 늘어났다. D&D의 전투 시스템 및 메타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치유의 영향력이 이전보다는 크게 확대되었다.
 
물론 몇몇 DM은 이런 개사기 주문을 견제하기 위해 적들의 잔혹성을 높이곤 한다. 몬스터가 쓰러진 적에게 확인 사살을 가하도록 하는 것. 이러면 치유의 단어를 써도 금방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건 "그러니까 치유의 단어 말고 다른 거 써."라는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라 "치유의 단어가 있어도 이런 상황은 쉽지 않을걸!"이라고 하면서 전투 상황의 긴장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런 잔혹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치유의 단어가 없으면 게임이 몇 배는 더 힘들어진다. 캐릭터들의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확실히 죽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 주문을 배울 수 있다면 무조건 골라라.


A 티어 (꽤 많은 빌드에서 매우 유용함/사용 빈도가 적당히 높음)

기름칠(Grease), 도약(Jump), 마녀의 화살(Witch Bolt), 마력탄(Magic Missile), 마법사의 갑옷(Mage Armor)맛있는 열매(Goodberry)변장(Disguise Self), 불협화음의 속삭임(Dissonant Whispers), 사냥꾼의 표식(Hunter's Mark), 수면(Sleep), 아거티스의 갑옷(Armor of Agathys)액운(Bane), 요정불(Faerie Fire), 유도 화살(Guiding Bolt)주술(Hex), 천둥파(Thunderwave), 타샤의 끔찍한 웃음(Tasha's Hideous Laughter), 휘감기(Entangle)


1. 기름칠(Grease): 사거리 60ft 내에서 가로 세로 10ft 범위의 면적을 비가연성 기름으로 뒤덮음. 지속시간(=1분) 동안 해당 영역은 험지 판정. 기름이 생겨나는 순간 해당 영역에 있던 모든 크리처는 민첩 내성 굴림 실시. 실패 시 넘어짐(포복 이동만 가능+일어나려면 이동 속도의 절반을 사용해야 함+현재 이동 가능 거리가 0이면 못 일어남+넘어진 크리처를 목표로 하는 원거리 공격은 명중 굴림에 불리점/5ft 이내에서의 근거리 공격은 명중 굴림에 이점). 기름의 영역에 들어오거나 영역 안에서 턴을 마치는 크리처는 또 내성 굴림 실시. 실패하면 또 넘어짐. 집중 불필요.

기름이 이제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게 충격적이지만, 또 곰곰히 생각해 보면 기름이 불에 타는 건 이 주문의 본질적인 부분과 크게 상관이 없어서 주문의 성능 자체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집중할 필요도 없이 1분 동안 전장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다. 발더스 게이트 3와는 달리 TRPG에서는 계단에 이 주문을 시전해 적들이 계단 아래로 미끄러지도록 규칙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 기름이 불에 타지도 않으니까, 기름칠로 넘어진 적들 위에다가 화염 벽(Wall of Fire)을 깔면 적들은 화염 벽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천둥파(Thunderwave)와 같이 강제로 이동시켜버리는 주문과의 조합도 강력.
 
2. 도약(Jump)추가 행동으로 시전. 주문의 효과를 받아들이길 원하는 크리처 하나를 만지면, 주문의 지속 시간(=1분) 동안 해당 크리처는 자신의 턴마다 한 번씩 10ft의 이동력을 소모하여 최대 30ft 도약할 수 있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씩 추가. 의식 주문 아님. 2014 버전에서는 C- 티어까지도 가능했던, 매우 매우 매우 상황 의존적이었던 주문이 갑자기 A 티어까지 올라왔다. 무려 2레벨 주문 최고 존엄인 안개 걸음(Misty Step)에게 비벼볼 만한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게시물을 참고할 것.
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도약(Jump) - 도약 주문처럼 어리둥절하게 성공하자

 3. 마녀의 화살(Witch Bolt): 60ft 사거리, 사거리 내 크리처 하나에게 원거리 주문 명중 굴림 실시. 명중 시 2d12점의 번개 피해. 명중 하든 안하든 시전자와 목표 사이에 지속적 방전이 발생해 시전자는 주문의 지속 시간(=1분) 동안 자신의 턴마다 추가 행동으로 1d12점의 번개 피해를 줄 수 있음. 목표가 주문의 사거리에서 벗어나거나 완전 엄폐 뒤로 숨으면 주문이 종료됨.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첫 투사체의 피해량이 1d12점씩 증가. 집중 필요.

발더스 게이트 3로 이 주문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이 주문이 A 티어에 있다는 사실에 별다른 감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놀랄 만한 일이다. 10년 전 마녀의 화살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이미 몇몇 부분에서 상향을 받았기에 함정 카드 취급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일단 원본에서는 사거리가 30ft였다. 단 30ft. 인간형 적의 기본 이동 거리가 30ft다. 워락, 소서러, 위저드가 쓰는 주문인 주제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주문을 써야 했던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문의 추가 효과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목표와의 거리를 30ft 이내로, 아니, 5ft로 줄여야 했다. 왜? 이 망할 주문은 목표가 사거리 밖으로 벗어나면 끊기니까. 쉽게 말해, 최대 사거리 30ft에서 주문을 맞히고 목표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면, 목표는 뒤로 5ft 깔짝 물러나는 것으로 주문의 효과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뒤로 물러나지 않아도 몸을 완전히 가릴 수 있는 엄페물 뒤에 숨어도 주문이 끊겼다. 마지막 치명타는 주문의 추가 효과 발동에 행동이 필요했다는 것. 결국 이 주문은, 적에게서 최대한 멀찍이 떨어져야만 하는 주문시전자가 적에게 바싹 달라 붙어서, 고작 소마법급 대미지 1d12점만 가하기 위해 매턴 행동을 써야만 하는 어처구니 없는, 부조리함으로 가득찬 주문이었던 것이다. 1d12점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낫지 않냐고? 추가 효과 발동하기 전에 두들겨 맞아 죽음 내성 굴림을 굴리게 될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래서 사거리가 60ft가 된 것, 첫 투사체의 피해량이 두배가 된 것, 첫 투사체의 명중 여부와 상관없이 추가 효과를 추가 행동으로 발동할 수 있게 된 것, 모두 그저 감동의 도가니탕이다. 소서러가 타고난 마술(Innate Sorcery)을 켜고 명중 굴림에 이점을 받으며 상위 주문 슬롯으로 마녀의 화살을 죽창처럼 박아넣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주문 슬롯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12는 모든 주문 중 최고 수준이다. 4레벨 라울로팀의 정신창(Raulothim's Psychic Lance) 주문의 평균 피해량이 24.5(7d6)점인데 4레벨 마녀의 화살은 32.5(5d12)점이다. 물론 정신창은 부가 효과 때문에 쓰는 거긴 하지만, 위저드라면 하급 정령 소환(Conjure Minor Elemental)+작열 광선(Scorching Ray) 콤보를 익히기 전까지 최고의 단일 목표 대미지 딜링 주문으로 써먹을 수 있다. 소서러는 폭풍 권역(Storm Domain) 클레릭과의 멀티 클래스로 9레벨 주문 슬롯 기준 120점, 크리라도 터지면 240점의 대미지다. 집중을 요구한다는 점, 엄폐물 뒤로 숨으면 간단하게 주문이 끊긴다는 점은 여전히 단점이지만 이 정도 단점도 없으면 개나소나 다 이 주문을 쓸 것이므로 언감생심이다. 내성 굴림으로 대미지 준답시고 피해량이 2d10점에 근거리 주문 시전, 아무런 부가 효과도 없는 상처 유발 같은 주문도 있는데 뭐...

4. 마력탄(Magic Missile): 120ft 사거리. 세 발의 빛나는 역장 다트를 사거리 내에 볼 수 있는 목표에게 발사(다트마다 목표를 다르게 설정 가능). 다트는 반드시 명중하며 목표에게 1d4+1(약 3.5)점의 역장 피해.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다트 하나 더 발사 가능.

D&D 2014와 D&D 2024의 차이는 없음. 아래의 마법사의 갑옷과는 달리 S 티어까지도 올라갈 수 있는 주문이다. 이 마법의 장점은 목표를 볼 수만 있다면 주문이 반드시 명중한다는 것. 방어도가 높은 적일 수록 주문의 상대적 피해 기댓값이 증가한다. 물론 10.5 점이라는 개미 눈물 만큼의 피해량으로 뭘 어쩌라는 거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에서 hp가 1인 것과 0인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했으므로, hp가 얼마 안 남았는데 곧 턴이 돌아올 것 같은 적에게 확인 사살을 날려 아군이 입을 장기적 피해량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또, 적 중에 강력한 주문에 집중하고 있는 주문시전자가 있다면 집중을 끊는 데에도 좋다. 수학적으로 10.5점의 단일 피해를 가하는 것과 3.5점의 피해를 세 번에 걸쳐 나눠서 가하는 것 중 후자가 더 집중을 끊을 확률이 높다. 건강 수정치가 +2인 위저드가 주문에 집중하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전자의 경우 집중 내성 굴림에 성공할 확률은 65%이지만(DC가 10이므로 8이상의 값만 나오면 된다) 후자의 경우에는 집중 내성 굴림을 세 번 실시해야 하고, 세 번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집중이 끊기므로 무려 72%(=1-0.65^3=100%-세 번 연속 성공할 확률=한 번이라도 실패할 확률) 이상이다. 여러 적에게 나눠서 날릴 수 있다는 것도 소소한 장점.
 
다만 개별 피해량이 낮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고, 전술한 방어막 주문에 완벽하게 막혀서 주문 슬롯을 낭비하게 된다. 그래도 위저드나 소서러라면 필수 주문이고, 이 주문을 배울 수 있는 클래스라면(비술 기사 등) 채용을 고려할 가치가 충분한 주문.
 
5. 마법사의 갑옷(Mage Armor): 이 주문의 효과를 받길 원하는+갑옷을 입지 않은 크리처 하나를 만져 목표의 방어도를 주문의 지속 시간(=8시간) 동안 13+민첩 수정치로 변경. 갑옷을 입으면 주문이 끝남.

역시 D&D 2014와 D&D 2024의 차이는 없음. 전술한 마력탄과 함께 마법사를 상징하는 주문이다. 초반에 주문 슬롯의 부담이 크지만, 소서러와 위저드 같이 기본적으로 갑옷을 착용할 수 없는 클래스에게는 필수적인 주문. 후술할 활보 따위와는 다르게 8시간이나 지속되므로 보통은 하루에 한 번 시전하면 끝이다. 다만 소서러와 위저드 외에 갑옷을 입지 않는 클래스들(몽크나 바바리안 등)은 비무장 방어(Unarmored Defense)의 요소 등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방어도를 갖출 수 있고, 비무장 방어와 마법사의 갑옷은 중첩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 경장 갑옷을 입는 캐릭터들은 경장 갑옷 대신에 이 주문을 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장 갑옷 중 가장 방어도가 높은 스터디드 레더 아머(Studded leather armor)가 방어도를 12+민첩 수정치만큼 올려주니까. 하지만 나중에 +1, +2 갑옷이 나오면 의미가 없고, 이 주문을 얻겠다고 마법 입문자 재주니 뭐니 하면서 몸비틀 바에는 그냥 갑옷 입는 게 낫다.

 
전술한 방어막 주문과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위저드나 소서러는 당연히 둘 다 챙겨야 하지만 그래도 굳이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방어막 주문이 더 낫다. 기본적으로 위저드는 후열에서 적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자리를 잡아야 한다. 즉, 애초에 마법사의 갑옷의 효과를 보는 일이 최대한 없도록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도대로 됐다면 애초에 마법사의 갑옷을 시전할 필요가 없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의도대로만 굴러가는 건 아니고...적에게 원거리 공격수가 있다면 마법사에게 공격이 날아올 수도 있을 텐데, 이때도 "이거 봐. 앞으로는 마법사의 갑옷 꼭 쓸 거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눈물을 머금고 방어막 주문을 시전해서 1라운드 동안 적의 공격을 막아낸 뒤 "앞으로는 절대 공격을 받지 않도록 위치 선점을 잘 해야지..."라고 다짐할 수도 있겠다. 굳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낫냐고 한다면 후자긴 하다. 초반에는 주문 슬롯이 얼마 없으니까... 

6. 맛있는 열매(Goodberry): 24시간 동안만 효력을 발휘하는 마법의 열매 10개가 손 위에 나타남. 열매를 먹으면(추가 행동) hp 1 회복+하루 치의 식사 영양분 보충. 여러모로 특이한 주문이다. 일단 D&D를 오래 플레이하다보면, S 티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주문을 금지하는 마스터나 캠페인을 종종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주문 자체는 2014년에 비해 크게 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적 효용성은 상향 이전과 비슷비슷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일단 뭘 상향을 받았는지부터 보자. 2014년 버전에서는 이 주문으로 만든 열매를 먹으려면 행동을 소모해야 했는데, 2024년 버전에서는 추가 행동으로 열매를 먹을 수 있다. 물약과 동일한 상향을 받은 것이다. RAW(Rules As Written, 적힌 규칙대로)에 따르면 안되긴 하지만 RAI(Rules As Intended, 의도한 규칙대로)에 따르면 이 열매를 기절한 크리처에게도 먹일 수 있었던 바, 이제 1레벨 슬롯으로 기절한 아군 소생권(추가행동) 10개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상처 치료 항목에서 후술하겠지만 hp가 1인 것과 0인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종합적인 효용성이 왜 그대로냐고? 2014년 버전에서 매우 유용했던 콤보 중 하나가 막혔기 때문이다. 바로 생명 권역(Life Domain) 클레릭의 생명의 사도(Disciple of Life) 특성과의 콤보. 이 특성은 크리처의 hp를 회복하는 1레벨 이상의 주문을 시전할 때, 해당 크리처는 2+해당 주문을 시전하는 데에 사용한 주문 슬롯의 값 만큼을 치유량에 더할 수 있다. 그리고 맛있는 열매는 크리처의 hp를 회복하는 주문이므로, 클레릭이 이 주문을 시전하게 된다면 1레벨로 시전해도 열매 하나 당 4점의 hp를 회복하게 되는 셈이다. 열매 10개라면? 무려 40점이다. 1레벨 주문 슬롯으로 40점의 hp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효율이다.
 
그런데 생명의 사도의 사양이 변했다. 시전자가 이 주문을 시전한 턴에만 추가 회복량이 증가한다. 시전자가 이 주문을 시전한 라운드 아니고 턴이다. "클레릭이 맛있는 열매를 시전하여 손 위에 올려 놓음⇒같은 라운드에 다른 캐릭터가 클레릭의 손 위에 있는 열매를 가져가서 먹음" 이런 거 안 통한다는 뜻이다. 아쉬운 변화긴 하지만, 아군 소생권(추가행동) 10개의 위력도 무시할 만한 것은 못 된다.
 
그리고 이 주문이 금지를 먹는 본질적인 이유는 변경되지 않았다. 바로 이 주문이 하루 치의 식사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다는 것. 현실에서도 그렇듯 D&D의 세계에서 캐릭터는 먹고 마셔야 살 수 있다.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탈진 상태에 빠지게 되고, 한 6일 연속으로 단식하면 대부분의 캐릭터가 사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필요한 양의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맛있는 열매 하나만으로 하루 치의 영양분을 전부 충족시킬 수 있다. 물론 수분 섭취는 별개의 문제인데, 이것 역시 후술할 1레벨 주문인 물 생성 또는 제거 주문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니면 그냥 3레벨 주문인 식사와 물 생성(Create Food and Water) 주문을 쓸 수도 있고. 아무튼, 발더스 게이트 3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 주문과 물 생성 또는 제거 주문만으로 하루 야영 물자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야영 물자 수집이라는 콘텐츠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 야생에서 살아남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캠페인이라면(가령 '아베르누스에서 살아 남기' 같은 거) 캠페인의 존재 이유 자체가 부정될 수도 있다.
 
아무튼, 그래서 이 주문은 대부분의 파티에서 유용한 강력한 주문이므로 A 랭크.

7.
변장(Disguise Self): 제약(손발이 똑같이 한 쌍씩 달려있다거나, 사이즈가 비슷하다거나 하는 등 기본적 신체구조가 비슷해야 함)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서 1시간 동안 외형(옷, 갑옷, 무기, 다른 소지품 포함) 변경 가능. 만지면 '환영이군! 뭘 숨기고 있느냐!'가 되어 들통남. 유심히 들여다봐서 수사 판정에 성공해도 들통남.

발게 3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주문을 유용하고 재미있게 써먹었을 것이다. 실제 TRPG에서도 비슷하게 쓰이는 강력한 주문이다. 사회적 기만 및 첩보 활동, 범죄 활동,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용도 등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소서러는 심지어 '마법 변형: 주문 은밀화(Metamagic: Subtle Spell)와 조합하여 남들 앞에서도 대놓고 시전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제약이 있는데, 먼저 목소리나 말투, 걸음걸이는 바뀌지 않는다. 그 사실로 NPC가 당신을 의심할 수도 있으므로 연기력을 갖춘, 즉 매력 점수가 높고 기만과 같은 스킬 숙련을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가 시전해야 효과가 크다.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3와는 달리 의식 주문이 아니므로 주문 슬롯 소모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8. 불협화음의 속삭임(Dissonant Whispers): 60ft 사거리 내의 목표에게 지혜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3d6의 정신 피해+적은 즉시 반응 행동을 사용해 시전자로부터 최대한 멀리, 안전한 경로로 이동해야 함. 성공 시에는 절반 피해만 받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6점씩 증가.
 
발게 3에서는 크리처를 공포 상태로 만드는 주문이었지만 원래는 도망치게 만드는 주문이었다. 2014 버전에서는 언뜻 보면 당연하게도 청각을 상실한 크리처에게는 통하지 않았었는데 2024 버전에서는 안 들려도 통한다.
 
일단 정신 피해는 피해를 반감시키는 몬스터가 많이 없는 피해 종류인 데다가, 반응 행동을 사용하여 강제로 이동시켜 기회 공격을 받게 만들기 좋다. 공포나 매혹 상태로 만드는 주문이 아니므로 안 걸리는 적이 거의 없으며 대미지도 높고 전장 통제에 유용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드나 기괴 술법(Aberrant) 소서러, 위대한 옛것(Great Old One) 워락만 시전할 수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 티어로 분류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A+ 티어 주문.
  
9. 사냥꾼의 표식(Hunter's Mark): 사거리 90ft, 추가 행동으로 목표 하나에게 표식 부여. 주문의 지속 시간(=1시간) 동안 목표에게 명중 굴림을 실시하여 피해를 입힐 때 1d6점의 역장 피해 추가+목표를 추적하기 위한 지혜(감지 또는 생존) 판정에 이점. 주문이 끝나기 전에 목표의 hp가 0으로 떨어지면 추가 행동으로 다른 크리처에게 표식을 옮길 수 있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3~4레벨 주문 슬롯으로는 주문을 8시간, 5레벨 이상의 주문 슬롯으로는 24시간 지속 가능. 집중 필요. 사냥꾼의 표식은 레인저를 상징하는 주문 중 하나로, 후술할 주술(Hex)과는 기본적인 원리가 비슷하여 언제나 비교 대상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졌다.
 
물론 주술에게 졌다고 사냥꾼의 표식이 약하다는 건 아니다. 주술을 강력한 마법으로 만들어주는 요인을 사냥꾼의 표식도 거의 동일하게 공유하기 때문. 두 마법이 강력한 이유는 일단 명중 굴림마다 추가 피해량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D&D에서는 무기를 휘두를 때, 몇몇 마법을 시전할 때 명중 굴림을 실시한다. 그리고 주술과 사냥꾼의 표식은 해당 명중 굴림이 성공할 때마다 추가 피해를 가한다. 워락의 경우 워락을 상징하는 또다른 마법, 섬뜩한 파동(Eldritch Blast)과의 조합이 아주 위력적이었다. 소마법은 캐릭터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강화되는데, 화염살 같은 일반적 소마법은 투사체의 숫자는 변하지 않고 투사체의 위력만 증가하지만 섬뜩한 파동은 투사체의 숫자가 둘, 셋, 최대 넷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투사체마다 명중 굴림을 따로 실시한다. 그래서 화염살이라면 주술의 추가 피해량이 한 번만 적용되는 반면 섬뜩한 파동은 최대 네 번까지 적용되는 것이다. 추가 피해량이 1d6점이니까 네 번 모두 적용되면 4d6, 약 14점이다. 대도끼를 든 바바리안이 크리를 띄우면 대충 이것보다 조금 강한 피해량이 나온다(2d12+4=17). 명중 굴림 당 추가 피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 한 번 시전하면 집중이 끊길 때까지 계속 이 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또한 두 주문 모두 각 직업의 아이덴티티와 직결되는 부과효과를 가지고 있다. 주술은 능력 판정에 불리점을 부여하기, 레인저는 표식이 찍힌 적을 추적하는 것에 이점 부여하기. 물론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강력한 집중 주문과 경쟁해야 되지만, 효율만 놓고 보자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 두 주문을 이길 만한 주문이 없으므로 워락과 레인저가 가장 많이 쓰는 주문을 꼽으면 당연히 주술과 사냥꾼의 표식이다.
 
하지만...사람들에게 "그래서 주술 쓸래, 사냥꾼의 표식 쓸래? 하나만 고를 수 있음."이라고 질문하면 열에 아홉은 주술을 골랐다. 주술 주문모든 명중 굴림에 추가 피해량이 부여되는 반면 사냥꾼의 표식은 무기 공격에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레인저가 주문을 적극적으로 시전하는 클래스는 아니기에 의미가 없었지만, 만약 다른 클래스가 재주나 멀티클래스로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주술을 고르지 사냥꾼의 표식을 고르지는 않았다. 사냥꾼의 표식이 주술보다 나은 점이라고 한다면 주문 구성 요소가 간단하다는 것 정도. 주술은 주문을 시전할 때 음성(V), 동작(S), 물질(M)을 모두 요구했기 때문에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캐릭터라면 사용하기가 용이하지 않았다. 반면 사냥꾼의 표식은 음성(V) 뿐이었으므로 주문을 영창할 수만 있으면 끝이었다. 물론 무기를 주문 시전 매개체로 사용하게 하는 능력이 또 막상 그렇게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았기에 사냥꾼의 표식의 수모는 계속되었는데...
 
D&D 2024에서는 사냥꾼의 표식의 시스템이 주술과 한층 더 비슷해졌다. 아니, 오히려 더 강해졌다. 무기 공격 뿐만 아니라 명중 굴림을 실시하는 모든 공격에 추가 피해가 들어가게 되었고, 추가 피해의 종류도 반감하는 크리처가 한 손에 꼽는 역장이다. 결국 주술과의 차이점은 역장 추가 피해 VS 사령 추가 피해, 추적 판정에 이점 받기 VS 능력 판정에 불리점 가하기 정도인데, 역장과 사령을 비교하면 당연히 역장이 훨씬 더 낫고, 후자의 부가 효과는 사실상 양쪽 다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냥꾼의 표식의 승리. 거기에다가 기존에는 마법 입문자(Magic Initiate) 재주를 통해 워락의 주문도 익힐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해당 재주로 클레릭, 드루이드, 위저드의 주문만 익힐 수 있게 되어 주술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 반면, 사냥꾼의 표식은 변한 게 없다.
 
성능 자체도 사냥꾼의 표식의 우위인데, D&D 2024에서는 쌍수 무기 관련 규칙이 변경되어 쌍수 레인저가 추가 행동을 쓰지 않고 최대 세 번, 특정 재주(쌍수 전문가 Dual Wielder)를 배운다면 추가 행동까지 써서 최대 네 번 공격할 수 있게 되었기에 사냥꾼의 표식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D&D 2024에서 근접 워락은 추가 공격을 두 번까지 받아 최대 세 번 공격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레인저는 직업 특성인 주적(Favored Enemy), 끈질긴 사냥꾼(Relentless Hunter) 등이 사냥꾼의 표식을 하루에 몇 번 더 쓸 수 있게 해준다든지 사냥꾼의 표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레인저라는 직업 자체가 사냥꾼의 표식을 기반으로 재설계되었기에 결국 사냥꾼의 표식의 근소 우위 승리. 결론적으로 이제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주술 쓸래, 사냥꾼의 표식 쓸래? 하나만 고를 수 있음."이라고 질문하면 다른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사냥꾼의 표식!"
 
10. 수면(Sleep): 사거리 60ft. 사거리 내의 한 지점에서 반경 5ft 이내에 있는 모든 크리처는 지혜 내성 굴림 실시. 실패 시 자신의 다음 턴이 끝날 때까지 무력화 상태(행동, 추가 행동, 반응 행동 불가+집중 끊김+말 못함)가 되고 지혜 내성 굴림 한 번 더 실시. 두 번째 내성 굴림에도 실패하면 주문의 지속 시간(=1분) 동안 무의식 상태(무력화+넘어짐+이동 속도 0+무의식 상태의 목표에게는 명중 굴림에 이점이 부여되고 5ft 이내에서는 피해량이 무조건 치명타로 들어감+근력과 민첩 내성 굴림에 자동 실패+주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름). 목표가 피해를 입거나 5ft 이내의 다른 이가 행동을 통해 목표를 흔들어 깨우면 주문 종료. 엘프처럼 잠을 안 자거나 탈진에 면역인 크리처는 내성 굴림에 자동 성공. 집중 필요. D&D 2014 버전과는 아예 다른 주문이 되어버려서 전부 다 시뻘겋다.

 
10년 전에는 저레벨대에서는 전투든 사회작 상호작용면에서든 패왕이다가 조금만 레벨이 올라가도 전투에서는 의미가 쏙 사라져 버리는 주문이었다. 원래 사양은 다음과 같다: 5d8(약 22.5)의 주사위를 굴려 나온 총합과 반경 20ft 범위 내 적들의 현재 hp를 비교하여, 현재 hp가 가장 낮은 적의 현재 hp가 주사위의 총합보다 낮다면 총합에서 해당 적의 현재 hp만큼 빼고 적을 10턴 간 무의식 상태로 만든다. 더 이상 주사위의 총합에서 적의 현재 hp만큼 뺄 수 없을 때까지 이 작업을 반복한다. 엄청 복잡하지만 그래도 성능만큼은 발군이었다. 저레벨대에 주로 만나는 적인 고블린의 경우 hp가 고작 7이므로 평균적으로 약 세 마리의 고블린을 순식간에 삭제시킬 수 있었다. 잠든 적에게 다가가 공격하면 이점을 받고 명중 굴림을 실시하는 데다가 명중 시 치명타가 들어가니까. 이런 걸 내성 굴림도 없이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주문이 저레벨대에서 얼마나 사기인지 알 수 있다.
 
대신에 레벨이 조금만 올라가도 적들의 hp 인플레를 주문이 따라가지 못했다.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하면 추가 1레벨 당 고작 2d8(약 9)점씩의 hp를 더 깎을 수 있었는데, 적들의 hp는 한 마리가 32(Tough, 깡패, CR 1/2), 26(Duergar, 드웨가, CR 1), 이렇게 증가해 버리니...이때부터는 적들이 아니라 사회적 상호 작용 중에 만나는, 전투력 낮은 NPC들 재워버리는 용도.
 
그런 주문이었는데 이제는 후술할 타샤의 끔찍한 웃음(Tasha's Hideous Laughter)이나 2레벨의 인간형 포박(Hold Person)과 비슷한 기능으로 바뀌었다. 내성 굴림에 한 번 실패하면 무력화, 두 번 실패하면 무의식 상태. 자세한 분석은 타샤의 끔찍한 웃음 이야기할 때 같이 하겠지만 평균적으로 한두 체의 크리처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강력한 성능이다. 다만 집중을 요구한다는 점, 지혜 내성 굴림을 두 번 뚫어야 한다는 점, 잠을 안 자거나 탈진에 면역인 몇몇 크리처에게는 안 통한다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이제는 고레벨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으므로 A 랭크.
 

11. 아거티스의 갑옷(Armor of Agathys): 5의 임시 체력을 얻고, 임시 체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근접 공격에 맞으면 공격자에게 5의 냉기 피해. 임시 체력이 사라지면 주문도 끝남. 1시간 지속, 추가 행동으로 시전.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임시 체력+5, 냉기 피해+5. 기본적으로는 오직 워락만 쓸 수 있는 주문이었음에도 2014 D&D에서도 B 티어 수준의 강력한 주문이었다. 이 주문의 진가는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증가하는 냉기 피해량. 아거티스의 갑옷의 냉기 피해는 내성 굴림으로 피하거나 이런 게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4~5레벨로 시전 시 냉기 피해 20~25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하는 강력한 마법이었다. 집중도 요구하지 않고.

그래서 행동으로 시전한다는 단점이 있어도 주술 칼날(Hexblade) 워락이나 정복의 맹세(Oath of Conquest) 팔라딘과 같이 근접전에서 싸우는 주문 시전자의 경우 이 주문을 유용하게 사용하곤 했었는데, 2024 버전에서는 아예 추가 행동으로 시전하도록 상향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모든 워락이 1레벨부터 주문 시전 능력치로 무기를 휘두를 수 있도록 변경되었으므로 근접형 워락의 가치가 더욱 상승했다. 후술할 섬뜩한 영창: 마족의 활력(Eldritch Invocation: Fiendish Vigor)과의 조합도 나쁘지 않다. 낮은 접근성은 여전히 단점이라 S 티어까지는 못 가고 A 티어.
 
12. 액운(Bane): 사거리 30ft, 크리처 셋에게 매력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해당 크리처는 1분 동안 명중 굴림 및 내성 굴림에 -1d4. 집중 필요.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씩 추가. 쉽게 말해 역축복이다. "근데 얘는 왜 A티어예요?"라고 하고 싶겠지만, 생각해 봐라. 축복/액운 주문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해당 주문의 영향을 받는 크리처가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축복 주문의 영향을 받는 크리처는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아군이고, 액운 주문의 영향을 받는 크리처는 빨리 쓰러트려야 할 적군이다. 상식적으로 어느 주문이 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까? 거기다가 축복은 걸면 효과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액운은 목표가 내성 굴림에 실패해야 한다.
 
그래서, 최고의 경우는 클레릭이 축복을 고르고 다른 주문 시전자가 액운을 골라서 이 두 가지 주문을 모두 쓰는 것이다. 2014 버전에서는 바드와 클레릭만 배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워락도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 접근성이 높아졌다. 액운은 여러번 공격을 가하는 강력한 적에게 걸어주는 게 효율이 높으니 참고할 것.

 

13. 요정불(Faerie Fire): 사거리 60ft, 사거리 내에서 시전자가 가로 세로 높이 20ft 공간을 지정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물체+민첩 내성 굴림에 실패한 모든 크리처는  파랑, 초록, 보라빛으로 외곽선이 빛나게 됨(색은 시전자가 선택). 영향을 받는 모든 물체 및 크리처는 주문의 지속 시간(=1분) 동안 희미한 빛을 10ft 범위까지 뿜어내고 투명화의 혜택을 받지 못함+자신을 목표로 하는 명중 굴림에 이점이 부여됨. 집중 필요.

가독성을 정리한 것 말고는 D&D 2024에서 변한 것은 없음. 여전히, 보스몹 조차도 이 주문을 피하기 위해 전설적 저항(Legendary Resistance, 실패한 내성 굴림을 그냥 성공한 것으로 처리해버리는 능력. 사용 횟수 제한 있음)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주문. 레이젤이 행동 연쇄(Action Surge)에다가 가속까지 받은 상태로 7번을 이점 받고 때린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리 그웨마가 하향을 먹었다지만, 상상만 해도 보스가 불쌍해질 정도다. 다만, 민첩이 높은 적에게는 효과가 조금 떨어지고 집중을 필요로 하므로 고레벨로 갈수록, 그리고 어려운 전투일수록 더 강력한 집중 주문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될 것이다. 효과가 확실한 축복 주문과 달리 적이 민첩 내성 굴림에 성공하면 말짱 꽝이라는 것도 단점. 그래도 최소 A 랭크, 파티에 파이터나 로그가 있다면 S 랭크까지 올라가는 강력한 주문이다.
 
14. 유도 화살(Guiding Bolt): 사거리 120ft, 크리처 하나에게 원거리 주문 명중 굴림 실시. 명중 시 4d6(평균 14)점의 광휘 피해+시전자의 다음 턴이 끝나기 전까지 해당 목표에게 실시하는 첫 명중 굴림에 이점 부여.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6점 증가. 초반에는 대미지 때문에, 후반에는 부가 효과 때문에 자주 쓰게 될 주문이다. 일단 4d6점이라는 피해량은 1레벨 주문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명중만 한다면 이 레벨대에 등장하는 크리처 대부분은 일격필살이다. 명중 굴림을 실시하는 주문이기 때문에 적의 마법 저항이나 전설적 저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 높은 확률로 이 주문의 디버프를 적에게 부여할 수 있는 주문이라는 뜻이니까. 그 뒤에 파이터나 팔라딘, 로그가 한 방 세게 갈기는 그림이 이상적일 것이다. 결국 초반에는 적의 숫자를 순식간에 지워버릴 수 있고, 후반에는 디버프를 적에게 안전하게 부여할 수 있는 강력한 주문이다.
 
다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초반에는 주문의 부가 효과의 혜택을 받기도 전에 적이 죽어버릴 공산이 크며, 후반에는 더 강력한 주문들이 많아서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리고 축복에게는 우선 순위에서 확실히 밀린다. 결국 클레릭이라면 캠패인 내내 자주 쓰겠지만, 1레벨을 넘는 주문 슬롯으로 시전할 일은 거의 없을, 강력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베스트는 아닌 주문.
 
15. 주술(Hex): 사거리 90ft, 추가 행동으로 목표 하나에게 저주 부여. 주문의 지속 시간(=1시간) 동안 목표에게 명중 굴림을 실시하여 피해를 입힐 때 1d6점의 사령 피해 추가. 목표는 시전자가 주문 시전 시 선택한 능력치로 능력 판정을 실시할 때 판정에 불리점을 받음. 주문이 끝나기 전에 목표의 hp가 0으로 떨어지면 추가 행동으로 다른 크리처에게 저주를 옮길 수 있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2레벨 주문 슬롯으로는 주문을 4시간, 3~4레벨 주문 슬롯으로는 8시간, 5레벨 이상의 주문 슬롯으로는 24시간 지속 가능. 집중 필요. D&D 2024에서의 변경점은 없음. 하지만, 이 주문을 둘러싼 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S 랭크에서 한 단계 떨어졌다. 물론 여전히 워락을 상징하는 주문이고, 워락이라면 무조건 이 주문을 배워야 한다.
 
주술의 티어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주술 주문에 대한 접근성이 대폭 하락한 것 때문이다. D&D 2014에서는 마법 입문자(Magic Initiate) 재주로 쉽게 배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워락 멀클을 타지 않으면 못 배운다. 바드의 마법적 비밀(Magical Secrets)도 마찬가지. 여전히 요정의 손길(Fey-touched) 재주로는 배울 수 있어서 접근성이 바닥을 기는 수준은 아니다.

 
16. 천둥파(Thunderwave): 시전자가 있는 곳부터 가로 세로 높이 15ft의 정사각형 범위에 천둥 에너지가 뿜어져 나옴. 범위 내에 있는 모든 크리처는 건강 내성 굴림 실시. 실패 시 2d8점의 천둥 피해를 입고 시전자로부터 10ft 뒤로 밀려남. 성공 시 절반의 피해만을 입고 밀려나지 않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8점씩 추가. D&D 2024에서의 변경점 없음. 크기와 상관 없는 광역 넉백+나쁘지 않은 광역 피해로 인해 전술적 활용도가 매우 높은 주문이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적을 낙사시키는 용도로 많이 썼겠지만, TRPG에서는 고저차를 활용하기 어렵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할 깃털 낙하(Feather Fall)나 도약을 분석한 게시글 참고. 아무튼 그래서 이 주문은 보통 적을 함정이나 가시밭(Spike Growth), 화염 벽(Wall of Fire) 등의 안으로 밀어 넣는 데에 쓴다. 그 외에도 적들을 떨어트린 후 기회 공격을 받지 않고 거리를 벌릴 수도 있다. 단점이라면 시전 거리가 짧다는 것, 하필이면 건강 내성 굴림이라는 것, 주문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전술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 정도. 아참, 후술할 천둥 강타(Thunderous Smite)와 비교했을 때 얘는 넘어트리질 않는다. 그 점에 유의할 것.

17. 타샤의 끔찍한 웃음(Tasha's Hideous Laughter): 사거리 30ft, 시전자에게 보이는 크리처 하나(지능 제한 없음)에게 지혜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해당 크리처는 주문 지속 시간(1분) 동안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웃느라 넘어짐 상태(포복 이동만 가능+일어나려면 이동 속도의 절반을 사용해야 함+현재 이동 가능 거리가 0이면 못 일어남+넘어진 크리처를 목표로 하는 원거리 공격은 명중 굴림에 불리점/5ft 이내에서의 근거리 공격은 명중 굴림에 이점)+무력화 상태(행동, 추가 행동, 반응 행동 불가+집중 끊김+말 못함). 성공 시 효과 없음. 목표는 자신의 턴이 끝날 때마다+피해를 입을 때마다 지혜 내성 굴림 재실시(피해를 입어서 지혜 내성 굴림을 실시할 때는 내성 굴림에 이점 부여).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 추가. 워락도 습득 가능.
 
D&D 2014에서는 적 하나를 장기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싶을 때 사용하는 주문이었다. 물론 집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고레벨로 갈수록 사용 빈도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면 주문이 개편되기 전에는 가장 강력한 1레벨 무력화 주문이었다. 그런데 심지어 D&D 2024에서는 지능 제한이 사라지고(예전에는 지능이 4보다 낮으면 효과가 없었다. 개그가 안 먹혔나 보다) 상위 주문 슬롯으로 여러 목표에게 시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전에도 A 티어였는데 지금은 A+, 더 나아가서는 S 티어까지 가능해진 주문.

 
이쯤에서 명령, 수면, 인간형 포박과 이 주문을 하나씩 비교해 보자.

  명령(Command) 수면(Sleep) 인간형 포박
(Hold Person)
타샤의 끔찍한 웃음
(Tasha's Hideous Laughter)
레벨 1레벨 1레벨 2레벨 1레벨
사거리 60ft 60ft 60ft 30ft
주문 구성 요소 음성 음성, 동작, 물질 음성, 동작, 물질 음성, 동작, 물질
지속 시간 즉시(1턴) 1분(집중 필요) 1분(집중 필요) 1분(집중 필요)
목표 제한 없음
목표 하나
수면 면역, 탈진 면역인 놈들 빼고
반경 5ft(평균 1~2체, 최대 4체)
인간형
목표 하나
제한 없음
목표 하나
효과 목표는 다섯 가지 명령 중 하나를 실시하고 턴 종료 1차 지혜 내성 굴림→1턴 무력화
2차 지혜 내성 굴림→지속 시간 동안 무의식(지속 시간 동안 추가 내성 굴림 없음)
/
피해를 입거나 누가 행동으로 흔들어 깨우면 주문 종료
지혜 내성 굴림 →지속 시간 동안 마비
/
목표는 자신의 턴이 끝날 때마다 지혜 내성 굴림 실시. 성공하면 주문 종료.
지혜 내성 굴림 →지속 시간 동안 넘어짐+무력화
/
목표는 자신의 턴이 끝날 때마다+피해를 입을 때마다(이 경우 이점 받고) 지혜 내성 굴림 실시. 성공하면 주문 종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O X O O
습득 가능 클래스 습득형: 바드
준비형: 클레릭, 팔라딘
습득형: 바드, 소서러
준비형: 위저드(주문책에 있어야 함)
습득형: 바드, 소서러, 워락
준비형: 클레릭, 드루이드, 위저드(주문책에 있어야 함)
습득형: 바드, 워락
준비형: 위저드(주문책에 있어야 함)

명령의 경우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데 효과도 다양하고 강력하다는 점에서 1황. 인간형 포박은 2레벨 주문이므로 논외. 수면과 타샤의 끔찍한 웃음은 일장일단이 있다. 소서러라면 수면, 워락이라면 타샤의 끔찍한 웃음을 배우게 될 것이고 위저드와 바드라면 고민이 좀 될 것. 특히 바드라면 명령을 필수로 집은 뒤 수면과 타샤의 끔찍한 웃음 중에서 원하는 걸 고르면 되겠다.
 
18. 휘감기(Entangle): 사거리 90ft, 가로 세로 20ft 범위의 지면에서 덩굴이 솟아올라 범위 내 모든 크리처에게 근력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해당 크리처는 주문 지속 시간(1분) 동안 포박 상태(이동 불가+받는 공격에 이점, 가하는 공격에 불리점+민첩 내성 굴림에 불리점). 성공 시 효과 없음. 포박 상태의 크리처는 행동으로 근력(운동) 판정을 실시해야 탈출 가능. 해당 지역은 주문의 지속 시간 동안 험지 판정. 집중 필요.
 
속박의 일격이랑 비슷하게 단순 근력 판정이 운동 판정으로 바뀌었다는 것 말고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2024년에도 여전히 강력한 주문. 광역 CC기로서 성능이 괜찮다. 특히 근접 공격이 중심인 적들 다수를 묶어 놓기에 좋고, 묶어 놓은 적들에게 민첩 내성 굴림을 강제하는 광역 공격 주문(대충 화염구 같은 거)을 갈겨서 한 방에 쓸어버리기에도 좋다. 추격전에서도 당연히 유용. 다만 속박은 시전 순간에만 적용된다는 점, 근력이 센 적에게는 효과가 덜하다는 점, 집중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해서 전략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자.


B 티어 (몇몇 빌드에서는 유용함/가끔 씀)

가시 세례(Hail of Thorns)깃털 낙하(Feather Fall), 독 광선(Ray of Sickness), 동물과 대화(Speak with Animals)마법 탐지(Detect Magic), 분노의 강타(Wrathful Smite), 상처 치료(Cure Wounds), 속박의 일격(Ensnaring Strike)신성한 강타(Divine Smite), 안개 구름(Fog Cloud), 얼음 칼(Ice Knife), 작열의 강타(Searing Smite), 조용한 영상(Silent Image), 타오르는 손길(Burning Hands), 천둥 강타(Thunderous Smite)


1. 가시 세례(Hail of Thorns): 원거리 무기로 적에게 공격을 맞힌 직후, 추가 행동으로 해당 원거리 무기나 탄환으로부터 가시가 폭발하도록 할 수 있음. 목표로부터 반경 5ft 이내의 모든 크리처(목표 포함)는 민첩 내성 굴림 실시. 실패 시 1d10(평균 5.5)점의 관통 피해, 성공 시 절반의 관통 피해. 집중 불필요.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10점 추가.

원래 D&D 2014에서 이 주문은 평균적으로 C, 최악의 경우 F 티어까지도 떨어지는 주문이었다.
이유는 레인저 주문인데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D&D의 거의 모든 레인저는 전투 중에 언제나 사냥꾼의 표식에 집중하고 있어야 하니까, 가시 세례 쓰겠다고 사냥꾼의 표식의 집중을 깰 수가 없는 것이다. 보통 반경 5ft짜리 범위의 주문은 1~2명의 목표가 범위 안에 들어온다는 걸 가정하면 가시 세례로는 추가 피해 11점 주는 게 고작인데, 이걸 얻기 위해 집중을 깨고 주문 슬롯을 날려먹는다? 레인저는 주문 슬롯도 몇 개 없는데?

 
하지만 D&D 2024에서는 강타류 주문(자세한 건 아래의 신성한 강타 참고)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되어, 적에게 공격이 명중한 순간 추가 행동으로 쓸 수 있으므로 활용도가 엄청 늘어났다. 후술할 속박의 일격과 달리 집중을 시전 순간이든 시전 후든 전혀 요구하지 않으므로, 원거리 레인저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채용할 주문. 하지만 레인저는 추가 행동 들어가는 곳이 워낙 많은 데다가 주문 슬롯이 짜니까,그렇게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B 랭크까지 올라왔다는 것에 위안을 얻도록 하자.
  
2. 깃털 낙하(Feather Fall): 60ft 범위 내에서 자신이나 다른 크리처가 떨어질 때 반응 행동으로 시전. 떨어지는 크리처를 최대 다섯까지 선택. 목표는 1분 동안 낙하 속도가 60ft/턴(=6초)으로 감소함. 주문이 끝나기 전에 땅에 떨어지면 목표는 낙하 피해를 입지 않고 주문은 종료됨. 2014 버전에서는 낙하하는 크리처를 시전자가 볼 수 없어도 시전할 수 있었는데 2024 버전에서는 낙하하는 크리처를 보지 못하면 시전할 수 없다. 그것 말고는 동일.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S~A 티어에 해당하는 주문이었다. 전투에서 강력하다기보다는, 없으면 너무 답답하여 원활한 게임 진행에 필수불가결한 주문이었기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엄청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주문을 쓰면 쉽게 고저차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의식 주문이라 주문 슬롯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이 주문의 사용 빈도를 높이는 데에 기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D&D 원본에서 이 주문은 꼬박꼬박 주문 슬롯을 사용한다. 시전 방식도 미리 쓰는 게 아니라 낙하할 때 반사적으로 시전하는 방식이고. 무엇보다, DM의 마스터링 스타일에 따라 효율이 천차만별로 갈린다. 전투에서 고저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러니까 개쩌는 마스터라면 반드시 골라야 하는 주문이지만, 전장을 대부분 그냥 평평한 지형으로 만들어서 내보내는 평범한 마스터라면 필요성이 확 떨어진다.
 
물론 고저차를 반영한 전장에서의 전투 상황을 마스터링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지 추락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게 어렵다는 뜻은 아니다. TRPG에서는 추락사할 만한 상황이 꽤나 자주 나오는데, 이 주문 하나만으로 즉사를 막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게임에서처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탈출할 때에 쓰는 등 전투 외적으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또한 게임에서는 알 수 없는 또다른 장점이 하나 있는데, 비행 주문을 사용하는 캐릭터가 있을 경우 최고의 안전장치가 된다는 점이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야 비행 주문이 사실상 호버링해서 이동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주문이지만 TRPG에서는 허공에 자유롭게 체공할 수도 있게 해주는 강력한 주문이다. 단 허공에서 비행 주문에 대한 집중이 끊기면 곧장 낙하하게 되는데, 이때 깃털 낙하 주문이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필요할 때 없으면 후회하는 주문. 파티원의 구성, DM의 마스터링 성향, 비행 주문의 유무 등을 고려하여 습득을 결정하도록 하자.


3. 독 광선(Ray of Sickness)
: 60ft 사거리, 크리처 하나에게 명중 굴림 실시. 명중 시 2d8점의 독성 피해+시전자의 다음 턴이 끝날 때까지 중독 상태(내성 굴림 필요 없음). 중독 상태 이상은 명중 굴림과 능력 판정에 불리점을 주는, 물리 공격수에게 가해질 수 있는 최악의 디버프 중 하나였다. 저레벨대에는 마법을 시전하는 적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주문을 써먹을 만한 구석이 많은 듯 싶지만...
D&D 2014에서 이 주문으로 효과를 보려면 일단 명중 굴림에 성공해야 하고, 적이 건강 내성 굴림에 실패해야 했다. 명중 굴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D&D에서 건강 내성 굴림은 내성 굴림 중에서 적들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놈이었던 바 이 주문을 써먹을 만한 상황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미지도 맞아야 고작 9점. 독성 피해도 반감하는 적이 제일 많은 피해 종류다. 그래서 대미지는 의미가 없고 보통 상태 이상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로 이 주문을 쓸 텐데, 적들은 건강 내성 굴림에 성공할 확률이 높으니 성능적으로는 완전...
 
그런데 이번에 꽤 유의미한 버프를 받았다. 일단 독 광선에 맞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중독 상태에 걸린다. 물론 몬스터 매뉴얼 2024에 있는 500여 종의 몬스터 중 약 100여 종의 몬스터가 중독 상태에 대한 면역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400종을 상대로는 무조건 중독이 걸린다는 거 아닌가. 중독 상태에 대한 면역도 없고, 주문을 시전하지도 않는 몬스터의 종류는 약 300여 종. 이 정도면 이제 쓸 만하지. 좋은 주문은 다른 주문으로 대체 불가능한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독 상태를 거는 주문은 이거 아니면 5레벨의 전염(Contagion) 주문인데, 단순히 힘만 센 적 물리 공격수를 가볍게 무력화시키는 용도로 쓰기에는 1레벨의 독 광선이 훨씬 좋다. 저레벨대에는 아주 좋고, 고레벨대로 넘어가도 가끔 써먹을 만한 주문. 다만 피해량이 낮고 고레벨로 갈수록 자주 접하는 이차원의 존재들은 중독 면역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 고려하면 한계도 명확하다.
 
4. 동물과 대화(Speak with Animals): 자신에게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 부여. 동물에게 영향력(Influence) 행동(기만, 위협, 공연, 설득, 동물 조련) 가능. 동물은 지난 하루 동안 감지한 것을 포함해 주변 지형 및 몬스터에 대한 정보 제공 가능. 의식 주문. 2014 버전에서도 동물에게 작은 부탁을 할 수 있다고 나와있긴 했지만 D&D 2024에서는 아예 영향력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를 했다. 영향력 행동은 크리처에게 기만, 위협, 공연, 설득, 동물 조련 등의 기술 판정을 실시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중 위협이나 공연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크리처에게도 가능했으므로 이 주문을 통해서 새로 가능해진 것은 기만과 설득 정도.
 
사실, 영향력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성능 변동이 아니다. 그런데 D&D 2014에서 이 주문은 C-티어에 가까운 주문이었다.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해봐야 동물의 낮은 지능을 고려하면 그리 유의미한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으니까. 그런데 이 주문이 왜 B 티어까지 올라왔느냐? 몇 안 되는 발더스 게이트 3의 단점 때문이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 동물과 대화하는 것을 아주 개꿀잼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후 TRPG하는 사람들이 동물과의 대화에서의 잔뜩 기대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D&D TRPG 마스터들은 동물과의 대화를 아주 재미있게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반쯤은 농담이다. 임기응변 못할 거면 마스터를 하면 안 된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동물의 성격과 대사를 만드는 게 더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성능 자체 및 게임 내 관련 규칙에는 하등의 변화가 없지만 게임 외적 요인으로 사용 빈도가 올라간 특이한 주문.

5. 탐지(Detect Magic): 30ft 범위 내에서 10분 동안 마법적 효과의 존재 여부 확인 가능(확인 후 마법 행동으로 마법적 효과를 갖고 있는 물체나 크리처 탐지 가능. 단, 시전자에게 해당 물체나 크리처가 보여야 함). 해당 마법적 효과의 마법 학파도 알 수 있음. 1ft의 돌, 흙, 나무, 1인치의 금속, 얇은 납 박판 정도는 투시 가능. 집중 필요. 의식 주문.

2014 버전과 2024 버전은 규칙의 명료화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 파티에 한 명씩은 반드시 들고 있어야 하는 주문. 마법이 깃든 함정, 물건 등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착시, 환영과 같은 마법적인 위장 등도 간파할 수 있다. 환영을 깨트리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더해 이 주문은 '의식'으로 시전할 수 있어서 후술할 선과 악 탐지와는 달리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결론부터 말하면 제공하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탐지 범위가 짧고 전투 중에는 사용하기 껄끄러우며, 투명한 적의 경우 그 적이 주위에 있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환영 마법이 걸려 있다는 걸 알아도 그래서 그 환영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도 알 수 없다. 아예 이 주문을 카운터치는 환영계 주문, 니스툴의 마법 오라(Nystul's Magic Aura) 주문에 완벽하게 무력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유용하지만 만능은 아니기에 B 티어. 마법적 요소가 많은 캠페인에서는 A 티어도 될 수 있겠다.

 

6. 분노의 강타(Wrathful Smite): 근접 무기나 비무장 공격 적을 명중시킨 직후 추가 행동 통해 시전. 1d6점의 사령 피해+적에게 지혜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주문의 지속 시간(=1분) 동안 공포 상태(공포의 근원이 시야에 보이면 능력 판정과 명중 굴림에 불리점+공포의 근원에 자발적으로 다가갈 수 없음). 목표는 자신의 턴이 끝날 때마다 지혜 내성 굴림 재실시. 성공하면 주문 끝남.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1d6점의 사령 피해 추가.

 

대미지는 강타류 주문 중에서 제일 낮지만 공포 효과 하나만 보고 쓰는 주문. D&D 2024에서 바뀐 점이라면 먼저 정신 피해가 사령 피해로 바뀌었다는 점, 그리고 예전에는 행동을 사용해야만 지혜 내성 굴림을 다시 실시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턴이 끝날 때마다 자동으로 실시한다는 점,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더 이상 집중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있겠다. 물론 증가하는 추가 피해량이 적어서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의미가 없고, 적의 행동 강탈 기능이 삭제되었지만 집중도 같이 삭제되었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공포 상태에 빠진 적을 아예 이동조차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정복의 맹세(Oath of Conquest) 팔라딘은 원래도 이 주문을 유용하게 써먹었고, 일반 팔라딘들도 후술할 강제 결투와 조합하면 근접형 적 하나를 아예 꼼짝 못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7. 상처 치료(Cure Wounds): 크리처 하나를 만져 2d8(약 9)점+주문 시전 능력치만큼 HP 회복.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치유량 2d8씩 증가. 치유의 단어를 이야기하면서 D&D 전투에서 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D&D의 이러한 메타를 고려했을 때, 무조건 목표에 가까이 가야 하고 시전에 행동을 필요로 하는 상처 치료는 함정 카드 주문. C~F티어였다.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생명 클레릭이나 신성 소서러가 아닌 이상에야 치유의 목적은 hp 회복이 아니었다. hp는 전투 끝나고 휴식으로 채우는 거지.
 
그래도 치유량이 두 배로 늘어나서 상처 치료도 이제는 전투 중에 쓰는 것을 고려해봄직한 주문이 되었다. 1레벨로 시전해도 평균 12점 정도의 치유량. 이 정도면 1~2레벨에서는 전투원 한 명의 hp를 가득 채울 수 있다. 2레벨 주문 슬롯으로 시전하면 무려 평균 21~22점. 3~4레벨의 건강 16을 찍은 파이터도 hp가 대략 31~40점 정도이므로 유의미한 치유량이다.
 
근데 그러면 왜 A~S 티어로 올라가지 않는가? 여전히 행동을 필요로 하고, 시전하려면 목표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문제점은 남아있기 때문. 거기에다가 D&D의 전투 시스템, 속된 말로 죽창 메타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엎기에는 조금 부족해서 B 티어. 함정 카드는 아니지만 이제 쓰는 걸 고민할 정도로는 올라왔다고 보면 되겠다.

8. 속박의 일격(Ensnaring Strike): 무기로 적을 명중시킨 직후 추가 행동을 통해 시전. 적에게 근력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가시넝쿨이 자라나 목표의 몸을 뒤덮어 포박 상태(이동 불가+받는 공격에 이점, 가하는 공격에 불리점+민첩 내성 굴림에 불리점). 성공 시 아무런 효과 없음. 이후 목표의 턴이 시작될 때마다 1d6점의 관통 피해. 행동으로 근력(운동) 판정을 실시하여 가시넝쿨을 제거할 수 있음(목표가 하든 목표 옆의 다른 크리처가 하든).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관통 피해 1d6점 증가. 집중 필요.

원래도 강타류 주문과 비슷한 사양이었으므로 강타류 주문과 비슷하게 공격을 맞힌 다음 추가 행동으로 시전할 수 있게 변경되었다. 그 외에는 뭐 가시넝쿨을 제거하려면 단순히 근력 판정을 실시해야 했는데 이제는 운동 판정을 하게 되어 운동 잘하는 크리처는 보다 쉽게 빠져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 근거리든 원거리든 가리지 않고 무기 공격을 맞힌 다음에만 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거리 공격으로만 시전할 수 있는 다른 강타류 주문과 다르다.

일단 성능 자체는 나쁘지 않다. 가시넝쿨에 묶인 적에게는 공격이 이점으로 들어가니 모두가 다같이 하나의 적을 공격할 때 유용할 것이다. 문제는 집중을 요구한다는 점이고, 이 주문의 주요 시전자인 레인저에게는 똑같이 집중을 요구하면서 레인저를 상징하는 주문인 사냥꾼의 표식이 있어서 자주 쓰이지는 않을 것이다. 2024 D&D에 와서는 레인저가 사냥꾼의 표식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더더욱. 다만
전략적으로 모두가 하나의 적에게 자원을 쏟아부을 수 있을 때는 사냥꾼의 표보다 훨씬 효율이 좋다. 특히 근력이 약한 적, 도망가는 적 등을 상대로.
 
9. 신성한 강타(Divine Smite): 근접 무기나 비무장 공격적을 명중시킨 직후 추가 행동 통해 시전. 2d8점의 광휘 피해(악마나 언데드는 3d8점).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1d8점의 광휘 피해 추가. 역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화제의 주문 중 하나.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의 게시물 참고. 결론부터 말하면 크리를 띄웠거나, 적이 악마나 언데드거나, 일단 높은 대미지를 가하고 싶을 때는 신성한 강타만한 게 없으므로 아예 안 쓰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투마다 한 번 정도?
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신성한 강타(Divine Smite) - 너프가 아니다, 명백한 리워크.

10. 안개 구름(Fog Cloud): 사거리 120ft, 반경 20ft 범위의 구형 공간에 안개를 가득 채움. 해당 공간은 심하게 가려진(=실명) 상태+외부에서의 시야는 차단됨. 안개는 주문의 지속 시간(1시간) 동안 또는 강풍(예: 2레벨 주문 돌풍Gust of Wind)이 안개를 흩어놓을 때까지 유지됨. 집중 필요.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안개 구체의 반경이 20ft씩 증가. 기능적으로는 2014년 버전과 2024년 버전이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성능만 보자. 이 주문은 쉽게 말하면 현실에서보다 조금 덜 유용한 연막탄이다. 현실에서 연막탄은 아군의 행동 및 기동 등을 적에게 감추기 위해, 즉 은폐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기본이며 적의 사격의 정확도를 낮추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안개 구름의 기능도 이와 비슷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안개 구름은 적의 사격의 정확도를 낮춰주지는 못한다는 것. 이는 D&D의 전투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D&D에서는 보이지 않는 적을 공격할 때는 명중 굴림에 불리점이 가해지고, 반대로 목표가 공격자를 볼 수 없을 때는 명중 굴림에 이점이 가해진다. 양쪽 다 당연히 합리적인 규칙이지만, 이 두 규칙이 적용되면 문제가 조금 골치 아파진다. 안개 구름 밖의 공격자는 안개 구름 안의 목표가 보이지 않으므로 명중 굴림에 불리점이 가해진다. 반면 안개 구름 안의 피격자는 공격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므로 명중 굴림에 이점이 가해진다. 결국 불리점과 이점이 서로 상쇄되어, 결국 안개 구름 밖의 공격자는 안개 구름 안의 공격자를 공격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안개 구름 안에서 싸울 때도 마찬가지. 이는 2레벨 주문 어둠(Darkness)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다. 어둠이란 결국 심하게 가려짐 상태를 말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물론 그렇다고 적의 원거리 공격을 차단하는 기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적을 봐야만' 사용할 수 있는 몇몇 능력은 차단할 수 있다. 가령 여기 게시글에 있는 1레벨 주문 중에서 축복 주문은 목표를 볼 수 있어야만 시전할 수 있다는 제약이 없지만, 명령 주문은 이러한 제약이 있다. 동물 교감, 액운, 인간형 매혹, 기타 몇몇 주문들도 마찬가지. 물론...그런 주문들은 몇 안 돼서 의미가 없긴 하다. 적의 원거리 공격을 차단하려면 안개 구름 속에서 은신(Hide)을 해야 한다. 은신 판정에 성공한다면 적은 안개 구름 속에서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을 것이고, 내가 DM이라면 1/52의 확률을 뚫어야만 목표를 정확히 겨냥할 수 있다고 규칙을 적용할 것이다 (20ft 반경의 범위 안에 가로 세로 5ft의 네모칸은 총 52개 들어갈 수 있으므로). 이러면 실제 연막탄처럼 적의 사격의 정확도를 낮추는 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아, 물론 안개 구름 속에다가 화염구를 시전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므로 안개 구름을 맹신하지는 말자.
 
결국 이 주문은 전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적들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상황처럼 전투 외적인 상황에서 크게 유용하다. 도주도 전투라면 할 말이 없긴 한데...현실에서처럼 D&D에서도 퇴각은 매우 큰 위험을 담보로 하는데, 이는 주로 기회 공격 때문이다. 인간형 적과 전투를 벌이다가 도주를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아마 당신은 질주 행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적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적의 5ft 이내에 있었다면, 추격 상황에 돌입하지 않는 한(추격 상황에서는 모든 전투원이 기회 공격을 할 수 없다) 기회 공격을 받고 적으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그리고 적 역시 도망치는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으므로 똑같이 질주 행동으로 당신을 뒤따를 것이다. 보통 인간형 크리처의 이동 속도는 대부분 30ft이고 당신과 적의 이동 속도는 같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질주 행동을 취한 적 때문에 또다시 적의 5ft 이내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당신은 또 기회 공격을 받아가며 도망쳐야 하고...다른 방법을 쓰지 않는 한, 당신은 무한히 기회 공격을 받다가 결국 죽게 될 것이다. 퇴각 행동으로 기회 공격을 받지 않고 도망친다고? 그러면 당신의 이동 가능 거리는 로그가 아닌 이상에야 30ft로 제한 될 텐데, 그러면 적은 30ft를 뚜벅뚜벅 걸어와 당신에게 평범하게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다중 공격이 가능한 적이라면...
 
하지만 여기에서 안개 구름을 쓴다면? 기회 공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바로 공격자가 도주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개 구름은 적의 시야를 차단한다. , 안개 구름 속에서는 기회 공격을 받지 않고 적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안개 구름 속에서 은신 판정을 실시하여 적이 내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만들고, 이후 질주 행동을 하든 계속 은신을 해서 도망치든(물론 은신 상태를 유지하려면 적이 나를 볼 수 없어야 한다) 하면 된다.
 
이것 말고도 몇 가지 유용한 조합이 더 있다. 일단 전투 유파(Fighting Style) 중 맹안 전투술(Blind Fighting)을 고른 캐릭터는 후지토라나 데어데블처럼 10ft 범위까지는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도 볼 수 있다. 안개 구름 속에서 자신은 아무런 문제 없이 적을 볼 수 있는데 적은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므로, 명중 굴림에 이점을 받고 적을 공격할 수 있고 또 반대로 적으로부터의 명중 굴림에는 불리점이 가해진다. 투명화를 사용하는 적이 맹안시야를 갖고 있지 않을 경우에도 유용하다. 투명해진 적도 아군의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투명화의 이점을 상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양한 전술적 사용이 가능한 주문이지만 사용법을 정확히 알아야 하며, 특정한 상황에서만 유용하므로 필수적인 주문은 아니라고 하겠다. DM이나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서는 C+까지도 내려갈 수 있는 주문.
 
11. 얼음 칼(Ice Knife): 사거리 60ft, 크리처 하나에게 얼음 칼을 날려 원거리 주문 명중 굴림 실시. 명중 시 1d10(약 5.5)점의 관통 피해. 얼음 칼이 명중하든 말든 얼음 칼은 폭발하여 반경 5ft 이내의 모든 적에게 민첩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2d6(약 7)점의 냉기 피해, 성공 시 반감.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6점씩 증가. D&D 2014와 D&D 2024의 성능 변화는 없다. 극초반 위저드, 드루이드, 소서러의 광역기를 담당하는 주문. 아래의 타오르는 손길과 차이점이라면, 광역기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크리처에게 대미지를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고 화염 피해보다는 저항하는 적이 적다는 점 등이 있겠다. 어쨌든 D&D 2024에서는 오색 보주를 2레벨 이상으로 시전할 수 있게 되는 순간에 한 번, 화염구를 배우게 되는 순간에 또 한 번 잊히고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쓰이지 않을 주문...

그래도 초반에는 나름 유용해서 아예 쓸 일이 거의 없지는 않다. 공격 주문이 제한되어 있는 드루이드라면 더더욱. 소서러라면 3레벨, 4레벨 언저리에서 다른 주문으로 교체하든지 하고, 위저드는 그냥 뭐...초반에 유용하게 썼으니까 좋았다고 생각해야지. 오색 보주로 인해 B-랭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12. 작열의 강타(Searing Smite): 근접 무기나 비무장 공격로 적을 명중시킨 직후 추가 행동 통해 시전. 1d6점의 화염 피해+목표는 주문의 지속 시간(=1분) 동안 턴이 시작될 때마다 1d6점의 화염 피해를 입고 건강 내성 굴림 실시. 실패할 시 주문은 계속되고(지속적 화염 피해) 성공할 시 주문이 끝남.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모든 화염 피해가 1d6점씩 증가. 강타류 주문이 재설계되면서 가장 큰 상향을 받은 주문. 일단 이 주문이 어떤 주문이냐면, 불타는 무기로 적을 공격한 뒤 적에게 불을 붙여 지속적인 화염 피해를 가하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D&D 2014에서는 일단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그 이유로는 첫째, 주문이 집중을 요구했다. 강타류 주문들이 다 시전에 집중을 요구했기 때문에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문제는 얘는 때린 다음에도 집중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화염 도트 대미지를 가할 수 있었다. 둘째, 건강 내성 굴림에 실패해야 도트 대미지를 받았다. 건강 내성 굴림은 적들이 가장 성공하기 쉬운 내성 굴림이라고 본 게시글이나 다른 게시글에서도 수없이 말한 바있다. 셋째,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하면 공격이 명중하는 순간에 입는 화염 피해만 증가했다. 고작 1d6점씩 증가하는 셈. 화염 피해를 가하는 것 말고 다른 부가 효과는 아무 것도 없는 주문인데, 제약도 엄청 많은 데다가 그런 모든 제약을 뚫고 얻은 대미지도 어처구니없게 낮았다. 원래는 F 티어에 해당하는 주문. 자리엘 티플링 파이터나 로그 정도가 저레벨대에 한 번 정도 쓰고, 추가 행동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레벨로 가면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 상향을 받으면서 "종합 대미지면에서는 가장 우월한 강타 주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우선 추가 피해를 가하는 방식이 바뀌었는데, 선 건강 내성 굴림 후 피해에서 선 피해 후 건강 내성 굴림으로 바뀌었다. 2d6점의 화염 피해를 확실히 가할 수 있도록 보장받은 셈이다. 다음으로 지속 화염 피해를 가하는 데에 집중이 필요 없어졌다. 이 주문을 쓰겠답시고 축복 같은 좋은 집중 주문을 못 쓰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상위 주문 슬롯으로 주문을 시전할 때, 공격이 명중하는 순간 가하는 화염 피해와 지속 화염 피해 모두 피해량이 증가한다. 추가 1레벨 당 피해량이 2d6점씩 증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모든 강타류 주문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량이다. 나머지는 끽해봐야 1d6, 1d8이거든.
 
다만 화염 피해는 반감하는 적이 많아서 다른 강타류 주문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다거나 그렇진 않다. 결국, D&D 2024에서 강타류 주문이 "상황에 맞게 적절한 강타 주문을 쓰세요."라는 개발진의 의도에 따라 재설계된 바, 이 주문은 화염 저항이 없는 적(아마 인간형?)에게 높은 대미지를 퍼붓고 싶을 때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

13. 조용한 영상(Silent Image): 60ft 범위 내에서 주문의 지속 시간(=10분) 동안 지속되는 환영(물체, 크리처, 그 외 시각적 현상) 생성 가능. 환영의 크기는 최대 가로 세로 높이 15ft이며, 시각 외에 다른 감각적 효과(후각, 청각 등)를 동반하지 않음. 마법 행동으로 환영을 이동시킬 수 있음(크리처의 환영이라면 자연스럽게 걷는 것처럼 보임). 환영과 물리적으로 접촉하거나 지능(수사) 판정에 성공하면 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됨. 집중 필요.

변경점 없음. 하급 환영과 같이 시전자의 창의력, DM의 포용력 등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인 주문. 하급 환영과 비교하면 이 주문이 어떤 주문인지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급 환영(Minor Illusion) 조용한 영상(Silent Image)
레벨 0레벨(소마법) 1레벨
사거리 30ft 60ft
주문 구성 요소 동작, 물질 음성, 동작, 물질
지속 시간 1분 10분(집중 필요)
효과 환청 또는 가로 세로 높이 5ft의 환영(못 움직임) 가로 세로 높이 15ft의 환영(마법 행동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음)

일단 하급 환영에 비해 주문의 사거리가 길어졌고 만들어낼 수 있는 환영의 크기가 커진 데다가 지속 시간이 길어졌다. 또한 환영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문 영창을 해야 해서 은밀하게 시전하는 건 더 힘들어진 데다가, 환청을 만들어낼 수도 없고, 1레벨 주문 슬롯도 소모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집중까지 요구한다. 자신이나 다른 크리처의 환영을 만들어 혼란을 유발한다든지, 도주 중에 벽을 만들어 적들을 우회하게 한다든지... 거대한 괴물을 소환한 것처럼 속이는 건 소리가 없어서 힘들 것이다. 하급 환영과 비교해서 일장일단이 있지만,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더 커졌기에 B 티어.
 
14. 천둥 강타(Thunderous Smite):접 무기나 비무장 공격적을 명중시킨 직후 추가 행동통해 시전. 2d6점의 천둥 피해+목표가 크리처라면 근력 내성 굴림 실시. 실패 시 시전자로부터 10ft 뒤로 밀려나고 넘어짐 상태(포복 이동만 가능+일어나려면 이동 속도의 절반을 사용해야 함+현재 이동 가능 거리가 0이면 못 일어남+넘어진 크리처를 목표로 하는 원거리 공격은 명중 굴림에 불리점/5ft 이내에서의 근거리 공격은 명중 굴림에 이점)가 됨.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천둥 피해가 1d6점씩 증가. 원래도 강력한 주문이었는데 상향을 받으며 더욱 강력해졌다. B+, 높게는 A 티어까지도 갈 수 있지만 이제 강타류 주문은 적재적소에 맞게 골라 쓰는 식으로 설계된지라 이 주문만 주구장창 쓰지는 않게 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의 크기에 상관없이 적을 날려버릴 수 있는 이 주문은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딱 좋다. 뭐...덩치가 클수록 근력 점수가 높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천둥 피해에 저항하는 적이 많지 않다는 것도 장점. 다만 300피트(약 90미터) 밖에서도 들리는 소음이 발생한다는 점,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이 가능해졌지만 증가하는 대미지량이 별로 높지 않아서 큰 의미가 없다는 점 등이 아쉽다. 10피트 날려버리는 효과만을 보고 사용해야 하는, 그리고 그 효과가 아주 강력해서 쏠쏠하게 사용할 주문.

15. 타오르는 손길(Burning Hands): 시전자로부터 반지름 15ft, 할선 15ft의 부채꼴 범위에 있는 모든 크리처에게 민첩 내성 굴림 강제. 내성 굴림 실패 시 3d6(평균 10.5)점의 화염 피해, 성공 시 반감.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6점씩 증가. 가연성 물체를 태운다는 내용도 있는데 별로 중요하지는 않고...얼음 칼과 비슷한 성능 기댓값을 갖고 있는 주문. 사거리가 짧아 근접해야 한다는 것, 천둥파(Thunderwave)와 같은 더 나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 등을 생각하여 써야할 상황을 잘 판단하도록 하자. 얘도 B-랭크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C 티어 (캠페인 전체 중 한 번 쓸까 말까)

강제 결투(Compelled Duel), 거짓 목숨(False Life), 경보(Alarm), 독과 질병 탐지(Detect Poison and Disease), 물 생성 또는 제거(Create or Destroy Water), 보이지 않는 하인(Unseen Servant), 선악 보호(Protection from Evil and Good), 선악 탐지(Detect Evil and Good), 성역(Sanctuary)식별(Identify), 신앙의 방패(Shield of Faith), 언어 이해(Comprehend Languages), 오색 빛보라(Color Spray), 음식물 정화(Purify Food and Drink), 인간형 매혹(Charm Person), 지옥의 질책(Hellish Rebuke), 텐서의 부유 원반(Tenser's Floating Disk), 하다르의 팔(Arms of Hadar), 활보(Longstrider)

 
1. 강제 결투(Compelled Duel): 30ft 이내의 크리처 하나에게 지혜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1분 동안 시전자를 제외한 다른 적을 공격할 때 명중 굴림에 불리점 부여됨+시전자로부터 30ft 밖으로 멀어질 수 없음. 집중 필요. 팔라딘 전용 주문이다. 일단 2014 버전과 2024 버전의 차이는 '목표가 시전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없는가'이다. 2014 버전의 경우에는 시전자로부터 30ft 이상 멀어지려고 할 때 지혜 내성 굴림을 뚫으면 됐다. 하지만 2024 버전에서는 일단 주문의 영향을 받으면 무조건 시전자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MMORPG의 도발기로서의 성능이 강화되었다.
 
하지만 2014 버전에서 이 주문은 그렇게 유용하지 않은 주문이었고, 목표가 시전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그 외의 문제 중 첫 번째는 이 주문이 집중을 요구한다는 점. 팔라딘의 경우 신성한 은총(Divine Favor), 선과 악으로부터의 보호(Protection from Evil and Good), 축복(Bless), 신앙의 방패(Shield of Faith) 등과 같은 주문들이 전부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 주문을 시전하면 그런 선택지들이 전부 제거됐다. 집중을 요구했던 강타류 주문들도 마찬가지. 적이 팔라딘을 공격하다가 집중이 몇 턴 안에 깨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문제로, 다른 파티원들이 강제 결투의 영향을 받고 있는 적을 공격하면+팔라딘이 다른 목표를 공격하면 주문이 깨졌다. 그래서 '탱커가 어그로를 끄는 동안 일점사한다'라는 목적이 아니라 '아군이 다른 몹들을 정리하는 동안 붙들어 놓는다'라는 목적으로 시전되는 주문이었다. 세 번째 문제로, 지혜 내성 굴림을 요구한다는 것. 조금 강력한 적이다 싶으면 귀신같이 지혜 내성 굴림 보너스가 높기 때문에 이 주문을 그냥 씹을 가능성이 높았다. 마지막 문제, 2014 팔라딘의 경우 이 주문을 걸고 적의 발목을 붙잡는 것보다 신성한 강타 폭딜로 그냥 적을 녹여버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였다. 그래서 이 주문은 캠페인에서 한 번 쓸까말까한, C티어 주문이었는데...
 
그리고 2024 버전에서도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이 안 되었다. 몇몇 주문이 집중을 요구하지 않도록 변경되긴 했지만 대부분 추가 행동을 요구하는데, 2024 D&D에서는 추가 행동 쓸 데가 많다. 작열의 강타나 분노의 강타, 실명의 강타 같이 상태 이상을 부여하는 강타류 주문 몇 개, 그리고 신성한 은총이 집중을 요구하지 않게 된 것이 그나마 위안. 실명의 강타는 내성 굴림을 요구하지도 않고 목표에게 실명 상태를 부여하긴 하지만, 얘는 3레벨 주문이라 습득 시점이 너무 늦다. 신성한 강타 폭딜로 적을 녹여버리지 못하게 된 것도...그나마 이 주문을 쓸까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변수 중 하나다.
 
어쨌든 상향을 먹긴 했지만, 여전히 이 주문을 효과적으로 쓰려면 강력한 적이 멍청해야 하고(낮은 지혜), 적의 명중률이 낮아야 하며, 팔라딘이 전쟁 시전자(War Caster) 재주 같이 집중이 잘 안 끊기게 해주는 재주를 갖고 있어야 하고, 적이 전열을 돌파해 약한 적을 공격할 위험이 있어야 한다. 그나마 전술한 분노의 강타와의 유의미한 조합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쾌거. 강제 결투를 걸고 분노의 강타를 날리면, 적은 팔라딘으로부터 30ft 이상 벗어날 수 없는데 공포 상태라서 팔라딘에게 다가갈 수는 없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예전에는 두 주문 모두 집중이어서 불가능했던 콤보. 단 목표가 지혜 내성 굴림을 두 번 다 실패해야 하지만...대신에 아군에 클레릭이 있어야 클레릭에게 축복 버프를 부탁하고 이 주문을 쓸 수 있겠다. 아니면 엔간한 상황에서는 강제 결투+분노의 강타 콤보보다는 그냥 축복을 뿌리는 게 낫다. 원래 C- 정도였던 주문이라면 지금은 C+, 최대 B- 정도.
 
2. 거짓 목숨(False Life): 시전 즉시 2d4+4의 임시 hp를 얻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5점의 임시 hp 추가. 치유 주문 강화 기조에 따라 2014년 버전에 비해 임시 hp의 획득량이 2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상향을 받아도 C다. 그전에는 F 랭크였으니까.
 
2014년 버전의 이 주문은 함정카드 그 자체, D&D 최악의 1레벨 주문 중 하나였다. 나무위키의 발더스 게이트 3 주문 항목에는 상향을 받지 않은 2014년 버전의 주문으로 생존성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적혀 있는데, 잘 생각해 보라. 거짓 목숨에 헛되이 사용한 1레벨 주문 슬롯은, D&D 최강의 1레벨 주문 중 하나인 방어막(Shield)을 쓰는 데에 사용할 수도 있는 주문 슬롯이었다. 한 라운드 내내 방어도를 높여서 원래는 맞았을 공격도 맞지 않게 만들어주는, 심지어 1라운드 내내 유지되어 여러번 공격이 날아올 때도 유효한 방어막 주문에 사용할 수도 있었는데, 고작 공격 한 번 맞으면 날아가 버릴 개미 눈물만큼의 임시 hp 7점을 얻겠다고 거짓 목숨에 쓴 거란 말이다. 방어 주문은 심지어 반응 행동이라 필요할 때만 사용하면 되는데, 이건 내가 굳이 굳이 행동으로 미리 시전해야 도움이 된다. 이게 의식 주문이라면 또 몰라, 워락이라서 섬뜩한 영창으로 공짜로 시전할 수 있으면 또 몰라. 피같은 1레벨 주문 슬롯을 직접 소모해서! 쪼렙 때도 공격 한 방에 6, 7의 피해량이 나오는 공격은 천지삐까리다.
 
상향을 받은 2024년 버전도 그렇게 썩 유용하지는 않다. 얻을 수 있는 임시 hp의 양이 6.5에서 9로 늘어났는데, 6.5나 9나 도긴개긴이다. 아니, 그리고 왜 업캐스팅할 때의 임시 hp 증가량은 그대로야? 4d4씩 추가되어도 쓸까말까 고민할 텐데, 2d4의 평균값만큼 증가하면 누가 이걸 업캐스팅해? 임시 hp 19 얻겠다고 누가 3레벨 주문 슬롯으로 거짓 목숨을 시전하겠는가? 그냥 화염구 한 번 더 날리지!
 
이 주문을 의미있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은 전술한 대로 섬뜩한 영창: 마족의 활력을 선택한 워락 뿐이다. 원래 D&D 2014 버전 아거티스의 갑옷은 "임시 hp를 보유하고 있는 동안 피격 시 공격자에게 냉기 피해를 가하지만, 그 임시 hp는 '아거티스의 갑옷' 주문으로 인한 임시 hp여야 한다."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 있었다. 다른 임시 hp를 얻으면 아거티스의 갑옷 주문이 날아가는 것. 그래서 거짓 목숨은 아거티스의 갑옷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었고, 아거티스의 갑옷과 경쟁하면서 '명예로운 죽음'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2024 버전 아거티스의 갑옷"임시 hp가 없으면 주문이 끝나지만, 어떤 방법으로 얻은 임시 hp인지는 따지지 않는다"라고 성능이 바뀌었다. 거기에다가 마족의 활력도 상향을 먹었는데, 이제 마족의 활력으로 거짓 목숨을 시전하면 획득하는 임시 hp의 양이 2d4+4가 아니라 그냥 12로 고정이 된다. 상향된 상처 치료의 평균적인 hp 회복량이 12~13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공짜로 상처 치료를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직업은...
 
3. 경보(Alarm)문, 창문, 또는 특정 영역(가로, 세로, 높이 20ft의 공간)과 어떤 크리처가 접촉하면 물리적 경보(경보 설치한 곳에서 60ft 이내에 소리) 또는 정신적 경보(경보 설치한 곳에서 1마일 이내에 있으면 정신적 소리)가 울림. 의식 주문. 변경 사항은 아주 사소하니 생략하기로 하고...일단 이 주문도 몇 가지 근본적 문제가 있어 잘 쓰이지 않았다. 크게 바뀐 게 없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보호 범위가 너무 좁아서 사실상 실내용 주문이다. 고작 가로, 세로, 높이가 20ft인 공간에만 이 주문을 설정할 수 있어서, 실외에서 이 주문으로 인한 경보가 울릴 때는 이미 적이 기습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한 뒤일 것이다. 동굴 입구 같은 곳에 이 주문을 걸어 놓는 건 괜찮지만. 둘째, 굳이 이 주문을 쓸 이유가 없다. "우리 돌아가면서 불침번 서자." 하면 되니까. 규칙 상 8시간의 긴 휴식 중 2시간은 책을 읽거나, 식사를 하거나, 경비를 서는 것과 같은 가벼운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므로 네 명의 파티원이 2시간씩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면 경보 주문을 쓸 이유가 없다.
 
뭐, 투명화 주문을 걸고 몰래 접근할 수도 있지 않냐고? D&D에서는 투명해져도 발소리가 들릴 수 있으므로 은신을 해야 한다. 소음을 줄이는 주문인 신출귀몰(Pass without Trace) 주문까지 써서 조용히 접근할 수 있지 않냐고? 투명화와 신출귀몰 주문 모두 집중 주문인 건 차치하고, 그 정도 상황이면 '아, 이러니까 경보 마법이 필요하구나'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혹시 DM에게 뭔가 밉보이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물론 창의적인 활용이 아예 불가능한 경우는 아니라서, 직접 감시가 어려운 지역에 마법을 건다거나, 여관이나 동굴에서 여관문 또는 동굴 입구에 마법을 건다거나, 동굴 밖으로 나오는 적을 매복할 계획을 세우고 동굴 밖 입구를 직접 감시하는 대신 경보 마법을 걸어 동굴 밖으로 적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의식 주문이라 주문 슬롯을 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 어쨌든 매우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주문임은 분명하다.
 
4. 독과 질병 탐지(Detect Poison and Disease): 30ft 범위 내에서 10분 동안 독, 맹독을 가진 독성 크리처, 마법적 전염병(Magical contagions)의 존재 및 위치, 종류까지 확인 가능. 1ft의 돌, 흙, 나무, 1인치의 금속, 얇은 납 박판 정도는 투시 가능. 집중 필요. 의식 주문. 2024 버전에서는 일반적인 질병(Disease)을 탐지하는 능력은 사라졌지만, 일반적 질병 자체가 2024 버전의 규칙에서 사라지고 마법적 전염병만 남았으므로(질병과 마법적 전염병이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문장 다르게 적은 거 말고 바뀐 건 거의 없다. 질병과 마법적 전염병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게시물을 참고할 것.
D&D 2014의 질병(Disease) VS D&D 2024의 마법적 전염병(Magical Contagion)
 
일단 이 주문은 캠페인이 암살과 독살이 판을 치는 정치물이라면 유용하겠으나 그 외에는 별로 쓸모가 없는 주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크리처가 중독되었다거나 전염병에 걸렸다는 사실, 어떤 물체에 독이 발라져 있다는 사실 등을 숨기는 것이 일상다반사이고 그것을 밝혀내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되어야 하는 캠페인에서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 외에는 쓸 데가 없는 주문이므로 C 티어.

  
5. 물 생성 또는 제거(Create or Destroy Water): 30ft 범위 내에서 물 생성 또는 제거 가능. 10갤런의 물을 용기 안에 생성하거나 제거. 혹은 가로 세로 높이 30ft 공간 안에 비를 내리게 하거나, 반대로 해당 공간 안의 안개를 제거 가능.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10갤런 추가+공간의 길이 5ft씩 늘어남. 2014 버전과 2024 버전은 문장이 조금 달라진 것 말고는 차이가 없으므로 티어도 동일하다. C.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젖음 상태를 유발하거나, 투명화된 적을 확인하거나 하는 여러가지 용도로 썼지만 TRPG에서는 젖음 상태도 없고, 어차피 물 안 뿌려도 은신을 하지 않은 단순 투명화 상태라면 적의 위치를 소리로 파악할 수 있다. 바닥에 장판을 까는 것도 불가능하니...결국 이 주문의 용도는 사막이나 지옥 같은 곳에서의 식수 생성용이다. 하지만 이 주문이 허용된다면 그냥 3레벨 주문인 식사와 물 생성(Create Food and Water) 주문을 시전하는 게 더 합리적이며, 만약 DM이 생존 요소를 힘겹게 해결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타입이라면 이러한 주문을 금지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별 의미없는 주문. 방 안에 있는 유독성 안개를 제거할 수는 있겠지만, 글쎄...유독성 안개로 가득차 있는 방을 만날 가능성이 별로 높지는 않을 것이다.

6. 보이지 않는 하인(Unseen Servant): 60ft 범위 내에 투명하고, 지성이 없고, 무정형의 중형 크기 역장 하인 생성(방어도 10, hp 1점, 근력 점수 2, 공격 불가). 하인은 주문의 지속 시간(=1시간) 동안 시전자의 명령에 따라 인간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작업(물건 가져오기, 청소, 수선, 옷 개기, 불 피우기, 음식 나르기, 음료 따르기 등)을 수행함. 시전자는 턴 당 한 번 추가 행동으로 하인을 15ft 움직여 물체와 상호작용 하도록 정신적 명령을 내릴 수 있음. 하인의 hp가 0점이 되거나 하인이 시전자로부터 60ft 이상 멀어지게 되는 명령을 받으면 주문 종료. C 티어에 위치하고 있지만 이 주문의 진정한 가치는 성능이라는 기준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이 주문은 위저드의 인권을 상징한다. 지옥 한가운데에 떨어져도 사람이 청소는 하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전투에서 아무런 기능도 못 하면 어떤가. 내 말을 경청하고 토를 달지 않는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데? 마법사의 손으로 여기 있는 것들을 다 할 수 있다고? 내가 왜? 마법사의 손으로는 내가 직접 해야 하지만 얘는 생각만 하면 다 해주는데?

7. 선악 보호(Protection from Evil and Good): 주문의 효과를 받길 원하는 크리처 하나를 만져 주문의 지속 시간(=10분) 동안 해당 목표를 이형체(Aberration), 천족(Celestial), 정령(Elemental), 요정(Fey), 악마(Fiend), 언데드(Undead)로부터 보호함(전술한 종류의 크리처들은 이 주문의 영향을 받는 크리처에게 명중 굴림을 실시할 때 불리점을 받음+이 주문의 영향을 받는 크리처는 전술한 종류의 크리처들에 의해 빙의되거나 매혹 상태, 공포 상태에 빠지지 않음. 이미 빙의되거나 매혹 상태, 공포 상태에 빠졌다면 해당 상태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실시하는 내성 굴림에 이점을 받음). 시전하는 데에 가격이 25 GP 이상의 성수가 필요하며 성수는 시전 후 소모됨. 집중 필요.

 
선악 어쩌고(~~~ Evil and Good) 시리즈의 시작. 2014 버전과 2024 버전은 규칙의 명료화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이 주문을 선악 보호라고 번역해 놨는데...마치 선과 악을 보호하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 정확히 번역하면 '선과 악으로부터의 보호'다. 악으로부터 보호하는 건 알겠는데 왜 선으로부터도 보호하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간단히 설명하겠다. 이 주문은 다른 차원의 존재들로부터 보호해주는 주문이다. 뭐...세계관 설정(Cosmology, 우주론)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D&D 세계관의 중심에는 그냥 우리가 사는 현실의 모습과 비슷한 물질계(Material Plane)가 있고, 이 물질계를 중심으로 온갖 차원들이 존재한다. 발더스 게이트 3에 나온 섀도펠(Shadowfell,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그림자 지옥으로 번역되었다), 아베르누스(Avernus) 등이 이러한 차원들 중 하나다. 천족, 이형체, 정령, 요정, 악마 등은 이런 차원의 존재들인데, 성향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물질계의 주민들에게는 그 존재만으로도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 이 주문은 그런 존재들로부터 보호해주는 주문이다.
 
그래서 이 주문의 효용성은 본인의 캠페인에 이차원의 존재가 얼마나 등장하느냐에 따라서 A 티어까지도 올라갈 수 있고 F 티어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B 티어에 둘지, C 티어에 둘지 고민이 많았지만...쓰기가 불편하다는 문제 때문에 C 티어로 떨어트렸다. 1회 시전에 25 GP짜리 성수를 소모하는 주제에 고작 10분 유지되고 끝이기 때문이다. D&D 세계관에서 숙련공이 하루에 2 GP를 받는데, 대한건설협회에서 2024년에 간행한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배전활선전공 같은 숙련공은 일급을 약 54만원 받기도 하는 등 숙련공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20만원은 받는다. 1 GP의 가치는 약 10~20만원 정도 되는 셈.
 
그러니까, 이 주문 한 번 시전에 드는 대가가 250~500만원 정도인 것이다. D&D의 모험가는 돈이 많다고? 돈이 아니라 자산이 많은 거겠지만...뭐,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돈만 있다고 성수를 무한정 공급해올 수 있나? 아베르누스에서 성수가 떨어지면 성수를 어디에서 사올 건데? D&D 2014에서는 팔라딘이나 클레릭이 25 GP 가치의 은가루와 1레벨 주문 슬롯을 들여 1시간 의식을 실시하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25 GP 가치의 은가루는 어디에서 구하냐고 태클을 걸고 싶겠지만, 아무튼 이러한 제작 규칙마저 D&D 2024에서는 사라졌다. DM의 재량에 따라 어찌저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D&D의 물건 제작 규칙에 따르면 25 GP 가치의 물건은 만드는 데에 24시간(하루 8시간 근무로 계산하면 3일)이 걸린다. 번거롭기 짝이 없다. 이차원의 존재들을 상대로 성능은 확실해서, 캠페인의 테마에 따라 성수를 잔뜩 준비하든지 하자. 
 
8. 선악 탐지(Detect Evil and Good): 30ft 범위 내에서 주문의 지속 시간(=10분) 동안 이형체, 천족, 정령, 요정, 악마, 언데드의 존재 및 위치 확인 가능. 주위에 신성화(Hallow) 주문이 활성화되어 있는 장소가 있는지, 있다면 어디인지도 탐지 가능. 1ft의 돌, 흙, 나무, 1인치의 금속, 얇은 납 박판 정도는 투시 가능. 집중 필요. 위의 선악 보호 주문이 다른 차원의 존재들로부터 보호해주는 주문이라면, 이 주문은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찾아낼 수 있는 주문이다. 마찬가지로 2014 버전과 2024 버전은 규칙의 명료화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 일단 예전에는 '신성화' 주문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신성화 되어 있는 장소(뭐, 신의 축복을 받았다거나 하는 내러티브적 능력)를 탐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런 기능은 전부 신성화 주문에 몰빵되고, "그래서 신성화 주문 활성화되어 있냐고 안 되어 있냐고!"를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성능에 차이가 발생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티어 변동은 없음.

선악 보호가 그렇듯, 이 주문도 매우매우 특정한 상황에서만 유용한 주문이다. 바로 NPC가 위장한 이차원의 존재인지 알아내야 하는 상황. 그런데 그런 상황이 흔한가? 이형체나 정령 등은 변장을 하는 경우가 적고, 악마 중 일부(임프 같은 놈들)나 요정 중 일부(해그 등), 언데드 중 일부(뱀파이어 등)를 상대할 때만 그런 상황이 가끔 나타난다. DM에 따라서는 그런 상황을 연출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설령 그런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느낌이 쎄하면 일단 지혜(통찰) 판정을 실시하여 눈앞의 NPC가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왜 의식 주문 태그가 안 달려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문 슬롯을 소모한다는 것도 문제다. 상황 의존적이고 DM에 따라서는 쓸 일이 평생 없을 수도 있고, 다른 능력으로 제한적이나마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주문은 쓸 일이 거의 없다. 뱀파이어나 해그가 등장하는 캠페인에서라면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다. C- 티어까지 내려갈 수 있음.

 
9. 성역(Sanctuary): 사거리 30ft, 목표 하나를 주문의 지속 시간(=1분) 동안 보호. 보호받는 크리처를 목표로 명중 굴림을 실시하거나 피해를 주는 주문을 시전하려면 지혜 내성 굴림에 성공해야 함. 실패할 시 다른 크리처를 목표로 삼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해당 공격이나 주문 시전이 무효화됨(공격 횟수 OR 주문 슬롯 소모). 범위형 효과로부터 크리처를 보호해주지는 않음. 보호받는 크리처가 명중 굴림을 실시하거나, 주문을 시전하거나, 피해를 주면 주문이 끝남.

 
발더스 게이트 3 최고의 사기 주문 중 하나가 왜 이 랭크에 있는지 의아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성역 주문의 보호를 받고 있는 크리처를 아예 목표로 삼을 수 없었는데, 원본에서는 지혜 내성 굴림에 성공하면 된다. 주문의 사양은 D&D 2024에서도 문장 조금 바뀐 것 말고는 동일해서 현재진행형. D&D 2014에서는 '적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문을 시전하면 풀린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영향을 미치는 주문'의 정의가 애매해서 2024 버전에서는 그냥 주문을 시전하기만 하면 풀려서 혹자는 하향이라고도 주장할 수도 있겠다.
 
이 주문을 유용하게 쓰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죽으면 안되는 NPC가 아군에 있을 때. 둘째, 주문을 시전하지 않고도 아군을 지원할 수 있는 서포터 캐릭터가 아군에 있을 때. 하지만 그런 캐릭터들에게도 절대적인 보호를 약속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강력한 주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쓸 만한 상황이 제한적인데 성능도 애매하므로 C 티어.

10. 식별(Identify): 물체 하나를 만져 마법 물건인지 아닌지+마법 물건이라면 기능/사용 방법/조율 필요 여부/충전량+물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주문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주문인지+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물체라면 무슨 마법으로 만들어졌는지 등을 알 수 있음. 크리처를 만진다면 크리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주문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주문인지도 알 수 있음. 의식 주문. D&D 2024에서 성능 변동 없음. DM에 따라서는 F 랭크로 떨어질 수도 있는 주문이다.

 
그 이유를 살펴 보자. 마법 물건인지 아닌지, 마법 물건이라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일반적인 D&D 캠페인의 경우 짧은 휴식이면 족하다. 규칙에 대놓고 '식별 주문은 마법 물건의 속성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이지만, 짧은 휴식을 해도 똑같이 알아낼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있다. 마법 물건의 희소성을 높이려는 DM이라면 식별 주문으로만 알아볼 수 있다고 하겠지만, 그런 DM은 흔치 않다. 물체나 크리처에 영향을 주고 있는 주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마법 탐지로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마법 탐지로 적당히 학파만 알아낸 후 비전학 판정을 굴려 마법의 종류를 알아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서론에서 이야기한 대로 이 주문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자원을 덜 소모하는 능력들이 있기에 자주 쓰이지 않을 주문.
 
11. 신앙의 방패(Shield of Faith): 사거리 60ft, 목표 하나에게 주문의 지속 시간(=10분) 동안 방어도 +2. 집중 필요. 성능 변동 없음. 개인적으로는 B 티어를 주고 싶긴 한데...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주문을 사용할 만한 상황이 많지 않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상황으로는 파티에 팔라딘과 클레릭이 같이 있을 때가 있겠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남은 한 사람은 이 주문이 아니라 축복을 시전해야 하므로. 레벨이 높아지면 더 강력한 집중 주문들이 등장하는지라 더욱 입지가 좁아진다. 방어도 +2라는 효과는 강력하긴 하지만...개발사는 어찌하여 신앙의 방패를 내고 또 축복을 냈단 말인가.

12. 언어 이해(Comprehend Languages)1시간 동안 보고 듣는 모든 언어 이해 가능(문자는 만져야 하며, 1분에 1페이지). 의식 주문. 변경 사항은 수어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소한 것 정도. 상징이나 비밀 암호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이 주문은 DM의 성향, 파티 구성원 등에 따라 활용도가 확 달라지는 주문이다. DM이 언어의 장벽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플레이하는 중에 계속 이를 활용한다면 중요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주문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어 장벽을 세계관 내에서 녹여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결국 이 주문의 랭크는 C. 일단 이 주문을 고르기 전에 DM 성향 파악부터 해라.

13. 오색 빛보라(Color Spray): 시전자로부터 반지름 15ft, 할선 15ft의 부채꼴 범위에 있는 모든 크리처에게 건강 내성 굴림 강제. 내성 굴림 실패 시 시전자의 다음 턴이 시작될 때까지 실명(Blinded) 상태. 2014 버전과 시스템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예전에는 2014년 버전 수면과 비슷한 방식이었는데, 일단 먼저 6d10을 굴려 나온 값을 영향을 받은 적들의 hp와 비교했다. 가장 hp가 낮은 적을 실명시킨 다음 6d10의 결과값에서 그 적의 hp만큼 깎고, 또 다음 hp가 낮은 적을 실명시킨 다음 또 적의 hp만큼 깎고...적의 hp만큼 6d10의 결과값에서 깎을 수 없다면 적은 실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적의 hp가 낮은 초반에나 쓸 수 있는 주문이었는데 심지어 초반에도 그리 강력한 성능은 아니었다. hp가 적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분(=10라운드) 동안 아예 재워버렸던 초반 패왕 주문 수면에 비해 효과가 너무 미미했기 때문이다.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하면 고작 2d10(평균 11점)만 주사위를 더 굴릴 수 있었기에 hp 인플레이션도 따라가지 못했고.

성능이 변경된 2024년 버전에서도 그리 강력한 주문은 아니다. 적의 hp가 많아지는 후반에도 쓸 수 있게 건강 내성 굴림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건 나쁘지 않으나, 문제는 이 주문이 적과 근접해야만 쓸 수 있는 주문이라는 것. 근접형 적들은 건강 수치가 보통 평균 이상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 효과의 지속 시간도 너무 짧고.

 
14. 음식물 정화(Purify Food and Drink): 10ft 사거리, 반경 5ft의 영역 안에 있는 비마법적 음식물로부터 독과 부패 성분을 제거함. 의식 주문. 규칙에 변함 없음. 독과 질병 탐지와 동일한 이유로 C 티어. 심지어 저 부패 성분을 제거한다는 설명이 얼척이 없다. 게임에는 '부패한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규칙이 없거든. 그래서 생존이 중요한 캠페인에서도 중요하다고 확실히 말할 수가 없다. 결국 대부분의 캠페인에서는 쓸 일이 없고, 독이 있는지 알아야만 쓸 수 있으며, 음식과 음료 외의 독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점(무기에 바른 독, 독에 감염된 생물체 등) 등이 감점 요소. 의식 주문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다른 능력으로 대체가 가능했으면 당장 F 티어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15. 인간형 매혹(Charm Person): 30ft 범위 내 인간형 크리처에게 지혜 내성 굴림 강제(목표랑 싸우는 중이었으면 내성 굴림에 이점). 실패 시 목표는 1시간 동안 시전자에게 매혹 상태(매혹된 상대에게 공격 불가+마법도 못씀+대미지 입히는 능력도 못씀+사회적 교류에서의 모든 능력 판정에 이점). 집중 필요.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씩 추가. 2014년 버전과 크게 바뀐 건 없다. 2014버전에서는 주문을 업캐스팅하여 여러 목표에게 이 주문을 시전할 때, 목표들이 서로 30ft 이내에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조건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주문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첫째는 NPC와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만 유용할 뿐 전투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적이 나를 공격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 동료를 못 때리는 건 아니니까. 나만 아니면 된다고? 둘째는 심지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도 더 유용한 주문들이 많다는 것이다. 경비병을 속이고 지나가는 거? 친구(Friends) 소마법으로도 가능한 걸 넘어서 더 유용하다. 왜냐면 친구 소마법은 지팡이를 들고 동작만 취해도 주문을 시전할 수 있는데, 인간형 매혹은 지팡이는 필요 없지만 주문을 외치며 주문을 취해야 하기 때문. 그것도 30ft 범위 내에서. 30ft면 고작 9m다. 규칙에 '주문의 영창은 일반적 대화 시의 목소리로 발성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니 속삭일 수도 없다. 친구 소마법은 지속시간이 1분밖에 안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아니면 차라리 '주문 시전 장면이 발각되든 말든 걸리면 끝장' 주문인 2레벨 암시(Suggestion) 주문이 낫다. 1시간 밖에 지속되지 않는 인간형 매혹에 비해 암시는 8시간 동안 지속되고, "싸움을 멈추고 여기에서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와 같이 해를 가하지 않는 명령이라면 목표가 저항할 수 없으니까.

굳이 쓰겠다고 한다면...1) 바드, 워락, 소서러 같은 매력 기반 캐릭터가 2) 변장 주문, 생각 탐지(Detect Thoughts) 주문 등과 조합하여 쓴다면 나름 강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특정 빌드 및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에서 범용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6. 지옥의 질책(Hellish Rebuke): 60ft 사거리, 시전자가 볼 수 있는 크리처가 시전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반응 행동으로 시전. 목표는 민첩 내성 굴림을 실시하고, 실패 시 2d10점의 화염 피해(녹색 불꽃이 나감). 성공 시 피해량이 절반으로 줄어듦.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이 1d10점씩 증. 이 주문이 구리다는 사실은 서론에서, 그리고 축복 주문 설명하는 부분에서 증명한 바 있다. 대미지도 구려, 하필 또 화염 피해라 반감되는 적들도 많아, 워락 전용 주문인데 워락은 주문 슬롯이 만렙 찍어봐야 4개야...
 
사실 이 주문은 플레이어 캐릭터가 쓰라고 만든 게 아니다. DM이 쓰라고 만든 거다. 적 NPC들이 이 주문을 쓰면 플레이어 캐릭터들은 방심할 수 없게 된다. 공격했더니 냅다 2d10점의 화염 피해가 튀어나오니까. 주문 슬롯 문제? 적 NPC는 이번 전투에서 쓰러지고 끝인 1회성 몹인데 주문 슬롯을 왜 신경 써? 그냥 주문 슬롯 빵빵하게 채운 새 NPC 등장시키면 되지.
 
그러니까 D&D 2024에서도 이 주문의 성능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불꽃이 녹색으로 바뀌었다는 외형적 변화 뿐. 이 주문을 상향하면 이 주문을 사용하는 적 NPC가 더더욱 짜증나는 적으로 변하게 되고 끝날 것이다. 플레이어에게 별로 유쾌한 경험은 제공해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주문의 장점을 굳이 굳이 찾자면...피해를 어떤 방법으로 입혔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집중 주문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냅다 지옥의 질책을 사용해서 적의 집중을 최대한 빨리 끊을 수도 있다. 자신의 턴이 아닐 때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장점이다.

17. 하다르의 팔(Arms of Hadar): 시전자로부터 반경 10ft 범위 내 모든 크리처에게 근력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목표는 2d6(평균 7)점의 사령 피해+자신의 다음 턴 시작 때까지 반응 행동 못 씀. 성공하면 반감된 피해만 입고 반응 행동 불가 효과 없음.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6 증가. 2014년 버전과 크게 바뀐 건 없다. 그래서 티어를 별로 고민할 필요도 없다. C와 F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주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워락 전용 주문인데 사거리를 보면 근접형 워락에게만 유용하다. 둘째, 문제는 근접형 적들은 근력 수치가 높아서 이 주문에 저항할 확률이 높다. 셋째, 그렇다고, 아무리 광역기라지만 피해량이 딱히 높은 것도 아니다. 넷째, 적에게 둘러쌓인 상황에서는 이 주문보다 훨씬 효과적인 주문들이 많다. 결국 이 주문을 유용하게 쓸 상황이 자주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그런 상황에서마저 이 주문보다 훨씬 유용한 주문들이 많다.

 
18. 텐서의 부유 원반(Tenser's Floating Disk): 사거리 30ft, 목표 지점에 주문의 지속 시간(=1시간) 동안 지름 3피트, 두께 약 1인치의 부유 원반을 만듦. 원반은 지면에서 약 3ft 떠 있으며 최대 500파운드(약 226kg)까지 지탱 가능. 시전자가 원반의 20ft 이내에 있으면 이동하지 않고, 20ft 이상 멀어지면 원반이 시전자를 따라옴. 시전자와 원반 사이에 장애물이 생겨 100ft 이상 멀어지면 주문이 종료됨. 의식 주문.
 
특이하게도 2014년 버전과 2024년 버전의 주문 설명이 토씨 하나 다른 것 없이 똑같다. 사실상 자동 손수레. 던전에서 얻은 전리품이 많거나 부상자를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유용하겠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나중에 소지의 가방(Bag of Holding, 500파운드까지 넣을 수 있는, 언제나 무게가 5파운드인 가방) 같은 마법 가방을 얻으면 이 주문의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소지의 가방은 비범 등급이라 끽해봐야 500 GP다. 파티에 하나 정도는 갖추는 데에 문제가 없는 물건이다. 부상자도 뭐...그냥 치유 주문 넣으면 되지. 사실상 F 티어까지도 떨어질 수 있는 주문. 환영 문서와는 달리 그래도 조금이나마 실용적이고 범용적인 존재 가치가 있으므로 C- 티어다.
 
19. 활보(Longstrider): 크리처 하나에게 접촉하여 목표의 이동 속도를 지속 시간(=1시간) 동안 10ft 증가시킴.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 추가로 지정 가능.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정말 유용했겠지. 하지만 그건 이 주문을 공짜로 시전할 수 있어서 그런 거다. 원본에서는 주문 슬롯을 꼬박꼬박 소모해서 고작 1시간 유지되는 버프였다. 그렇다고 주문 슬롯의 값어치를 제대로 했느냐? 전투에서 10ft의 이동속도 증가는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버프다. 장거리 이동할 때? 보통 D&D에서 장거리 이동을 한다고 하면 4시간, 8시간씩 아예 작정하고 이동하지 1시간만 딸랑 이동하지는 않는다. 인간형 캐릭터들이 4시간 이동한다고 치면 12마일을 가는데, 이때 1시간 활보 버프를 모두에게 걸면? 1마일 더 늘어나서 13마일이다. 1레벨 슬롯 4~5개를 몰빵한 것치고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결과다. 이 주문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능력이 생각이 안 나서 C 티어인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F 티어 (취향이 아니라면 평생 쓸 일이 없을 수도 있음)

동물 교감(Animal Friendship), 상처 유발(Inflict Wounds)신속 후퇴(Expeditious Retreat)영웅심(Heroism), 환영 문서(Illusory Script)

 
1. 동물 교감(Animal Friendship): 30ft 범위 내 야수에게 지혜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목표는 24시간 동안 시전자에게 매혹 상태(매혹된 상대에게 공격 불가+마법도 못씀+대미지 입히는 능력도 못씀+사회적 교류에서의 모든 능력 판정에 이점).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씩 추가. 2014년 버전에서는 지능이 4이상인 야수, 즉 어느 정도 똑똑한 야수에게는 이 주문이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2024 버전에서는 지능 관련 조건이 삭제되어 야수라면 다 통한다.

...하지만, 나는 이 주문을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유는 전술한 인간형 매혹과 똑같다. 아니, 필연적으로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인간형 NPC를 매혹한다는 점에서 인간형 매혹이 몇 배는 더 낫다. 그리고 굳이 이 주문을 쓸 필요 없이 지혜 높이고 동물 조련(Animal Handling) 기술 판정을 쓰는 것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아니면 동물과 대화(Speak with Animals) 주문을 쓰거나.
 
2. 상처 유발(Inflict Wounds): 접촉 사거리에 있는 크리처 하나에게 건강 내성 굴림 강제. 실패 시 2d10(약 11)점의 사령 피해, 성공 시 피해 반감.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피해량 1d10점씩 증가. 너프 정도를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주겠다. 5레벨이 되면 냉랭한 접촉(Chill Touch) 소마법과 대미지는 똑같아지고 부가효과는 없어서 소마법만도 못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의 게시글 참고.
D&D 2024 주문 변경점 분석: 상처 유발(Inflict Wounds) - 상처 유발 슨배임 살려내라 이놈들아

 
3. 신속 후퇴(Expeditious Retreat): 추가 행동으로 시전하며, 시전하는 즉시 질주(Dash) 행동의 효과를 얻음. 이후 10분 동안 추가 행동으로 질주 행동을 취할 수 있음. 집중 필요. 이 주문 역시 규칙의 명료화말고는 바뀐 게 없다. 하지만, D&D 2014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C티어 정도의 수요는 있던 주문이었는데 D&D 2024에서는 이 주문을 대체할 만한 강력한 다른 주문의 등장으로 F티어로 내려왔다. 자세한 내용은 도약 주문의 게시글 참고.

4. 영웅심(Heroism):  또는 크리처 하나를 만져 주문이 끝날 때까지 공포 면역 효과+주문 시전 능력치 만큼의 임시 hp를 목표의 턴이 시작할 때마다 부여. 집중 필요. 상위 주문 슬롯으로 시전 시 추가 1레벨 당 목표 하나 추가로 설정 가능.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주문 2.
 
일단 이 주문을 쓸 수 있는 바드나 팔라딘에게는 이것보다 몇 배는 더 나은 집중 주문이 넘쳐난다. 바드는 액운, 요정불, 조용한 영상, 수면, 타샤의 끔찍한 웃음이 있고 팔라딘은 축복, 신앙의 방패가 있다. 발더스 게이트 3에서는 아군 보호용으로 쏠쏠하다고 되어 있는데, 주문에 집중하면서 아군을 보호하고 있을 바에는 다른 더 강력한 주문으로 빨리 피해의 근원을 제거하는 게 낫다. 아니, 이 주문을 쓰려면 이 주문을 배우거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데...팔라딘은 저레벨에 끽해야 4개 정도 밖에 주문을 준비 못하는데, 그 중 하나를 이거로 하라고? 팔라딘은 긴 휴식마다 바꿀 수도 있지, 바드는 레벨업 할 때 밖에 못 바꾸는데, 이걸 배우고 있으라고? 발더스 게이트 3에서도 이 주문을 유용하게 쓰는 유일한 방법은 집중 주문이 없는 캐릭터가 절대자의 방벽(Absolute's Warboard)을 들고 이 주문을 시전하는 것이었다. 그 외의 모든 상황에서 이 주문은 함정카드다.
 
"이 주문으로 일릭 양성소의 키스라크 테레진 같이 공포 시전하는 적들 카운터 칠 수 있거든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당신이 "키스라크 테레진은 공포를 시전한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이기 때문에 가능한 대처 방법인 것이다. 키스라크 테레진이 공포를 시전하는 줄 몰랐으면, 언제 써먹을지도 모르는 이 주문을 백날천날 준비하고 있을 사람이 대체 누가 있는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조차 파티 전원에게 축복 걸어서 공포에 대한 내성 굴림에 보너스를 주는 게 훨씬 낫다. 
 
5. 환영 문서(Illusory Script): 이와 같이 적당히 내용을 기입할 수 있는 재료에 10일간 유지되는 환영 문자를 기록 가능. 주문을 시전할 때 이 문서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을 지정 가능. 그외의 사람에게 문서는 읽을 수 없는 이상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처럼 보임. 다른 이들에게도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보이되 지정한 사람에게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보이도록 설정할 수도 있음. 마법 해제 주문에 당하면 원래 내용과 환영 모두 사라짐. 진시야(Truesight)를 갖고 있는 크리처는 이 환영 문자를 읽을 수 있음. 의식 주문.
 
이 주문 역시 플레이어가 사용하라고 만든 주문이 아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캠페인에서, 플레이어들은 이런 번거로운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없다. 그냥 전달(Sending, 3레벨 주문. 아무리 멀리 있어도 25단어 이내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주문 훨씬 쉽고, 빠르고, 안전하다. 그래, 이 환영 문서 주문은 심지어 그렇게 안전하지도 않다. 어둠이든, 투명이든, 다 꿰뚫어 볼 수 있는 진시야가 있다면 이 환영을 꿰뚫어 볼 수 있는데, 고레벨이면 진시야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이다. 정치적 음모, 암투가 중요한 캠페인이라면 쓰겠는데...대부분의 캠페인의 경우 DM이 플레이어들에게 단서를 제공하고 싶을 때, 그 단서를 그냥 대놓고 주고 싶지는 않을 때만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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